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이태원 참사 발생 직후, 희생자 유가족 중 최소 5명 이상이 경찰 혹은 검사로부터 '마약 부검'을 제안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지난해 12월엔 광주지검 소속 모 검사가 유가족에게 마약 부검을 요청한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당시 광주지검 관계자는 "검사 개인의 판단"이라며 마약 부검 요청이 '검찰 차원의 조직적 판단은 아니'라고 밝혔다. 12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에 따르면, 민변이 설문조사를 진행한 유가족 중 총 18명 희생자의 유가족들이 경찰 혹은 검사로부터 부검 제안을 받았다. 그 중 희생자 5명의 유가족들이 구체적인 '마약' 언급을 들었다. 그중 앞서 밝혀진 광주지검 사례를 포함해 희생자 3명의 가족들은 '검사로부터 (부검을) 제안 받았다'고 밝혔다. 마약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경찰이 아닌 검사가 부검을 제안한 경우는 4회였고, 부검 제안을 한 자가 '경찰인지 검사인지 기억이 안 난다'고 답한 경우는 2회였다. 한 유족은 마약 이야기를 듣진 못했지만 "경찰이 부검을 제안한 정도가 아니라 부검은 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라며 다소간의 압박을 받았음을 토로하기도 했다. 제안을 받은 모든 유가족들은 마약 부검 여부와 관계없이 부검 요청을 거절했다. 일부는 "사인이 명확한데 부검을 하자는 건 2차 가해"라며 화를 내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설문조사 내용을 살펴보면, 유가족 A씨는 일산에 있는 영안실에서 서울 중랑구에 있는 장례식장으로 희생자를 이송하는 과정에서 경찰로부터 "범죄나 마약에 연루됐을 수 있"다는 말과 함께 부검을 제안 받았다. 다른 유가족 B씨는 "참사 직후인 (지난해 10월) 30일 새벽 12시 40분경 이대서울병원 응급실에 있을 때 부검제안 받은 사실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강서경찰서 소속 모 경찰로부터 부검 제안을 받았다. 특히 B씨는 본인이 부검을 하지 않겠다고 대답하자 해당 경찰이 "(후에) 검사가 마약 관련해서 부검을 제안할 수 것"이라고 답변했다며 "(이야기를 듣고) 화를 낸 사실이 있다"고 진술했다. 이후 경찰은 "검사에게 (B씨가) 부검의사가 없다고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유가족 C씨는 의정부지검 소속 모 검사로부터 "마약 등 (범죄 연루) 수사를 위해 필요하다"라며 부검 제안을 받았다. C씨는 "멍이 많고 누가 봐도 압사에 의한 사망인데 왜 부검을 해야 하느냐"라며 항의했다. 유가족 D씨도 순천향병원에서 한 검사로부터 "마약 등 다른 (사망) 원인이 있을 수 있다"란 말과 함께 부검 제안을 듣고 "사인이 명확한데 부검하는 것은 2차 가해"라고 대답했다. D씨는 부검을 제안한 검사의 정확한 소속은 기억하지 못했다. 앞서 문화방송(MBC)의 보도로 알려진 광주지검 사례도 민변의 설문조사 사례에 포함됐다. 유가족 E씨는 "형사 4~5명과 (광주지검 소속) 여자검사 1명이 찾아와 처음에는 부검할 의향이 있는지 처제에게 물어봤"고, 이에 E씨의 처제가 부검을 왜 해야 하는지 묻자 해당 검사는 "SNS 상에 마약얘기가 떠돌고 있다. 근거나 정황 같은걸 확인하기 위해 한번 해보지 않겠느냐"고 다시 물어봤다고 당시 상황을 진술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E씨의 사연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마약 부검' 논란이 일자, 당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당시 현장 검시 검사가 마약 피해 가능성도 고려해 여러 가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검시는 돌아가신 분들의 억울함을 풀고 사인을 명확하게 규명하기 위한 준사법적 절차이고 검사의 결정"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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