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물류센터 노동자들이 매년 폭염에 쓰러지고 있다. 올해 7월 동탄센터에서만 3명의 노동자가 현장에서 일하다 온열 질환을 호소하며 119로 병원에 이송됐다. 노동자들은 '유급 휴게시간 보장', '폭염대책 마련' 등 쿠팡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노동환경을 만들라고 촉구하며, 에어컨 모형의 상징물을 끌고 4일간 쿠팡 본사에서 동탄센터까지 걷고 또 걸었다. 쿠팡 본사 앞 천막농성도 한다. 노동이 존중받는 쿠팡을 만들기 위한 노동자들의 절규다.
이에 대해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는 같은 달 <아시아경제>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사정을 모를 리 없는데, 에어컨 설치만을 고집하며 쿠팡이 아무런 냉방 장치를 설치하지 않은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고 했다.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는 정 교수의 왜곡․편파 주장 글을 보도한 아시아경제에 반박 글 게재를 요청했지만, 게재 여부에 대해 '고려해보겠다', '다음 주 안에 답변을 주겠으나 정확한 날짜는 말하기 어렵다'고 시간을 끌며 사실상 게재를 거부하고 있다. 어느 집단보다 공정해야 하고, 시의성 있는 보도의 중요성을 잘 아는 언론이 말이다.
본지는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의 아시아경제에 실리지 못한 정 교수 글(관련기사 : )에 대한 반박 주장을 보도한다. <편집자주>
연일 섭씨 30도를 웃도는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장마가 끝나면서 본격적인 무더위와 열대야가 시작되어 지난 7월 26일 보름 만에 서울지역 폭염주의보가 내렸다. 당일 서울지역 낮 최고 기온이 33도에 이를 것이라고 예보 됐다. 같은 날 국회에서는 '폭염시기 노동, 온열병 예방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토론회가 열렸고, 다른 한편에서는 <아시아경제>의 '발언대' 코너에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가 작성한 '민주노총의 물류센터 에어컨 설치 주장 어떻게 봐야 하나'라는 주장 글이 게재됐다. 요지는 "쿠팡 측은 에어컨은 아니지만 냉방 장치를 설치했다고 하고, 대형 물류센터에는 에어컨 설치가 어렵고, 쿠팡이 법적인 조치를 위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노조가 이러한 사실을 모를 리가 없다"며 글을 맺고 있다. 그러나 사실을 모르는 것은 누구일까? 이런 고온의 날씨는 실외노동자에게도 위험하지만 냉방장치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실내에서 작업하는 노동자들에게도 치명적이다. 7월 26일 쿠팡 동탄물류센터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가 직접 측정한 결과에 따르면 작업 위치와 시간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온도는 최고 32.7도에 이르고, 습도는 최고 65%에 달했다. 아래 표를 보면 가장 선선해야 할 새벽 3시에도 기온은 전혀 떨어지지 않고 32.3도로 측정되었다. 이정도면 가만히 앉아서 쉬고 있어도 쉽지 않은 조건이다.
