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성가족부 폐지' 이슈에 대한 절차적 공정성 문제가 집중 제기됐다. "충분한 논의를 거듭했다"는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의 답변이 반복되자 야당으로부터 "(여가부는) '답정너' 간담회만 진행하지 않았느냐"는 지적까지 나왔다. 25일 오후 국회에서 진행된 여가위 국정감사 현장에선 당초 예상됐던 대로 '여성가족부 폐지'를 둘러싼 야당 측 위원들과 김 장관의 첨예한 대립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기본소득당 등 여가부 폐지에 반대하는 야당 측 위원들은 △정부여당의 여가부 폐지 방침이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지 못한 채 졸속으로 추진됐으며 △여가부를 폐지함으로써 여가부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김 장관의 입장이 내용적으로도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그 과정에서 일부 위원들은 "담당 부처의 폐지만을 업무로 수행하는 장관은 감사를 받을 자격이 없다"는 '자격논란'까지 제기했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여가부는 (지난 6월 17일 여가부 폐지를 위한 전략추진단이 구성된 후) 4개월 동안 12번의 회의를 가졌다고 했다"며 "그런데 여가부의 기능을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 확대해야 한다는 회의 내의 주장은 (정부조직법 개편안에) 하나도 반영이 안 됐지 않았느냐"라고 지적했다. 이에 김 장관은 "보건복지부로 (여가부를) 이관해야 한다는 분도 계셨고, 다양한 의견이 있었다"며 "다만 개편안은 내각에서 만들어내는 것이고 전략추진단을 꾸린 것 자체가 회의 내용을 무조건 개편안에 다 수용하는 시스템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 장관은 "반영할 생각이 없었다면 (추진단 회의가) 별 효용성이 없었다는 것 아닌가"라는 장 의원의 반문에는 "(반영)한 부분도 있다"고 답했다. 국정감사 과정에서 김 장관은 "(여가부 폐지 방침은) 행정안전부와 여성가족부, 또는 민간 전문가들과의 충분한 논의 끝에 나온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야당 측 위원들은 "회의록 하나 없는 논의를 어떻게 믿을 수 있는가" 반문했다. 이원택 민주당 의원은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 충분히 논의했다는 말을 계속 하시는데, 정부부처를 폐지한다는 큰 건을 다루면서 공식적인 기록이 하나도 없는 게 말이 되나"라며 "결국 갑자기 끌고 가는 부실한 조직개편이 아닌가, 제 눈엔 이렇게 보여진다"고 지적했다. 김 장관은 "일일이 기록을 남겨서 논의하기 보다는 저와 이 장관이 전화나 대면으로 여러 차례 얘기했다"고만 답했다. 전략추진단 및 관련단체 등과의 간담회 기록이 부실한 것에 대해서도 "기록되는 걸 부담스러워 하신 분들이 있었다"는 정도의 답변으로 일관했다.
"충분히 논의했다"는 김 장관의 답변이 반복되자, 질의에 나선 홍정민 민주당 의원은 "여성가족부 폐지 의견수렴 간담회가 열렸는데 1차 간담회에선 '(폐지 방침이 정해졌으니) 찬반 의견은 소용없다'는 전제 하에 진행됐고, 2차 간담회는 아예 개편안이 확정된 이후 열렸다"며 "결국 답을 정해놓고 면피용 간담회만 진행한 '답정너' 간담회였다"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 "다 잘될 것" 네 글자만 반복 … '논의' 실종된 여가부 폐지 간담회)
한편 정부여당발 정부조직법 개편안이 통과될 경우 여가부의 기능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등으로 이관된다. 김 장관이 "양성평등 정책 등 여가부의 기능이 유지·강화돼야 한다는 말에 대해선 저도 동의한다"고 분명히 밝히면서도 "여가부를 폐지하고 그 기능을 이관하는 것은 양성평등 정책을 더 효율적으로 실행하는 길"이라고 주장하면서, 여가부 폐지 및 기능 이관이 '정말로 여가부의 기능을 강화하는 길인가'라는 질의도 도마에 올랐다. 이 의원은 "23년도 여성정책국 예산안을 보면 사업내용에 있어서 21년도, 22년도와 별 차이가 없다"며 "여성정책을 더 효율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여가부를 폐지한다면 사업적으로 무슨 차이가 있어야 하는데 그 차이가 안 보인다"고 지적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과거 '성추행 사건 늑장처리'로 물의를 빚었고, 보건복지부에선 최근 국장급 고위공무원이 불법촬영 혐의로 잡혀 들어갔다"며 "이런 부처들에 성평등 정책을 맡겨놓고 전문성을 논할 수 있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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