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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병원은 일단 한 번 성장하면 줄어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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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영리병원은 일단 한 번 성장하면 줄어들지 않는다" [서리풀 연구通] 영리병원에 대한 근거없는 착각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과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원주 갑) 사무실 앞에 모였다. 최근 강원도에 영리병원 설립의 근거로 활용될 수 있는 법안을 발의한 것에 항의하기 위해서다. 국내 첫 영리병원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제주도 녹지국제병원의 개설 허가가 두 번째로 취소된 지 채 불과 4개월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관련 기사 : "영리병원은 '병원'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 영리병원을 도입하려는 측에서는 운영의 효율성과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더욱이 외국인을 대상으로 의료관광 수입까지 올릴 수 있으니 국가적으로도 이득이라고 주장한다.

과연 그 주장은 맞는 말일까? 오늘은 몇몇 국가에서 영리병원의 시장점유율이 늘어나는 이유가 영리병원의 효율성이 더 높아서가 아니며 각 국가의 정치경제적 요소가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제우리센 연구팀의 논문을 소개하고자 한다.(☞ 바로 가기 : ) 저자들은 기존 연구들을 검토한 결과, 일반적으로 영리병원이 비영리병원이나 공공병원보다 더 우수한 성과를 낸다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영리병원이 더 높은 비용을 청구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였다. 또한 미국, 영국, 독일, 네덜란드 4개국에서 영리병원의 시장점유율 변동 추세를 살펴보고, 국가별로 영리병원이 발달해온 역사를 탐구했다. 그 과정에서 국가별 영리병원의 성장률 차이를 (1)자본조달 계획, (2)의사의 경제적 이해관계, (3)집권 정당의 정치적 성향과 연결지어 살펴보았다. 세 가지 요소는 다음의 방식으로 영리병원의 성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첫째, 모든 병원은 생존과 성장을 위해 시설 투자가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자본조달이 중요하다. 영리병원은 투자자나 은행 대출,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주가 수익률이 높은 영리병원은 주식 판매를 통해 성장에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 반면 비영리병원은 자선기금, 정부 보조금, 면세 채권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자본조달이 자유롭지 않다. 한편 정부의 재정 관련 규제는 영리병원의 성장에 제약이 될 수 있다. 둘째, 의사의 경제적 이해관계와 인센티브 제도가 영리병원의 성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영리병원은 의사에게 더 높은 급여를 제공하거나, 반대로 이익 최대화를 위해 (비)의료진의 급여를 줄일 수 있다. 비영리병원 의사의 경우 사회적이고 이타적인 목적에서 더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셋째, 일반적으로 좌파 성향의 정당은 우파 성향의 정당에 비해 반상업적인 공공정책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좌파 성향 정당이 집권하는 동안 영리병원 성장률은 비교적 낮을 것으로 예측된다. 다음 '그림'은 미국, 영국, 독일, 네덜란드의 영리병원 병상 점유율 추이와 집권 여당의 정치적 성향을 보여준다. 영리병원의 점유율은 통일 이후 독일에서 가파르게 증가했으며, 미국에서도 1960년대 이후 상당 수준 증가했다. 반면 영국에서는 영리병원의 성장세가 비교적 느렸고, 네덜란드에서는 영리병원이 거의 자리잡지 못했다.
▲ [그림] 국가별 영리병원의 전체 병상 점유율 추이와 기간별 집권 여당의 정치적 성향. 
저자들은 앞서 설명한 세 가지 요인(자본조달 계획, 의사의 경제적 이해관계, 집권 정당의 정치적 성향)을 기준으로 네 국가에서 발견되는 영리병원 성장세의 차이를 설명한다. 가장 중요한 요인은 영리병원의 자본조달과 관련된 공적 지불 시스템이었다. 여기에는 자본 보조금 및 투자 수익에 대한 접근을 결정하는 규제, 영리병원의 치료비를 공적 프로그램에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 비용 통제 정책 전반의 효과가 포함된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에는 4개 국가 모두 민간투자 자금이 부족하여 정부 주도로 병원시설이 확충되었으나, 1965년~1990년 기간 동안 미국의 메디케어 프로그램은 영리병원에 더 많은 자본을 지급하여 영리병원이 비영리병원이나 공공병원보다 경쟁우위를 갖게 되었다. 독일은 1970년대~1980년대에는 영리병원이 공적 의료자금에 부분적으로만 접근할 수 있었으나, 1990년대 초 주식 판매를 통한 민간자금 조달이 허용되면서 민간 차원에서 현대화가 필요한 동독의 병원들을 인수하여 영리병원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영국은 NHS가 설립된 이래로 자본 부족 문제가 심각했는데 공공영역에서의 불충분한 자금은 민간 공급자로부터 적당한 자금을 유치하도록 했다. 반면 네덜란드는 병원이 투자자에게 이익을 분배하는 것을 금지하여 영리병원이 자리를 잡기 어려웠다. 다음으로, 의사의 재정적 이해관계 역시 4개 국가 모두에서 영리병원의 성장 초기 단계에서 영향을 미쳤으나 최근 몇 년 동안에는 영향세가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영리병원의 성장 초기 단계에 의사들에게 주식을 제공하는 등 재정적 혜택을 부여했으나, 현재는 의사 소유 병원이 줄어들고 벤처 캐피털이나 사모펀드 등에 의해 운영되는 병원이 늘어나는 추세다. 독일에서는 대부분의 영리병원 의사의 임금이 다른 유형의 병원 의사보다 낮다. 이는 소수의 거대 체인이 의료시장을 지배하게 되면서 의사들의 임금 협상력이 낮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정치적 환경은 영리병원의 성장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좌파 성향 정당의 집권 시기에 영리병원의 성장세가 더딜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미국과 독일에서는 좌파 성향 정당이 집권하는 동안 영리병원이 상당한 수준으로 성장했다. 영국은 1970년대 중반 영리병원 체제를 되돌리려는 좌파 정당의 노력이 의사 집단의 강한 저항으로 인해 실패했으며, 오히려 독립적 영역에서 상업적 변혁을 유도했다. 집권 정당의 성향이 영리병원의 성장 혹은 억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미미하게 나타난 까닭은 병원의 특성, 그리고 시장의 힘과도 관련 있다. 즉 병원은 단기간 내에 건립되거나 환자를 확보할 수 없고, 일단 영리병원이 일정 수준 이상의 시장을 점유하게 되면 스스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는 점도 중요하다. 이런 결과를 통해, 저자들은 공적 자본 상환계획이 보건사업을 어떻게 '조종'하는지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제언하면서 '영리병원은 일단 한 번 성장하면 줄어들지 않는다'고 경고한다. 재정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공공병원 혹은 비영리병원을 민영화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지만, 민영화를 되돌리기란 어렵고 상당한 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도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전체 의료기관 중 5.4%(2020년 기준)에 불과한 공공병원이 더욱 확충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연구로 증명되듯이 영리병원이 더 비용 효율적이고, 우수한 성과를 낸다는 것은 정치경제적 수사이자, 사회적 통념이지 과학적 사실과 전혀 다르다. 정부는 또 다시 영리병원에 대한 잘못된 착각으로 시간을 지체할 것이 아니라, 시급하게 공공병원 확충에 매진해야 한다. *서지사항 - Jeurissen PPT, Kruse FM, Busse R, Himmelstein DU, Mossialos E, Woolhandler S. For-Profit Hospitals Have Thrived Because of Generous Public Reimbursement Schemes, Not Greater Efficiency: A Multi-Country Case Study. International Journal of Health Services. 2021;51(1):67-89. doi:10.1177/0020731420966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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