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검열' 논란이 일었던 서울아트책보고 전시 철거 관련 단체가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표현의 자유를 침해받았다"며 진정을 제기했다. 이들은 전시를 중단하라고 지시한 서울시 산하 공무원들의 사과와 서울시의 재발방지 대책 마련도 촉구했다. 서울 종로구 혜화동에 위치한 서점 '자각몽'과 시민단체 '손잡고' 등은 10일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전시 검열 사건 규탄'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이 밝혔다. 이들은 전시 홍보 내용 중 "이태원 참사, 화물연대, 노동" 등의 단어가 언급되었다는 이유로 서울시가 전시 철거를 진행한 것은 '특정 예술인을 배제하고 차별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서울 구로구 고척스타디움 내 서울아트책보고에 입점해 있는 자각몽은 작년 12월 29일부터 오는 14일까지 '예술과 노동'이라는 주제의 전시를 진행하려 했으나 서울아트책보고 측이 설치된 전시를 무단 철거했다. 김 대표는 전시 시작후 얼마 지나지 않아 "노동, 민주노총이 언급된다고 전시를 취소·변경해달라는 요구를 받았다"라고 밝혔다. 이후 자각몽 김용재 대표와 전시를 함께 기획한 기획자의 항의를 받고 전시는 재설치되었으나 서울아트책보고를 지도·감독하는 서울도서관의 지시로 다시 철거가 진행됐다. 언론 보도를 통해 이 사실이 알려지자 전시는 다시 설치되었으나 전시물 앞에 "본 전시는 '자각몽'의 전시로 서울시·서울아트책보고와는 무관한 전시임을 알려드립니다"라는 안내 푯말이 세워졌다. 푯말은 전시가 진행 중인 현재에도 세워져있으며 서울아트책보고 공식 누리집에서도 관련 표현이 적혀있다.
자각몽의 해당 전시는 2021년 진행된 '공개법정' 관련 기록자료와 전시기획자인 김진이 독립기획자의 서재라는 주제와 관련한 책이 중심을 이룬다. 전시에서 소개된 '공개법정-우리는 대한민국의 노동자입니다'는 시민단체 손잡고가 2021년 진행한 모의법정 형식의 문화행사로 이명박 정권 당시 국가정보원이 진행한 노조 탄압 등의 내용을 다루고 있다. 자각몽 김 대표는 전시 기획의도가 "기후위기, 이태원 참사, 장애인 이동권 시위, 화물연대 파업, 코로나19, 우크라이나 침공" 등 2022년 발생한 갈등과 재난 속 예술이었다며 홍보자료에 이태원 참사, 화물연대 등이 언급되었다는 이유로 철거를 지시한 사항은 "공공기관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제한하려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대표 측은 작년 12월 30일 서울도서관 지식문화과장과의 통화 녹취록을 이날 공개했다. 해당 녹취록에서 지식문화과장은 "화물연대 파업이라든지 이태원 사고에 대한 그런 내용들이 있다"라며 "정치적으로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있"어 전시 진행이 어렵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전시를 기획한 김진이 기획자는 "아무런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전시를) 철거하고 재설치했다"라며 "예술작품 검열을 넘어 예술가에 대한 모욕"이라고 지적했다. '검열 대상'이 되었던 '공개법정'에 참여했던 하태승 변호사 또한 "예술은 모르지만 표현의 자유는 잘 안다"라며 "법조인으로서 깊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해당 검열이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문화예술스포츠위원회 김종휘 변호사는 "한 편의 회귀물을 보는 것 같다"라며 블랙리스트 사건 이후 제정된 예술인권리보장법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해당 법률은 "국가기관 등은 예술인의 예술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고 "예술을 검열하여서는 안 된다"라고 언급하고 있다. 자각몽, 손잡고 등은 이날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해 인권 침해 피해 사실을 인정받고 추후에는 책임자 징계, 경찰 수사, 민사소송을 순차적으로 청구할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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