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국밥'처럼 운영되는 지역사회 복지시설
우리나라의 복지에 투입하는 예산 비율도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낮지만, 그 운영도 비효율적이다. 우리나라 복지전달체계는 공공과 민간의 두 체제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공공은 사회보장 및 공공부조 중심으로, 민간은 정부로부터 시설을 수탁 받은 사업자의 서비스 제공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복지 강화를 위해서는 전반적인 사회복지 예산 지출을 높여야 하지만, 특히 복지예산 증액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높이기 위해 관련 공공과 민간이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공간 활용도를 극대화하여 시민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현재 지역사회에서 주민들을 위한 대표적인 이용시설로는 사회복지관, 노인복지관, 장애인복지관, 경로당 등이 있다. 2020년 기준 사회복지관 475개, 노인복지관 398개, 장애인복지관 258개, 경로당 6만7316개가 전국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한 청년 창업 문제, 신중년 문제, 노인 일자리 문제 등의 사회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한 시설들도 꾸준히 새롭게 건립된다. 이런 이용시설은 정부나 지자체가 건물을 신축하고, 민간에 위탁하여 보조금 지원을 통해 운영하지만 효율성 한계가 많이 나타나고 있다. 지역사회에 가장 많이 건립되어 있는 경로당 상당수는 소수 초고령 노인만의 쉼터로 운영될 정도로 시대 변화에 부합하지 못한 공간으로 전락했지만, 지금도 지속적으로 건립되고 있다. 기존 경로당 건물 노후화에 따른 리모델링 비용과 운영비 등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역복지 실천현장의 3대 기관인 사회복지관, 장애인복지관, 노인복지관 등도 위치와 규모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사회복지관은 저소득 주민들만이, 장애인복지관은 장애인만이, 노인복지관은 노인만이 이용하는 시설로 지역주민에게 인식돼 있다. 이들 시설은 다양한 지역주민의 소통과 이해를 통해 지역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전초기지로써의 공공재 공간 역할을 못하고 있다. 이들 복지시설은 당초 위치 선정과 설계에서부터 지역주민을 위한 배려와 공간에 대한 고민 없이 건축되다 보니 지역주민 모두의 공간이 아닌, 일부 특정 계층만이 이용하는 시설로 전락한 게 현실이다. 건물을 수탁 받아 운영하는 비영리법인이나 단체 등이 현실적인 문제(인력, 비용, 관리 등)로 인해 복지시설을 지역주민이 접근 가능한 시간에 개방하지 못하고 주중(월~금) 일과시간(09:00~18:00)에만 운영하는 한계 역시 문제다. 지난 정부에서 커뮤니티케어가 사회복지의 화두로 등장했다. 급속한 저출산 고령화 사회를 대비해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사회복지체계를 재구성해보자는 취지였지만, 여전히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한 통합 돌봄은 갈 길이 멀다. 복지기관은 연대와 통합의 모색 없이 각자가 따로국밥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지역복지기관, 지역사회 통합과 혁신을 위한 기관으로 거듭나야
지역사회에 위치한 이용시설은 단순한 하나의 건물이 아니다. 사람과 사람이 자연스럽게 만나 서로를 이해하고, 각자에게 공감하고, 모두가 통합된 지역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이어야 한다. 이용시설과 공간에 대한 새로운 모색과 혁신이 없으면 그 이용시설은 복지 재원 및 서비스 효율성이 아주 낮은 지역사회 내 고립된 섬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이용시설을 지역공동체 공간으로 혁신하기 위해서는 스웨덴, 핀란드 등 북유럽 복지국가 사례를 배울 필요가 있다. 주택단지의 경우 우리나라는 청년주택, 노인주택, 임대주택 등이 따로 조성되어 세대 간, 계층 간 단절되어 있다. 하지만 핀란드 헬싱키의 제너레이션 블록 주택단지는 민간주택, 임대주택, 대학생 숙소가 함께 어우러져서 다양한 연령대와 계층이 자연스럽게 섞이도록 디자인되어 있다. 입주자들은 각 주택 1층에 마련된 공유 공간을 함께 이용하면서 서로에 대한 이해를 키우는 건전한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다. (<KBS명견만리> '명견만리 모두를 위한 공존의 시대를 말하다' 2019) 도서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2021년 현재 우리나라 공공도서관 1208개가 운영되고 있다. 최근 개관한 도서관은 기존 고유 업무인 도서 대출과 공부하는 곳이라는 기존의 도서관 개념에서 조금 변화했지만, 북유럽 도서관의 규모와 위치, 프로그램 등과 비교해 보면 여전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북유럽 국가들은 '도서관의 나라'로 불릴 만큼 인구 대비 많은 공공도서관을 운영한다. 2014년 기준 스웨덴은 980만 인구 대비 공공도서관 1200개를, 핀란드는 520만 인구 대비 공공도서관 756개를 각각 운영한다. 해당 도서관은 주민들이 가장 많이 왕래하는 대중교통 요충지나 쇼핑센터에 위치해 있다. 접근성이 좋기에 많은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이용한다. 북유럽의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빌려주고 공부하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장소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세대와 세대가 만나고 이웃과 이웃이 만날 수 있는 공간부터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메이커스페이스 공간, 음악을 듣고 연주할 수 있는 공간, 게임을 할 수 있는 공간,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실내놀이터 공간 등이 운영되고 있다. (윤송현, <모든 것은 도서관에서 시작되었다>, 학교도서관저널.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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