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 개정 움직임이 일어나는 가운데 16일 양대 노총(민주노총·한국노총)이 이를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개정 움직임이 목표로 하는 것은 "대표이사를 처벌 대상에서 빼달라는 것"이라며 "대표의 책임을 면제한다면 중대재해법은 사문화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양대 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의 중대재해법 시행령 개정 건의서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먼저 민주노총은 대표이사의 책임을 면제해달라고 한 경총의 요구안이 "시행령을 새로이 제정해서라도 대표이사가 처벌 대상에서 빠져나가게 해달라는 것"이라며 "결국 법이 모호하지 않느냐는 경영계의 주장은 허위이고, 대표이사는 책임지지 않게 해달라는 파렴치한 요구"라고 비판했다.
전날 경총은 "사고 발생 시 경영책임자를 매우 강하게 처벌하는 중대재해법이 1월 27일부터 시행됐음에도 뚜렷한 산업재해 감소 효과는 없"는 반면 "불명확한 규정으로 현장의 혼란이 심화되고 기업의 경영활동까지 위축되고 있다"며 관계 부처에 6개 항목의 시행령 개정 건의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건의안에 "경영책임자 대상 및 범위가 구체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대표이사에 준하는 경영책임자가 선임이 된다면 대표이사의 중대재해법 의무이행 책임을 면제하는 규정이 필요하다고 적시하기도 했다.
중대재해법은 시행 100여 일밖에 되지 않은 새 법이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전부터 개정 움직임이 본격화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중대재해법과 시행령을 올해 안에 개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민주노총은 "(경총이) 하청, 특수고용 노동자 중대재해에 대한 원청책임을 완전 삭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위험의 외주화로 하청, 특수고용 노동자가 죽음에 내몰리는 현실에서 원청에서 자율적으로 최소한의 기준이라도 마련하고 이행하도록 해야 한다는 최소한의 규정마저 '완전 삭제'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한 해에 2400명 노동자의 죽음이 끊이지 않고, 사업장의 90퍼센트 이상이 법을 위반하는데도 솜방망이 처벌, 꼬리 자르기 처벌로 산업재해의 재범률이 일반 형법재범률의 2배에 달하고 있다"며 "글로벌 대기업, 사회적 책임을 운운하며, 코로나19에도 사상 최고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달성하고 있는 경영계에는 노동자 시민의 죽음에 대한 최소한의 반성과 개선을 찾아볼 수 없다"고 일갈했다. 한국노총도 경총 요구에 대해 "일부 기업들은 CSO(Chief Security Officer) 최고 보안 책임자를 선임하여 피해가려 하고 있으나 고용노동부의 해석은 단호하게 사업대표를 향하고 있다"며 "경총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경영책임자에 대해) '이에 준하는 자' 선임 시 사업대표 의무이행 책임을 면제한다면 그 순간 중대재해법은 사문화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노총은 "경총의 건의서와 윤석열 정부의 이행계획서에 담긴 내용대로 중대재해법이 개악된다면 일터에서 계속되는 노동자의 죽음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지난날 한국노총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은 '한국노총의 친구가 되겠다'고 여러 번 말했다. 노동자를 위험한 일터로 밀어 넣고 사용자에게 노동자의 목숨값으로 돈을 벌도록 한다면, 그 정부가 노동자의 친구인지 사용자의 친구인지는 자명하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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