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역 살인 사건 과정과 유사한 '성폭력 2차 가해'가 서울교통공사 내부에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김정섭 서울교통공사 노조 교육선전실장은 20일 오전 서울시청 본청 앞에서 열린 노조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자리에서 "사내 성폭력 가해자가 합의 종용을 위해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등의 2차 가해가 있었다"며 "노조 주관으로 (사측이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사내 성폭력 사례를 수집하고, 시스템 개선 방안을 마련 중이다"라고 밝혔다.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은 서울교통공사의 미흡한 성폭행 피해자 보호 시스템 관련해서 공사 내부의 사내 성폭력 (대응) 프로세스 점검을 요구했다. 현재 신당역 살인사건과 관련해선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가해자 전주환 씨의 스토킹이 3년 동안이나 이어졌음에도 공사가 이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신당역 사건의 가해자 전 씨는 지난해 10월 불법촬영 및 협박 등의 혐의로 긴급 체포되고 그 직후 직위해제되었음에도 공사 내부망을 통해 피해자 정보에 접근했다. 공사는 '최종 판결이 나오기 전엔 징계 절차를 밟을 수 없어 직원 권한이 유지된 것'이라는 입장이다. 김 교선실장은 이를 두고 "사법당국이 (구속 조치 등을 하지 않아)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내부 성폭력 사건 점검 결과, (신당역 사건 외에도) 사내 성폭력으로 가해자가 직위해제됐음에도 가해자 본인이나 가해자의 가족, 지인 등이 피해자에게 접촉하는 사례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사법기관 판단에만 의존하는 사내 시스템으론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가해자의 '2차 폭력'에 대응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실제로 노조 측이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사내 성폭력 피해 사례를 모니터링한 결과 △성폭력 가해자가 피해자의 집에 찾아와 몸싸움을 벌인 경우 △가해자의 가족(형수)이 근무지 역사에 찾아와 선처·합의 등을 종용한 경우 등 다양한 방식의 2차 피해 양상이 신고됐다. 가해자와 친분이 있는 동료들이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은근히 압박을 행사하는 경우도 있었다. 김 교선실장은 "(2차 피해와 관련한 대부분의 경우가) 가해자 측이 합의 등을 얻어내기 위해 벌이는 일"이라며 "물론 회사가 직접적인 사법조치를 내릴 순 없겠지만,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피해가 양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당역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 보호에 대한 사측 책임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자, 공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가해자 형사입건에 대한) 구체적인 사유와 피해자 신원은 몰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김 교선실장은 "현재 마련돼 있는 (사내) 성폭력 매뉴얼에 기반해 생각해 봐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현행 사내 매뉴얼에 따르면 "피해자 본인은 물론 다른 사람이라도 (성폭력 사건을) 인지하는 순간 성폭력 대응 프로세스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조에 따르면 가해자 전 씨는 지난해 10월 8일 15시경 불법촬영 및 협박 등 혐의로 경찰에 긴급 체포됐고, 경찰은 그 직후 16시경 당시 전 씨의 근무지인 서울지하철 3호선 모 역사를 압수수색했다. 김 교선실장은 "(가해자가 체포된) 바로 당일에 역사를 압수수색했는데 회사는 (가해자가) 무슨 사유로 체포됐는지도, 피해자가 누군지도 모른다고 한다. 말 도 안 되는 일"이라며 "역사엔 부서장이 상근 근무 중이고, (압수수색 이후) 직장 동료들도 사건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들었다"고 주장했다. '사건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는 공사 측 주장이 사실이라면, 현재 공사엔 휘슬블로어 등 성폭력 사건과 관련한 익명 제보 시스템이 존재함에도 사건이 벌어지기까지 그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꼴이다. 기존 성폭력 매뉴얼을 제도적으로 개선함과 더불어 '매뉴얼이 있어도 제대로 작동은 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하는 이유다. 노조는 현재 △성폭력 사건 가해자에 대한 사측의 접촉 금지 통보 및 위반 시 가중 처벌 제도 △사건 진술 원활화를 위한 동행 간부 성폭력 상담 교육 등 성폭력 대응 매뉴얼 개선책을 마련해 22일 공사와의 특별교섭에 임할 예정이다. 다만 김 교선실장은 "피해자 모니터링도 개선안 마련도 아직 초기 단계"라며 "앞으로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직장 동료에 의한 2차 가해 정황 등 최대한 많은 사례를 수집하고 개선책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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