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정부 시위가 6주 넘게 지속되고 있는 이란에서 2000명 가량의 시위대가 공개 재판에 직면했다. 수백 명의 시위대에 사형 선고가 가능한 혐의가 적용됐다. 이미 재판을 받은 시위 참여자의 경우 단 한 번의 심리로 사형이 선고됐다는 가족의 호소도 나왔다. 영국 BBC 방송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각) 이란 사법부가 최근 지속된 반정부 시위와 관련해 테헤란에서 약 1000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이들에 대한 공개 재판이 이번 주 내 열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테헤란 밖에서 구금된 1000명이 넘는 시위대도 공개 재판을 받게 돼 2000명이 넘는 인원이 공개 재판에 직면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란 정부는 정확한 체포 규모를 밝히지 있지만 인권운동가들은 반정부 시위에 참여해 체포된 시민 수가 1만4000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AP> 통신에 따르면 골람호세인 모흐세니 에제이 이란 사법부 수장은 이날 "체제를 전복시키려 하는 자들은 외부 세력에 의존하고 있으며 법적 기준에 따라 처벌할 것"이라는 방침을 내세우며 "판사들이 이번 폭동 사건을 정확하고 신속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사법 처리 과정에서 단순히 거리에서 불만을 표출한 이들과 체제를 전복시키려는 이들을 달리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법 당국은 수백 명의 시위대가 사형을 언도 받을 수 있는 '지상 최대의 부패', '신에 대한 전쟁' 혐의를 받고 있다고 했다. 시위대에 대한 재판은 이미 진행 중이다. BBC는 현지 언론을 인용해 경찰관을 구타하고 죽였다는 이유로 '지상 최대의 부패' 혐의를 받는 남성과 칼을 사용해 경찰을 공격하고 정부 기관 건물에 불을 질렀다는 명목으로 '신에 대한 전쟁' 혐의를 받는 남성을 포함해 5명의 시위 참여자에 대한 재판이 지난달 29일 테헤란 혁명법원에서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시위 참여자에 사형 선고가 내려진 정황도 있다. <가디언>을 보면 시위에 참여한 뒤 '지상 최대의 부패' 혐의로 체포된 모함마드 고바들로(22)의 어머니는 지난달 31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아들이 변호사 없이 조사 받고 단 한 번의 심리로 사형을 선고 받았다. 이것이 이슬람 정의인가"라고 비판했다. 호세인 살라미 이란혁명수비대(IRGC) 총사령관은 지난달 29일 "오늘이 폭동의 마지막 날이다. 더 이상 거리로 나오지 말라"고 시위대에 최후통첩을 내렸지만 시위는 멈추지 않고 있다. BBC는 30일에도 10곳이 넘는 대학에서 벌어진 시위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공유됐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1일에도 이란 전역의 학생들이 시위를 벌이며 보안군과 맞닥뜨렸다고 보도했다. 이란에서는 지난 9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테헤란에서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22)가 지도 순찰대에 끌려간 뒤 의문사한 사건을 계기로 6주 넘게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란 전역에서 고등학생부터 석유 산업 노동자들까지 폭넓은 계층의 시위 참여가 이뤄지고 있음에도 이란 정부는 시위가 외부 세력에 의해 추동되었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강경 진압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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