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갈등이 사회통합의 걸림돌이라면, 이 갈등을 만들어낸 윤석열 정부야말로 걸림돌이다."
- 윤택근 전국 민주노동조합총연맹 수석 부위원장
전국 692개 시민단체가 '여성가족부 폐지 저지와 성평등 정책 강화를 위한 범시민사회 전국행동'을 발족했다. 여성, 노동, 종교, 청소년, 인권 단체 등 총 692개에 달하는 범시민사회 단체들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누리홀에 모여 '전국행동 발족 기자회견'을 열고 "여성가족부 폐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막아내고, 국가 성평등 정책 강화를 통한 성평등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한국사회가 "여전히 세계성격차지수 99위로 여성의원 비율은 100위권 밖이며, (기업 등) 고위직·관리자 비율의 성별 격차는 125위, 소득 격차는 120위로 조사대상국 가운데 최하위"라며 "정부는 오히려 여성가족부의 성평등 정책 총괄·조정의 권한과 기능을 확대하고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尹 정부 '여가부 폐지'엔 논리 없어 … 갈라치기 정치 전략"
앞서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지난달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여성가족부·여성단체장 정부조직개편안 간담회' 직후 "이번 간담회는 의견수렴이 아니라 (여가부 폐지를) 통보하기 위한 자리"였다며 "전국적인 공동행동에 나설 것"이라 예고한 바 있다. 이번 전국행동 발족식은 지난달 30일 선포된 이태원 참사 국가 애도기간이 종료된 이후 여가부 폐지에 대응 하는 시민사회가 처음으로 진행한 '전국적 공동행동'이다. 단체들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단체 묵념을 진행하며 "시민들의 생명과 안전, 더 나아가 평등한 일상을 지켜내기 위한 국가의 책무"에 대해 강조하기도 했다. 여성 및 사회적 소수자의 일상을 위협하는 구조적 차별에 있어서도, 이를 해소하고 "모든 사람이 어떤 이유로도 차별받지 않고 살게 할" 책무는 국가에 있다는 지적이다. 시민사회 관계자들은 특히 윤석열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 측의 여가부 폐지 방침이 수세에 몰린 지지율 반등을 위해 "논리적이고 현실적인 근거 없이" 나온 "갈라치기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윤택근 민주노총 수석 부위원장은 '여성 고용정책을 고용노동부로 이관하겠다'라는 정부의 여가부 폐지 세부 방침을 두고 "노동부는 지난 6월 3일 고평법(남녀고용평등법) 시행규칙을 통해 적극적 고용개선조치 대상 기업들로부터 제출받은 자료 중 직종·직급별 성별 임금 현황 자료를 없애버렸다"며 성평등 전담부처 없는 '성평등 고용 정책'은 "거짓말"이라고 지적했다. 최현진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서울·인천 권역 대표는 "성폭력 피해자의 90% 이상이 여성이며 강남역 살인사건, 신당역 살인사건 등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 증명되고 있는데도 윤 정부는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며 현실을 왜곡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은) 미국 방문 중 지지율이 하락하자 여가부 폐지를 전면으로 내세워 (대선 당시와 같이) 또 다시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성평등은 모두의 민주주의 … 여가부 확대·개편으로 '성평등 추진체계' 강화해야"
'여가부 폐지 저지'를 통해 "여가부를 이전의 모습 그대로 수호하자는 게 아니라, 비판과 논쟁 속에서 (여가부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목표 설정과 관점의 전환을 요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유경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활동가는 현장에서 대독된 발언문을 통해 기존의 여가부가 "청소년을 '정상가족'의 일원이자 미래인구로서 '건전'하게 성장해야 하는 존재로 설정"하는 등 "여가부의 현재 관점의 정책과 복지는 이미 많은 한계를 내포해 왔다"고 주장했다.인구·가족 정책 중심의 여가부 운영은 여성은 물론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청소년 등 가족 안팎의 사회적 소수자들을 억압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시민단체들은 '여가부를 폐지하고 보건복지부 산하에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를 신설하겠다'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실행될 경우 이러한 '인구·가족 중심 정책 방향성이 더욱 강화될 것'이란 우려를 제기해오기도 했다. (관련기사 ☞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 "인구·가족·평등 아무것도 해결 못한다")
이에 최 활동가는 "우리에게는 기존의 획일적 목표 설정 속에서 때로는 억압과 권리 침해의 선두에 섰던 여성가족부가 아닌, 성평등과 청소년 인권적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청소년들의 삶을 바꿔 나가는 여성가족부가 필요하다"며 "그것이 우리가 여가부 폐지를 반대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지난 5월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의 주재로 열린 '성평등 추진 기구 강화를 위한 국제토론회'에선 벨기에, 독일, 캐나다 등에서 국제사회 관계자들이 참여해 "강력한 전담부처를 중심으로 젠더 관점을 모든 정책에 접목"하는 '성 주류화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관련기사 ☞ '김현숙의 역설' … '여가부 폐지'로 여가부 기능을 강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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