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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가스 공급 줄이자, 유럽 줄줄이 석탄으로 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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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가스 공급 줄이자, 유럽 줄줄이 석탄으로 회귀 독일·오스트리아 이어 네덜란드도 "석탄 발전 재개"…EU "화석연료로 퇴보 안 돼"
러시아가 지난주 석연찮은 이유로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 공급을 절반 이하로 줄이면서 공급 부족 위험에 직면한 유럽 국가들이 줄줄이 석탄 발전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유럽의 재생에너지 전환이 늦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유럽연합(EU) 집행위는 이들 국가들에 "화석연료로의 퇴보"를 막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로이터> 통신은 20일(현지시각) 네덜란드가 국가 에너지 위기 1단계 "조기 경보"를 발령하고 35%로 제한돼 있던 석탄 화력발전소의 생산 한도를 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네덜란드의 에너지 위기 단계는 "비상"·"경고" 등 3단계로 이뤄져 있다. 로프 예턴 네덜란드 에너지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조치로 푸틴의 전쟁 자금으로 더 적은 돈이 흘러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는 네덜란드가 석탄 발전 생산 제한을 풀면 가스 사용을 연간 20억입방미터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네덜란드는 가스의 15% 가량을 러시아에서 수입해 왔다. 이날 네덜란드는 시추 작업 때 지진을 일으킬 가능성 때문에 당초 내년 말까지 생산량을 0에 가깝게 감축하려 했던 그로닝겐 가스전의 2023년 말 생산 예정량이 28억입방미터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앞서 19일 독일도 다가올 겨울에 대비해 석탄 화력발전소 재가동 방침을 밝혔다. 로베르트 하벡 독일 부총리 겸 경제장관은 이날 유휴 석탄 화력발전소를 2년 동안 한시적으로 재가동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독일의 석탄 발전 의존도는 2020년 기준 24%로, 이 정책이 시행되면 의존도가 30% 가량으로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같은 해 기준 천연가스 발전 의존도는 12%였다. 독일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에 필요한 가스의 절반 이상을 러시아에서 수입해 왔다. 녹색당 소속인 하벡은 이날 "상황이 심각하다"며 "정말 씁쓸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가스 사용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석탄 발전소 재가동 계획은 2030년까지 석탄 발전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려던 목표와 배치되는 것이지만 정부는 이 방침은 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도이치벨레>(DW)는 독일 의회는 다음달 8일 석탄 발전을 재개하는 것을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킬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매체는 에너지가 부족하다고 해도 원자력 발전을 재개하는 것은 고려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2020년 기준 전력의 13%를 원자력에서 얻은 독일은 올해 말까지 남은 3개의 원전을 모두 폐쇄할 예정이다. 19일 오스트리아 정부도 가동이 중단된 남부 멜라흐 지역의 발전소에서 석탄 발전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들 국가뿐만 아니라 이탈리아를 포함한 다른 EU 국가들도 석탄 발전소를 재가동하는 독일의 예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화석연료 감축을 선언해 온 유럽 국가들이 줄줄이 석탄 발전을 재개하기로 한 것은 러시아가 지난 주 가스 공급을 제한함에 따라 가스값이 일주일 새 50% 가량 오른 데다 이들 국가들이 실질적인 공급 부족 위험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지난주 러시아는 서유럽으로 향하는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가동 능력을 재차 감축해 공급량을 60% 가까이 줄였다.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스프롬 쪽은 공급 제한이 독일 지멘스 에너지가 제조한 노르트스트림 가스터빈 정비를 캐나다에 맡겼는데 제재로 인해 해당 장비를 돌려받지 못한 탓이라는 구실을 댔다. 그러나 하벡 독일 부총리는 이는 "핑계"에 불과하고 "가격을 끌어올리고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려는 전략"이며 "정치적 조치"라고 비난했다. 러시아로부터 가스 40% 가량을 수입하는 유럽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제재의 일환으로 석탄과 석유 수입 대부분 중단하기로 했지만 가스 수입까지 끊지는 못했다. 각 국은 분주히 대체 공급처를 찾고 있지만 주요 공급처 중 하나였던 미국 텍사스주 프리포트 가스 수출 터미널에서 8일 폭발이 일어나는 등 악재에 직면했다. 이 시설은 미국 가스 수출의 20%를 담당한다. 유럽 지역의 이른 폭염으로 인한 에어컨 가동 증가로 전력 수요는 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계속될 경우 유럽이 난방 수요가 증가하는 겨울에 에너지 부족에 시달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석탄 발전을 재개 방침을 밝힌 국가들은 대부분 이것이 임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이 위기를 화석연료로 퇴보하는 데 사용해선 안 된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정부의 초점이 여전히 "재생에너지에 대한 막대한 투자"에 맞춰져 있어야 한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마땅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에서 EU는 시민들에게 에너지 절약을 호소하고 있다. 폰데어라이엔은 에너지 절약이 "EU의 가장 효과적인 수단 중 하나"라며 유럽의 1분기 가스 소비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 감소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전했다. 폰데어라이엔은 산업체 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난방 기준) 희망 온도를 2도 낮게 설정하면 가스 사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독일 하벡 부총리도 "지금 상황에선 1킬로와트시만 덜 써도 도움이 된다"며 절약을 호소했다. 러시아의 이번 가스 공급 제한은 난방 수요가 급증하는 겨울에 이어질 '본편'을 위한 '맛보기'라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유럽이 구매 가격 상한을 설정하는 등의 공세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경제전문 싱크탱크 브뤼겔의 선임연구원 게오르그 자흐만은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완전히 끊기 전에 유럽 구매자들이 단위당 고정 가격을 제시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에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이건 우리 가스고, 우리의 게임이지' 라고 말하고 있는데 우리는 '이건 우리 돈이야, 우리 게임이지'라고 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0일(현지시각) 독일 풀하임에 위치한 니더라우셈 석탄 화력발전소 냉각탑에서 증기가 올라오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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