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용산구 내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이지우(가명, 18) 씨는 23일 학교에 가지 않았다. 대신 '앞으로의 5년 기후대응 골든타임'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용산역 앞 광장에 나왔다. 기후위기 대책을 촉구하기 위해 등교를 거부하는 기후파업에 참가했다. 스웨덴 환경활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2018년 매주 금요일마다 진행한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을 시작한 이후 전 세계 청소년들은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forfuture)이라는 기후운동 네트워크를 조직했다. 네트워크는 1년에 2~3번의 글로벌 기후파업을 진행하며 모든 세대를 위한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해 왔다. 이번 23일 글로벌 기후파업의 날 슬로건은 '이익이 아닌 사람'(People Not Profit)이다. 한국에서는 청소년기후행동이 기후파업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 3월 광화문 기후파업 시위에 이어 23일에는 '우리도 위기가 보여'라는 이름으로 또 한 번의 기후파업을 진행했다.
3월 기후파업 때는 학교를 무단결석했고, 이번에는 병가를 내고 왔다는 지우 씨는 "세계 각국에서 일어나는 산불이나 기후재난을 보고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분리수거 등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는데 그걸로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성우를 꿈꾸고 있는데 지금의 기후위기 대책으로는 내 꿈을 이룰 지구 자체가 사라질 것 같다는 생각에 정부에 기후대책을 요구하려고 나왔다"라고 말했다. 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박채윤(16) 씨 또한 학교에 가지 않고 기후파업에 동참했다. 박 씨는 "중학교 시절의 여름을 떠올리면 화창한 여름날이 아니라 잦은 태풍과 기록적인 폭염이 떠오른다"라며 "정부는 재난을 막지 못했고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에게 돌아오고 있다"라며 기후재난을 막기 위해서는 탄소배출량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후파업을 조직한 청소년기후행동 측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 수 있다"라며 정부에게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 당사자가 참여하는 기후위기 해결 논의 구조, 사회 안전망 확보 등을 요구했다.
특히 주최 측은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를 2017년 대비 70%"로 상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한국은 2018년 대비 2030년까지 온실가스의 40%를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국제사회에 제출한 상황이다. 그러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등 기후과학자들은 국제사회에 제출된 NDC 목표로는 산업혁명 이전보다 평균 기온 상승을 1.5도 이내로 제한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하며 감축목표 상향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청소년기후행동은 "(온실가스 감축은) 나만 잘하면 살아남는 경쟁이 아니라 누구 하나라도 잠수타면 점수가 깎이는 지옥의 조별 과제"라며 "우리나라는 감축 역량과 배출책임을 고려하여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청소년기후행동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법)과 시행령에 명시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생존권, 평등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 소원을 제기한 바 있다. 기후파업에 참여한 청소년 및 환경단체는 "위기는 미래의 일이 아니고 특정 피해자나 세대만의 문제도 아니다"라며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며 대통령 집무실 인근까지 행진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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