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가 한국사회의 대표적 여성혐오 담론으로 꼽히는 '여경(女警) 무용론'에 대해 정면 반박에 나섰다. 심 후보는 지난 17일 선거운동을 재개한 이후 대선을 통해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겠다는 기조를 채택하고 있다. 심 후보는 27일 서울 마포구의 '정치발전소' 사무실에서 열린 '경찰젠더연구회' 간담회에서 "과거에 비해 여성들이 각 분야에 진출하고 자기 몫을 하고 있지만, 일터 여성들은 여전히 여성이라는 이유로 갖은 차별과 편견, 폭력에 시달리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 사회 일각에서 주장하고 있는 일명 '여경 무용론' 같은 게 저는 대표적인 편견이라고 생각한다. 전적으로 편견으로 똘똘 뭉친 상상적 주장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여성 경찰공무원들의 공부 모임인 '경찰젠더연구회'는 지난 2019년 서울 대림동 주취자 난동사건 당시 입장문을 내어 "여성 경찰에 대한 혐오와 비하를 멈춰 달라"며 "공권력 경시 풍조에 대한 경종이 아닌, 여성 경찰에 대한 혐오 확산으로 (이 사건이) 오용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해 주목을 받았다. 심 후보는 이 사건을 언급하며 "당시에 여경 무용론에 맞선 단호한 목소리를 내줬던 기억이 난다. 시민들뿐 아니라 동료 여성 경찰들에게도 굉장히 큰 용기와 울림을 줬다"고 참석자들에게 찬사를 보냈다. 이날 행사에는 연구회 회장인 이지은 총경 등 5명이 참석했다. 심 후보는 "여성 경찰관의 현실은 그야말로 여성 삼중고"라며 "치안 지키고 있지,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싸워야지, 또 경찰 조직 내에서 벌어지는 여러 성차별적 관행, 성폭력과 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 후보는 "이런 여성 경찰관의 현실을 외면하고 여성 경찰관에 대한 편견을 오히려 조장하는 일부 정치인의 형태가 매우 부끄럽다"며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당 최고위 회의에서, 경찰공무원 채용 시험 체력검정에서 남성과 여성의 기준을 다르게 설정하는 것이 "성비를 맞추겠다는 정치적 목적 등을 기반으로" 한 것이라고 주장해 여경 무용론을 부추겼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대표는 지난 24일(현지시간) 미 CNN 방송에 의해 '남성이 차별받고 있다는 기이한 주장에 대해 기회주의적 구애를 하는 한국 우파 정치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심 후보는 "우리 사회가 굉장히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성평등 분야에서는 여전히 갈 길이 매우 멀다"며 "경찰 77주년을 맞이하는 해지만 전체 경찰 중 여성 경찰의 비중이 여전히 13% 수준이고 여성 경찰관의 98.8%가 경감 이하의 낮은 직급으로 근무하고 있다. 여성 관련 범죄와 피해자 보호를 여성 경찰관의 업무만으로 고착화하는 성별 직무분리도 여전하고, 경찰 조직 내 성폭력에 관한 뉴스도 끊이질 않는다"고 지적했다. 심 후보는 "대선에서 지워진 목소리를 제가 대신 우렁차게 대변하겠다"며 "수많은 약자들의 목소리가 이 대선 판에 지금 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여성은 공격받고,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나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지워졌고, 기후위기 등 다음 대통령이 정말 중심에 두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이 외면되고 있다"고 비판하며 "지워진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대변하는 역할의 일환으로 여성 경찰들과의 만남을 기획했다"고 행사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여성들을 변방으로 내몬 것은 정치"라며 "우리는 다수이다. 세계의 절반이 여성이니까. 그래서 다수의 목소리를 회복해 내는 과정이 정치의 과정이고, (이는) 성평등을 실현하는 과정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정의당은 이날 이동영 수석대변인 논평을 통해 "이번 대선 TV토론과 유세 현장에서 '심상정의 1분'을 나눠드리겠다"는 캠페인 계획을 밝혔다. 심 후보가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TV토론에서 단 1번만 사용할 수 있는 '1분 발언 찬스'를 문재인·홍준표 후보의 "동성애 반대죠?"(홍), "저는 좋아하지 않는다"(문) 등의 발언 비판을 위해 썼던 일을 상기시킨다. 정의당은 "심상정의 마이크는 시민의 마이크"라며 "정치에서 배제되고 지워진 시민들의 목소리가 대선 한복판에 울려퍼지도록 하겠다. 2022년 대선에서도 '심상정의 1분'은 계속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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