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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유족의 못 다한 말들 "이 세상에서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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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유족의 못 다한 말들 "이 세상에서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전문]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위령제(49재)

이태원 참사 49일 째인 16일 시민추모제를 진행하는 유가족들은 추모제 관련 기사 댓글 기능 중단을 포털·언론 등에 요청했다. <프레시안>도 여기에 적극 동참해, 추모제 관련 기사는 <프레시안> 사이트 및 포털에서 댓글창을 닫기로 했다.

"차갑게 생을 다한 우리 아들딸들을 잊지 말고 기억해주세요. 가장 안전한 나라에서 다시 태어나, 근심 걱정 없이 행복하기를 모두 다 기원해 주세요."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故) 이지한 씨의 어머니 조미은 씨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위령제(49재)가 봉행됐다. 참사가 발생한 지 49일째 되는 날이다. 조계종 측은 유가족들의 동의하에 65명 희생자의 영정, 77명 희생자의 위패를 모시고 헌향, 추모사, 대령 관욕, 상단 불공, 추모 법문, 회심곡, 관음시식 등의 불교 전통의식을 봉행했다. 150여 명의 유가족들과 각지에서 방문한 시민들이 위령제에 함께 했다. 이날 배우 고 이지한 씨의 어머니 조미은 씨는 희생자들에게 보내는 총 11편의 편지를 낭독했다. 불교에서 49재 위령제는 이승에 남은 이들이 마지막으로 영가(靈駕)를 배웅하는 날이기도 하다. 가족을 떠나보내는 이들의 아직 못 다한 말들이 편지 속엔 담겨 있었다. 그 전문을 아래로 옮긴다.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위령제에 참여한 유가족들이 희생자 영정에 헌화하고 있다. ⓒ프레시안(한예섭)
"깜찍한 지한아. 누나야. 너 지금 정말 많이 우리 걱정하고 있잖아. 걱정하지 마. 엄마랑 아빠랑 나 잘 지내고 있어. 널 닮은 깜지도 우리가 잘 보살피고 있어. 지한아, 네가 나중에 딸을 낳으면, 날 닮았을 거라고 막말해서 미안했어. 너는 싫겠지만, 내 아들은 너랑 똑같으면 좋겠어. 너는 우리 가족의 빛이고, 자랑이고, 여전히 넌 내 자신보다 소중한 사람이야. 추위를 너무 잘 타는 내가 차에 타면 말없이 의자를 따뜻하게 데워주고, 어려운 일이 생기면 해결해주던 다정한 지한이. 손이 아기 같이 귀여운 지한아, 이제 너는 긴 여행을 떠난다고 생각할게. 조심히 잘 다녀와. 돌아오면 우리 가족 꼭 다 같이 만나서 밥 먹자. 그땐 네가 데리러 와줘. - 지한이 누나가"
"연희야, 우리 가족은 연희랑 함께 살아온 세월을 너무나 소중하게 생각한단다.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온 자랑스러운 우리 연희. 이태원 골목길에서 얼마나 고통스럽게 하늘나라로 갔을까. 아빠가 이 세상에서 지켜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하구나. 또 다른 세상에서 다시 만날 때까지 행복하게 잘 있길 바란다. - 연희 아빠가"
"내 인생에 가장 소중했던 나의 분신 동민아.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네가 너무 보고 싶어 숨을 쉴 때마다 내 몸속 마디마디에서 눈물이 난다. 부지런히 돈 벌어 사업하겠다던 너의 꿈. 이젠 너도 없고 꿈도 없구나. 어찌 보내야할까, 그 먼 길을 어찌 보내야할까. 넘어지지 말고 천천히 조심해서 잘 가렴. 여기 듣지도 보지도 못한 귀머거리 장님들은 우리가 꼭 처벌할게. 걱정 말고 편히 잠들거라. 나의 아들아. -  동민 엄마가"
"우리 가족 행복의 샘물 다빈아, 자랑스러운 우리 집 막내딸,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귀여운 얼굴에, 사랑스런 미소들은 이제 수많은 꽃송이가 되어 노란 수국으로 피어났구나. 먼저 간 그곳에서도 늘 그랬듯, 행복하게 지내고 있으렴. 우리 곧 다시 만나자. 사랑한다. 다빈아. - 다빈이 오빠가"
"누나, 나랑 사이가 안 좋았잖아. 누나에게 잘 해준 게 없어서 미안해. 누나가 나한테 했던 말들은, 내가 싫어서가 아니었다는 걸 지금 알았어. 정말 미안해. 내 그릇이 작았나봐. 많이 사랑하고 보고 싶어. - 산하 누나 동생이"
"형주야, 그립고 너무 보고 싶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꿈도 많은 청춘, 펼쳐보지도 못한 짧은 인생을 살다간 너무 불쌍한 우리 아들 형주야. 이제는 너를 편히 보내야할 것 같구나. 다음 생에 만나 못 다한 정을 다시 쌓자. 부디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잘 있거라. 사랑한다, 아들아. - 형주 엄마가"
"민석아, 고모는 우리 민석이의 고모라서 너무 행복했어. 우리 꼭 다시 만나자. 사랑해. - 민석이 고모가"
"서른 살 청년도 낯선 누군가를 도와주려다 이태원 차가운 골목에 쓰러졌습니다. 말 잘하시는 대한민국의 잘나신 분들. 어린아이들도 하는 '잘못했다, 미안하다' 이 한 마디를 못하는 겁니까. 158명의 울부짖음이 들리지 않으십니까. - 의현이 엄마가"
"사랑하는 하나 뿐인 우리 딸 상은아, 엄마아빠가 지켜주지 못해서 너무 미안해. 이승에서의 모든 고통, 아픔, 슬픔, 다 버리고 부디 힘내서 잘 가거라. 우리 딸이어서 고마웠고 행복했어. 정의로운 세상, 안전한 세상이 올 때까지 엄마아빠가 최선을 다 할게. - 상은이 엄마가"
"가여운 우리 딸 민아, 극락왕생하게 해주세요. 다음 생에도 엄마와 아빠 딸로 태어나 주길 바라. 사랑한다, 민아야. - 민아 아빠가"
"저는 아직 지한이의 사망 신고를 하지 못했습니다. 아니 영원히 못할 것 같습니다. 저는 오늘 하루만이라도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만 하고 싶습니다. 대한민국 한복판 이태원 그 골목에서, 차갑게 생을 다한 우리 아들딸들을 잊지 말고 기억해주세요. 가장 안전한 나라에서 다시 태어나, 근심 걱정 없이 행복하기를 모두 다 기원해 주세요. 여러분이 기억해주는 한 우리 아들딸들은 가장 행복한 나라에서 다시 태어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끝까지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이만 마치겠습니다. 배우 이지한 엄마 올림."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위령제에 참석한 조계종 스님들이 희생자 영정에 참배하고 있다.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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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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