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없고, 법적 근거도 미약한 지역에너지센터
지역에너지센터 사업은 지난 2019년 6월 수립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 근거하고 있다. 계획에 따르면 "지역 주도의 에너지정책 실현을 위한 거점으로서 지자체별 지역에너지센터를 지자체 자율적으로 설립 운영"하고 "지역에너지계획 수립 지원, 각종 에너지분야 지원금의 효율적 활용 전략 마련, 그리고 에너지분야 지역 지원사업의 위탁·관리, 지역 특성에 맞는 사업 발굴·기획, 에너지 분야 교육·홍보 및 소통의 매개체 역할을 수행"한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현장 방문과 전화조사, 시민워크숍 참가 등 기초 지방정부를 대상으로 사업에 대한 자문과 조사를 꾸준히 진행해보니 사업 추진이 쉽지 않겠다고 느꼈다. 먼저, 일을 하려면 사람이 필요한데 이 사업비로는 인건비 지급이 불가능했다. 국비 1억 원과 지방비 1억 원 등 1년 사업비가 총 2억 원이다. 이 사업을 추진할 인력에 대한 예산은 별도로 편성해야 한다. 사실상 지방정부가 투입하는 예산은 50%가 아닌 70~80%로 높아질 수밖에 없다. 물론 이마저도 예산 여력이 있다면 가능하겠지만, 코로나 대응 등으로 대부분 예산이 부족한 지방정부 입장에서는 추가 지원은 어려운 실정이다. 결국 사업계획서를 작성한 직원이 그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입장에 내몰리게 되어, 결과적으로는 업무 과중에 빠지게 되는 역설적인 구조가 되었다. 안 그래도 기존업무 추진도 빠듯한 많은 상황에서 인력지원 없이 새로운 업무까지 부여된다면 사업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지역에너지센터의 역할에 대한 인식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그리고 시민사회에서 서로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다. 어떤 쪽은 재생에너지 보급 및 확산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업무를 주요 역할로 보고 있었다. 다른 쪽은 지역의 에너지 관련 거버넌스 구성 및 교육․홍보를 중심업무로 보고 있기도 했다. 지역에너지센터에 대한 법적 근거도 해당 지역의 에너지 기본조례에는 있지만 일반법률에는 없다. 현재 시행 중인 '탄소중립기본법'에 따른 '탄소중립지원센터'와 비교해 설립 근거가 부족하다거나 역할이 중복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외에도 기초 지방정부의 권한 및 예산 부족, 그리고 중앙정부의 기초 지방정부 및 지역사회에 대한 이해 부족과 하향식 정책추진이라는 고전적 문제점이 존재했다.사회적 갈등 해결하는 지역에너지센터 위해서는
현재 기초 단위 지역에너지센터는 충남 당진시(2019년~), 전북 전주시(2020년~) 등 기초 지방정부 자체 예산으로 지역민간단체로 위탁 운영을 하고 있다. 지역에너지 전환을 위한 전담기구로서 큰 역할을 맡는다. 앞으로 지역차원에서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탄소중립을 실현하려면 이런 모델의 전국적 확산은 시급하고 꼭 필요한 일이다. 과거처럼 중앙정부 주도하고 대기업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인해 나타난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지역 에너지전환은 다른 모습으로 실행되어야 한다. 지역에너지센터는 동네 현장에서 주민들을 조직하고 지원하는 중심 기구가 될 수 있다. 중앙정부의 '시범사업'이라는 성격에 걸맞게 사업비를 보다 더 증액하고, 5:5 매칭이 아닌 100% 국비 지원 및 전문가의 전담 자문 등 대폭적인 지원도 검토해야 한다. 또한 현재 발의된 에너지법 개정안에서처럼 '탄소중립지원센터'가 수행할 에너지전환 관련 업무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센터 목적을 설정하고, 기초 정부 단위 수준에서는 지역에너지센터를 통합운영하는 방안과 함께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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