더구나 쿠팡물류센터는 살인적인 노동 강도로 악명이 높고 휴게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하루 만에 배송해주는 편리한 '로켓배송' 시스템은 매일매일 마감을 치며 발바닥이 닳도록 뛰어다니는 노동자들이 있기에 가능하다. 센터에 따라 조금씩 다른데 10분~15분씩 주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점심시간 외에 휴게시간이 아예 없는 센터도 있다. 휴게시간이 있는 경우에도 1시간마다 혹은 2시간마다 일정하게 주어지지 않고, 출근 얼마 후에 쉬고, 그 이후로는 퇴근할 때 까지 못 쉬기도 하는 등 효율성만 고려될 뿐 휴게시간의 의미를 충분히 담지 못하는 방식으로 주어진다. 휴게공간도 일하는 공간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서 다녀오면 휴게시간이 끝나버리기도 한다. 현실이 이러하지만 쿠팡측은 개선하기 위한 노력하기보다 현실을 덮기에 더 급급하고, 법․규정 이상의 일들을 하고 있다며, 노동자들이 거짓말을 한다고 매도하는데 더 부지런하다. 쿠팡물류센터는 거대한 창고형 건물이다. 그래서 물류센터는 '창고시설'로 분류되어 건축법, 기계설비법 등에서 정하고 있는 냉난방설비, 환기와 같은 기준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때문에 쿠팡물류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쿠팡물류센터를 사람이 아닌 물건만을 위한 공간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냉난방장치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공간에 환기도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으니 내부는 바람도 잘 통하지 않아 정말 '찜통' 속 같이 푹푹 찌는 열기가 그대로 빠지지 않고 지속된다. 여기에는 분명 그 공간에서 노동해야 하는 '사람'은 생각하지 않고 관행적으로 허가를 내주고 법이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뒷짐 지고 있는 관계당국의 문제도 분명 크다. 그러나 그 결과로 노동자를 고용하고 이윤을 추구하고 있는 쿠팡측은 법대로 따랐다는 말로 책임을 면피하거나, 더 나아가 거짓말로 상황을 모면하려 하기보다는 '사람'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데 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도리이지 않겠나. 쿠팡은 "근로자 개인용 냉난방겸용 공조기를 설치하고 냉난방 겸용 에어컨 공조장치, 덕트형 에어컨 공조 설비, 대형 산업용 선풍기, 이동식 에어컨 등을 물류센터 곳곳에 마련했다"고 선전한다. 그러나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전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설치를 했는데도 노동자들은 알 수 없는 곳에 한 것인지,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지만, 실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체감하지 못한다면 제대로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폭염대책에 대해서도 쿠팡은 정부 가이드라인 이상으로 시행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 듯이 굴지만 정부의 폭염 관련 가이드라인은 33도 이상 폭염 경보가 발령되면 매 시간마다 10분, 35도 이상 폭염주의보가 발령될 때 매 시간마다 15분의 휴식을 주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는 정말 마지노선의 수준이지 충분한 대책이라고 할 수는 없다. 게다가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필요한 시점에 휴게시간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업무의 효율성을 고려해 주고 싶을 때 부여한다. 쿠팡은 카드뉴스까지 만들어 쿠팡 동탄센터에 설치했다는 여러 대의 선풍기와 냉방장치 사진을 공개했다. 그 많은 냉방장치들과 여전히 30도를 웃도는 바람도 안 통하는 공간에서 숨 막히게 일하고 있다는 노동자들의 현실 사이의 간극은 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안전공학자' 정진우 교수의 글로 돌아가 보자. '안전'공학자라면 더구나 책상머리에 앉아 쿠팡 측의 일방적인 주장을 받아 적을 것이 아니라, 쿠팡이 했다는 냉방장치는 실효성이 있는지, 물류센터에는 에어컨 설치가 정말 불가능한지 면밀하게 검토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고민 보아야 했다. 공항이나 대형 쇼핑몰은 추울 정도로 냉방이 가능하고 자동차공장도 되는데, 왜 물류센터는 아예 안 된다고 하는 것인지 나와 같은 일반인으로서는 이해하기가 어렵다. 쿠팡물류센터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것은 특별한 어떤 것이 아니다. 정진우 교수는 글에서 "노동자들이 어떤 냉방장치도 다 됐고 에어컨만 내 놓아라"라고 주장한다는 식으로 왜곡했지만, 노동자들의 바람은 '사람'이 일할 수 환경이 되도록 온도를 낮추어 달라는 것이다. 지난 5월 29일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최근 6년간(2016~2021년) 여름철 폭염으로 인한 온열 질환 산재는 총 182명, 이중 29명이 사망했다. 사람이 일하다 죽을 수도 있는 문제에 누구의 '주장'이 맞니 틀리니 갑론을박할 문제가 아니라 노동자들이 실제 어떤 환경에서 일을 하고 있는지 현실과 팩트를 통해, 어떤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할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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