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노천 광산 석탄 채굴 확대에 반대하는 '기후시위'가 거세지고 있다. 지난 14일(현지 시각)부터 3만5000여명(주최 측 추산)이 넘는 기후활동가들이 탄광마을로 행진했으며 경찰은 무력을 사용하여 이들을 제압했다. 기후파업을 주도한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또한 추가적인 석탄 채굴 반대를 주장하며 시위에 참여해 석탄 채굴 확대 중단을 촉구했다. 영 일간 <가디언>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14일(현지 시각) 독일 서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뤼체라트 마을에서는 탄광 확대를 위한 마을 파괴를 막기 위해 기후활동가들이 모여 시위를 벌였다. '기후시위'의 구심점이 된 뤼체라트 마을은 독일 에너지기업인 RWE가 인근 발전소에서 사용하는 갈탄을 채굴하는 가츠바일러 광산 인근에 위치해있으며 광산 확장 계획으로 인해 철거될 예정이다. RWE는 마을을 철거하고, 땅 속에 있는 갈탄을 추가적으로 채굴할 계획을 세운 바 있다. 독일 정부도 지난해 2038년으로 예정되어있던 '탈석탄' 정책을 8년 앞당긴 2030년으로 정하면서도 RWE와 1990년대 할당된 석탄을 채굴하는 것에 합의했다. 앞서 헌법재판소에서도 마을을 파괴하고, 석탄 광산 확장에 나서는 일은 공공 이익에 부합한다는 이유로 허가한 바 있다. 그러나 환경운동가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RWE는 광산 인근 마을 5개를 남기는 대신, 뤼체라트 마을은 파괴 후 석탄 채굴을 확장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가디언>은 그럼에도 추가로 더 채굴하게 될 석탄이 2억8000만톤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반면 독일 기후활동가들은 "더 이상의 석탄 채굴은 안된다"고 말하며 2년 전부터 해당 마을에 자리잡고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외신에 따르면 700명의 기후활동가들이 주민들이 떠나간 마을에 자리잡고 석탄 채굴 반대 시위를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었다. 기후활동가들의 시위로 인해 마을 철거 공사는 늦춰지고 있었다.
이에 경찰은 지난 11일(현지 시각) 광산 확장 공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위해 경찰력을 투입해 마을에 머무르던 시위대를 체포하고 해산시켰다. 이는 독일 기후단체 및 유럽 전역의 기후활동가들은 경찰력 투입을 비판했으며 뤼체라트 마을에 모이게 된 계기가 되었다. 마을에 모인 시위대가 광산에 진입하는 과정에서는 경찰과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번 시위에는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도 참여했다. 툰베리는 14일(현지 시각) 시위에 참여해 마을 철거 및 석탄 채굴 확대 계획은 "현재와 미래 세대에 대한 배신"이라며 "독일은 가장 큰 배출국으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대규모 시위대는 해산했지만 독일 지역경찰은 마을 철거를 위한 진압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번 마을 철거와 석탄 채굴 확대에서 시작된 기후시위와 관련해 독일이 처한 에너지 안보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탈석탄과 에너지 전환에 주도적인 정책을 내놓던 독일이 오히려 석탄 채굴 확대를 허용하는 모습을 보이자 기후활동가들이 반발에 나선 것이다. 독일 정부와 에너지기업은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인한 가스 요금 상승, 에너지 안보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단기간의 석탄 사용 및 채굴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녹색당 소속 로베르트 하베크 부총리 겸 경제부장관은 해당 탄광이 "독일 내에서 석탄을 채굴할 마지막 장소"라며 탈석탄 기조를 강조하면서도 단기간의 채굴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로 독일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가스 공급이 축소되자 석탄발전을 늘리는 길을 택했다. 2022년 상반기 기준 독일 내 석탄발전은 전체 전력 생산의 3분의 1을 차지하며 직전 해 같은 기간에 비해 17.2% 증가했다. 그러나 기후활동가들은 당장 석탄 채굴을 중단하고 재생에너지 전환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2년 전부터 마을 철거에 반대하는 시위를 지속해온 단체 '뤼체발트는 살아있다'는 마을에서 벌어지는 석탄 채굴로 인해 "독일은 파리 기후협정을 지키지 못하게 될 것"이라며 "현재의 에너지위기가 마을을 파괴하고 석탄을 채굴하는 것에 어떠한 정당성을 부여해주지 못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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