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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급선무는 반성과 성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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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급선무는 반성과 성찰

[복지국가SOCIETY]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사상 유례없이 박빙으로 진행된 20대 대통령 선거가 드디어 끝났다. 당선자와 낙선자의 차이가 24만 표라고 하니, 떨어진 후보 지지자들은 억울하겠지만, 당선된 후보 지지자들도 마음이 편하지는 않을 것이다. 패배한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에서 어떻게 해석하고, 무엇을 할지 생각해 본다. 지금은 서로에게 패배의 책임을 묻기보다는, 패배의 원인을 살펴보고 반성하는 일이 우선으로 보인다.

돌이켜 보면, 문재인 정부의 지난 5년 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사드(THAAD) 배치로 한반도에 위기가 고조됐으나 남북정상회담으로 이를 잘 풀어냈다. 비록 종전선언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미국의 대통령과 북한의 국방위원장이 마주 앉는데 한국 정부가 역할을 했기에, 한반도에 전쟁의 위협을 제거한 성과는 역사적인 업적으로 기록될 것이다.

부동산정책 실패가 낳은 한국 사회의 보수화

물론 부동산 가격이 엄청나게 오른 것은 사실이다. 이로 인해 당장 살 집을 구하지 못하는 젊은이들과 전세나 월세를 찾아 옮겨 다녀야 하는 무주택자들, 또 지방에 있다는 것만으로 상대적으로 오르지 않는 부동산 때문에 앉아서 손해를 보는 느낌을 받은 다수 국민들의 분노가 존재한다. 반대로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득을 본 사람들도 있을 것인데, 이들은 모두 민주당과 민주당 후보를 외면한 것 같다. 이 분들은 차기 정부에서도 지속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오르기를 희망한다.

서울에서 강남 3구 뿐 아니라, 마포구, 용산구 등 예전에는 민주당 강세였던 곳조차도 이번에는 선택을 달리 했다. 한강 벨트를 중심으로 성남 분당과 용인 수지까지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 곳을 중심으로 윤석열 후보 지지가 높게 나타난 것이 그 증거다. 특히 이번 선거의 마지막 개표에서 서초구 등 강남 3구에서 몰표가 쏟아진 것이 윤 후보의 승리를 가능케 한 1등 공신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차기 정부는 자신을 지지한 유권자들의 요구에 맞춰 부동산 육성 및 활성화 정책을 계속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미 문재인 정부에서 시작된 물량 확대 공급 정책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체감되기 시작하고 있는 지금, 이후에도 부동산이 계속해서 상승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노력은 보였지만 체감되지 않는 현실

향후 선관위의 심층 분석 결과가 나와야 정확한 원인을 파악할 수 있겠지만, 끝날 줄 모르고 이어지던 코로나19도 이번 선거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코로나 대유행으로 미국에서만 90만 명 이상이 사망하는 등 남북전쟁 때보다 더 많은 사망자를 낼 때에도, 우리나라에서는 평소 폐렴 사망자(2만 3280명, 2018년)보다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전체 누적 사망자가 더 적었다(3년 누적 사망자 9875명, 질병관리청). 경제협력개발국가(OECD) 중 유일하게 셧다운을 하지 않고, 일상을 지켜왔다.

하지만 코로나 대유행을 온몸으로 견뎌내어야 하는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국가가 무료로 PCR 검사를 해 주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질 수 있다. 오히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영업상의 손실을 보고, 심지어는 100만 명이 넘는 자영업자들은 폐업을 하고 택배 배달에 나서야 할 정도로 매일의 힘든 삶을 견뎌내어야 하는 현실 때문에 "이제 제발 좀 그만!"이라고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당장 이런 생활을 빨리 끝내줄 수 있는 대통령 후보의 시원한 한마디가 절박했을 수 있다.

​일본의 소재, 부품, 장비 수출 규제에 과감하게 대응하고, 다른 선진국들의 경제성장률이 모두 뒷걸음 칠 때도 우리의 국내총생산(GDP)은 늘어났다. 세계적인 판데믹 상황 속에서 국민소득 3만 5000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그런 경제 성장의 성과는 대부분 수출을 주로 하는 대기업들과 플랫폼 업체들의 몫이었다. 다수 국민에게는 180석에 달하는 여당 의석을 가지고도 찔끔찔끔 주는 재난지원금, 턱없이 모자라는 손실보상금도 현 정부가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다고 느껴졌을 것이다.

돌이켜 보면 이런저런 이유들이 모두 근거가 있고, 타당성이 있다. 문재인 정부의 방식이 합리적이고 맞지만, 이제는 다른 대안을 찾아보고 싶은 국민이 당연히 존재했을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옳지 않았다고 생각한 분도 있다. 겉으로 반대를 하지 못하지만, 숨을 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가 자신의 생각을 이번 대선에서 투표로 표현한 분들도 있을 것이다. 이유가 어떻게 되었든, 이전의 국회의원 선거 때보다 더 많은 지역에서 유권자들이 민주당에 등을 돌렸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기대가 낳은 실망과 분노

민심(民心)이 떠난 좀 더 근본적인 이유는 없을까? 나는 그것을 국민들이 느꼈을 ‘실망감’에서 찾아보려고 한다. 문재인 정부는 거리로 나온 국민이 촛불집회로 만든 정부기 때문에 역대 어느 정권보다 더 큰 기대를 담고 출발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큰 기대는 더 큰 실망으로, 그리고 마침내 '분노'로 바뀌었을 것이다.

