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제27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 불참하기로 했다. COP가 '그린워싱'의 장으로 변질됐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COP은 권력 있는 자가 그린워싱을 통해 자신을 홍보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지난 7월에는 환경운동가들이 인권 탄압을 자행하는 이집트가 COP27 개최국이 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기업들이 COP27을 활용해 그린워싱을 시도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전 세계 주요 환경단체들은 특히 COP27의 후원사 중 하나인 코카콜라를 강하게 비난하면서 후원사 명단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했다. 코카콜라가 4년 연속 '세계 최고의 플라스틱 오염자'로 선정됐고, 플라스틱 쓰레기에 대한 책임에 반대하는 로비를 해왔으며, 노조 활동을 위협하는 등 행태를 취해왔기 때문이다. COP27을 둘러싼 국제적인 여건도 좋지 않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여파로 전 세계는 에너지·식량 위기를 겪고 있고 국제협력보다는 각자도생으로 치닫고 있다. 올해 초 주요 20개국(G20)이 모인 회의에서도 환경 관련 합의가 불발되는 등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다자간 논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COP27 의장국인 이집트의 외무장관은 이러한 상황을 우려하며 세계 지도자들에게 2015년 파리협정에서 약속한 공약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국내에서도 COP27에 관심은 아주 미미하다. 정부는 물론 산업계와 학계, 시민사회에서도 이렇다 할 대응 논의를 찾아볼 수가 없다. 한국이 국제기관으로부터 3년 연속 기후변화 대응에 대해 '매우 불충분'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한국 공적 금융기관들의 화석연료 투자금액이 일본, 캐나다에 이어 세계 3위를 기록했다는 소식도 그리 화제가 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COP27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COP27에서의 결정이(성공이든 실패든) 기후위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특히 기후위기에 책임이 상대적으로 혹은 아주 적은 국가와 계층, 세대가 피해를 더 많아, 아주 많이 감당해야 하는 까닭이다. COP27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한 손실과 피해 배상'이 주요 의제로 등장할 전망이다.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는 인위적인 기후변화로 초래된 기상이변 및 해수면 상승 등으로 인한 피해를 의미한다. 선진국 때문에 발생한 기후변화로 개발도상국들이 손실과 피해를 보고 있지만, 그동안 제대로 된 배상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은 그동안 구체적인 책임소재와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배상을 반대해왔다. 지난 COP26에서 채택된 글래스고 기후협약에서도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의 반대로 손실 및 피해에 대한 보상기금 문제가 빠진 바 있다. 하지만 선진국들이 책임을 회피하는 사이 손실과 피해는 점점 더 그 규모가 커지고 있다. 기후위기에 대한 국가별 책임은 주로 국가별 누적 온실가스 배출량으로 가늠할 수 있다. 1960년부터 2019년까지의 누적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미국이 22%로 1위, 중국이 16.6%로 2위이며, 러시아가 7.8%로 3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1.3%로 16위를 기록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상위 20위까지의 누적 배출량 비율은 81.2%에 달한다. 기후위기의 책임은 이들 국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기후위기에 따른 국가별 책임과 피해 규모 사이의 인과관계를 밝혀내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학술지 '기후변화'에 최근 게재된 '역사적 기후 피해의 국가별 책임(National attribution of historical climate damages)'이라는 논문은 처음으로 개별 국가가 온실가스 배출로 다른 국가들에 끼친 경제적 피해를 계산했다. 미국 다트머스대학교 연구팀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이 1990~2014년 동안 온실가스 배출로 세계 다른 국가들에 끼친 경제적 손실은 각각 1조9100억달러(2722조원)와 1조8300억달러(2608조원)에 이른다. 미국과 중국이 전 세계에 끼친 경제적 손실은 전체 피해액의 3분의 1에 달했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인도, 브라질 등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5개 국가가 같은 기간에 미친 경제적 피해는 총 6조달러(855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 전 세계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11%에 해당한다. 또한 온실가스 배출 상위 10개국이 유발한 경제적 손실은 전체 피해액의 3분의 2 이상이었다. 연구에서는 한국의 책임이 언급되진 않았지만, 한국도 누적 배출량이 16위인 만큼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다. 더욱이 최근 탄소중립 달성과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국제적인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거세다. 국제 환경협력단체 기후투명성(Climate Transparency)은 최근 보고서에서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에 석탄발전 폐지 시기가 늦고 최근 정부가 재생에너지 비중 목표를 낮춘 것을 지적하며 에너지전환에 역행하는 것으로 평가했다. 주요 20개국(G20)에 비해 한국은 화석연료 비중이 높고 재생에너지 비중은 매우 낮은 편이다. 지난해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은 6.3%로 G20 평균(29%)에 크게 못 미치며, 2030년이 되더라도 도달하지 못한다. 반면에 한국의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13.8톤으로 G20 평균(7.5톤)보다 2배 가까이 많아 독보적인 온실가스 다배출 국가로 분류된다. G20의 1인당 평균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3년부터 2018년 사이 0.7% 감소했는데, 한국은 3% 증가했다. 한국의 1인당 에너지 사용량도 G20 평균의 2.5배 수준에 이른다. 이번 COP27에서는 한국을 포함한 선진국들이 기후 위기의 책임을 인정하고 손실과 피해를 배상할 수 있는 기금을 만드는 데 합의해야 한다. 국제시민단체 '손실과 피해 협력'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THE COST OF DELAY-Why finance to address Loss and Damage must be agreed at COP27)에 따르면 화석연료 기업이 얻은 이익이 기후재난으로 인한 개도국의 피해액보다 60배나 많다. 2000년 이후 기후변화에 취약한 55개 국가의 기후변화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5250억달러(741조원) 규모였지만, 같은 기간 화석연료 산업이 얻은 이익은 31조3150억달러(4경4185조원)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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