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월 쿠팡 동탄물류센터에서만 3명의 노동자가 온열 질환을 호소하며 쓰러지는 등 쿠팡의 노동환경과 관련한 문제가 이어지는 가운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야 위원들이 오는 17일 쿠팡 물류센터를 방문하는 현장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현장 점검 동선을 쿠팡이 구성하고, 점검에 함께하는 동행인에 현장 노동자가 빠져있어 환노위원들이 노동자들의 더위 현장을 제대로 체감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프레시안> 취재를 종합하면 국회 여야 환경노동위원회 위원들은 지난 4일 환노위 전체 회의에서 쿠팡 동탄물류센터의 노동환경 현장 점검 방문을 합의했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제안하고 여야가 이례적으로 동의를 하면서다. 이 의원은 "쿠팡은 임대건물이어서 냉방기 설치가 어렵다고 하고, 정부는 실내이기 때문에 고열사업장이 아니라고 한다"며 "한참 늦은 일이지만, 이렇게라도 현장의 어려움과 실태를 직접 확인할 기회를 갖게 되어 다행"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점검에 나선 환노위원들은 노동자를 만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쿠팡 동탄물류센터 현장 점검에 노동자는 단 한 명도 참석하지 않는다. 쿠팡 사측에서는 정종철 쿠팡풀필먼트 법무부문 대표이사를 포함한 6명의 임원이 참석할 예정이다. 조정래 지역 총괄관리자, 이석훈 동탄센터장, 김성민 안전관리총괄, 정채현 안전관리 본부장 등도 참석할 예정이다. 환노위 위원들이 마주하게 될 현장 동선도 쿠팡 사측이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 방문 동선은 '동탄센터 주차장(2문 통과) → 3층 회의실 → 3층 옥외휴게실 → 3층 현장 → 3층 실내휴게실 → 2층으로 이동 → 2층 현장 → 2층 실내휴게실 → 1문 도크장 → 3층 회의실로 복귀'로 정해졌다. 동선이 구체적으로 설명된 것은 아니지만 노조는 쿠팡 측이 짠 동선이 실제 더위 이슈를 제대로 보여주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핵심 구간은 3층인데, 3층은 크게 3-1층, 3-2층, 3-3층으로 나뉘는 '메자닌 구조'로 이뤄졌다. 노조는 쿠팡 측이 환노위원들을 이 가운데 작업 환경이 쾌적한 3-1층으로만 안내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번 사태의 핵심적 작업 공간의 실사 가능성이 여전히 뚜렷하지 않은 셈이다. 올해 7월 동탄물류센터에서 쓰러진 3명의 노동자 모두 메자닌 구조에서 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병조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장은 "쿠팡이 정한 동선을 살펴보면 외부와 공기가 순환이 되는 시원한 곳만 골라서 가게 된다"며 "실제 노동자들이 일하는 공간은 3-1층이 아닌 철판 바닥으로 구성된 3-2층과 3-3층이다. 아래 철판에선 열이 올라오고 위에서도 열이 내려와 그야말로 '찜통'"이라고 말했다.
이어 "메자닌 구간에는 틈이 굉장히 좁게 물건이 가득 쌓여있다. 선반과 선반 사이는 밀고 다니는 카트의 폭과 동일하고 사람은 겨우 움직일 수 있는 수준"이라며 "통로가 좁고 아래는 철판 바닥이면 공기 순환이 안 되고 비라도 오는 날에는 푹푹 찐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노동자들이 진짜 일하는 곳을 국회의원들이 직접 갔으면 좋겠다"며 "현재 사측 동선으로는 실제 노동자들이 더위에 고통받고 쓰러지는 현장을 체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 메자닌 구조?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당시에도 문제가 됐던 '메자닌 구조'는 창고에서 물건을 가장 효율적으로, 최대한 많이 쌓아놓기 위해 설계된 방식이다. 높은 층고의 공간을 층층이 복층처럼 나눠서 물건을 쌓는 것으로 창고형 쇼핑몰로 대표적인 이케아를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쿠팡의 물류센터엔 쇼핑을 하는 장소인 이케아와 다르게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지 않다. 그 결과 창고 공간에 빈틈없이 물건이 가득 차게 되고 공기의 순환이 되지 않아 더운 공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된다. 쿠팡의 '롤모델'이자 물류창고를 기반으로 한 아마존에서도 이와 같은 폭염 이슈가 있었다. 2011년 아마존은 무더위 기간 동안 구급대원을 외부 구급차에 주차시키고, 업무에 복귀하지 못하는 노동자들을 집으로 보내거나 인근 병원으로 이송시켰다. 이들을 치료한 의료진은 아마존의 노동환경이 '안전하지 않은 환경(unsafe environment)'이라며 신고했다. 아마존의 '안전하지 않은' 노동환경이 알려지고, 아마존 노동자들의 시위도 잇따르자 2012년 제프 베이조스 최고경영자(CEO)는 5200만 달러(약 590억 원)를 들여 미국 전역의 아마존 물류창고에 에어컨을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다. (관련기사 : )
쿠팡 노동자들은 또한 사측이 내놓은 폭염대책도 노동자가 이용할 수 없는 '그림의 떡'이라고 밝혔다. 민 지회장은 "쿠팡은 휴게실에 에어컨을 달았다고 홍보하지만 실제로 노동자들은 쉬는 시간이 부족해서 휴게실에 가지 못한다"며 "식사시간 60분을 제외하면 휴게시간은 10분이 있는데 휴게실이 멀기 때문에 갔다 왔다 하면 휴게 시간이 끝나고, 그마저도 휴게소 수용인원이 너무 적어서 안 가는 분들이 더 많다. 진짜 '그림의 떡'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얼마전 노동자들을 일부 뽑아서 청소하지 않던 작업공간을 대청소 시켰다고 들었다"며 "어이가 없고 분노한다. 사단장님 오신다고 전부 청소하는 군대의 보여주기식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국회의원들이 직접 노동자들을 만나서 현장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번 쿠팡 실사에서 환노위원의 동선에 노동자가 참여하지 못한 이유는 여야 합의 불발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폭염이 있고 노동자들의 근무환경이 열악하다는 지적을 수용해서 상황을 현장 점검하게 되었지만, 현장에서까지 노사를 붙여 놓을 상황은 아니"라며 "국회의원들이 작업환경 조건을 살펴보고 노동자들의 이야기는 따로 만나 들을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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