유권자들은 왜 기회를 주고, 힘도 실어 주었는데, 그만큼 못했는지를 질타하고 싶었을 것이다, 적어도 한겨울 내내 촛불을 들었던 국민들에게, 그들이 바라는 구체적인 생활의 변화를 만들어 내었어야 했는데, 과연 그런 정도의 획기적인 변화는 무엇이 있었는지를 한번 생각해 보자.

그나마 문재인 케어로 중증질환에 대한 본인 부담금이 줄어든 것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교육 문제에 대해 어떤 획기적인 변화를 만들어내었는지 묻는 학부모에게 정부가 어떤 답을 할 수 있을까? 중대재해 처벌법을 제정하는데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렸다. 광주에서 아파트 공사장이 무너져 사람이 죽어도 여전히 원청업체는 처벌받지 않는다. 실업계 학생들은 아직도 목숨을 걸고 현장 실습을 해야 한다. 집권당이 책임을 져야 한다.

​우리나라의 공공 부문 고용률이 OECD 평균의 30% 수준에 불과한데도, 정부가 직접 할 수 있는 사회서비스 확충은 미루면서 여전히 기업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달라고 호소하고 있었다. 이런 모습을 보려고 추운 겨울 내내 촛불을 들었는지를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면 화가 날만도 하다. 인수위도 없이 출범한 정권이 열심히 한 것은 인정할 수 있지만, 국민은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원하고, 직접적인 변화를 보고 싶어 했다,

불안한 미래가 가져올 국민들의 고난

이제 대통령 취임식까지 남은 기간은 2개월이다. 대통령이 바뀌면 국회가 의결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민주당이 여전히 국회 다수 의석을 갖고 있지만, 열성적으로 당을 위해 일해준 지지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안을 밀어붙이기에는 이미 늦어 버렸다. 기껏해야 새로 출범하는 정부의 초대 총리 인준을 거부하거나,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청문보고서 채택을 하지 않는 소극적 반대가 가능할 뿐이다. 전국동시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은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통상적인 허니문 기간을 무시하고, 적극적인 반대를 할 가능성이 크다.

우선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지키려는 새 정부와 정부 조직법 개정을 반대하는 국회가 대립을 할 것이다. 정부가 경찰로 이양된 검찰 수사권을 다시 가져가려면 법 개정을 해야 하지만, 적어도 2년간은 쉽지 않다. 대신 공수처의 힘을 빼기 위해 내년 예산을 대폭 줄이는 것은 행정부가 할 수 있다. 중지된 신규 원전 사업을 다시 추진하는 것도 법 개정 사항이 아니므로 행정부가 추진할 수 있다. 사드 추가 배치를 위해 미국과 협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동북아의 긴장은 다시 고조될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이미 올라버린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대비책을 준비해야 하고, 코로나19 대응과 경기 부양을 위해 늘어난 유동성을 다시 흡수하기 위해 금리인상이 계속될 것이다. 이미 원·달러 환율도 급속하게 오르기 시작한 상황에서 우리 경제가 받을 타격은 분명해 보인다.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종식되면, 그 후유증 치료와 경기 회복을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을 필요로 하는데, 재정 지출에 부정적인 새 정부가 어떤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DTR과 LTV 등 다양한 대출규제를 완화한다고 해도 엄청난 물량이 공급될 예정인 부동산 시장이 지속적으로 가치를 유지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민주당, 구체적이고 진지한 반성과 성찰부터

간단하게 예상해 보아도, 새 정부의 앞날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그로 인한 고통과 고민은 모두 국민들의 몫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 국회는 예산심의권만 있고, 예산을 제출할 권한은 없다. 행정부가 동의해야 일부 예산을 조정할 수 있을 뿐이므로, 민주당이 할 수 있는 일은 매우 제한적이다. 의석수가 적지만 대통령을 배출한 여당의 입장과 다수당이지만 야당의 입장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대신 다수 의석을 가지고 있는 민주당이 대통령 선거 토론에서 논의된 바 있는 중대선거구 도입을 지방선거에 도입하거나, 위성 정당의 출현을 막고 정당의 비례성을 강화하는 방법을 통해 연정이나 정책 연대가 가능하도록 법을 바꾸는 것은 새로 출범한 정부와 여당이 된 국민의힘과의 합의를 통해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반성은 진지하고 구체적일수록, 다시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해준다는 점에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우선은 스스로를 향하여 조금은 냉정하게 평가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지금이라도 국민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 지난 기간 못했던 일을 국회의원 임기가 남은 2년의 기간만이라도 다수의석을 통해 추진해 보자. 가다가 아니 가면, 간만큼 이익이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다음 총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이 14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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