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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분양가 유지하려 미분양 사는 尹정부, 이게 시장경제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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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분양가 유지하려 미분양 사는 尹정부, 이게 시장경제주의? [조정흔의 부동산 이야기] 미분양 사태의 진정한 해법은?
2022년 2월경 인천 소재 아파트를 판 70대 매도자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분은 서울과 인천에 아파트 2채를 가진 소득이 없는 고령자였다. 종합부동산세가 큰 부담이 되어, 할 수 없이 인천의 아파트를 팔았다고 했다. 20평대 아파트의 매도금액은 5억8000만 원이었다. 신혼부부가 자기자본 1억3000만 원에 4억5000만 원의 대출을 받아 이 아파트를 구입했다. 그런데 이 아파트 시세는 그로부터 불과 1년만인 지금 3억 원대로 하락했다. 신혼부부는 매수원금 중 자기자본을 모두 잠식한 것도 모자라 대출금보다 더 낮아진 가격의 빈껍데기 아파트의 대출이자를 내느라 고통 속에 살고 있을 것이다. 아파트를 별로 팔고 싶지 않았던 70대 매도자는 종부세라는 정부 정책 덕택으로 최고 가격에 아파트를 팔수 있었고, 신혼부부 주택 구입 자금 대출과 같은 내 집 마련 정책 덕분에 주택 가격 대비 70%를 넘는 금액의 대출을 받았던 20대 신혼부부는 가장 높은 가격으로 아파트를 구입하게 됐다. 정부는 다주택 보유를 억제할 목적으로 종부세를 강화하였으나, 역설적으로 70대 다주택자는 뜻하지 않은 혜택을 입었다. 반면 실수요자 청년, 신혼부부의 내 집 마련을 도와주기 위한 목적으로 정부가 대출 규제를 완화하였으나 이로 인하여 청년층은 큰 손해를 입었다. 이전 정부가 자산가들 눈치만 보다가 이미 부동산 가격이 오를 대로 올라버린 상태에서 뒷북 정책을 시행한 결과다. 전세 사기 피해자들의 이야기가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를 도배하고 있다. 주변의 청년들 중 전세 사기 피해를 당한 경우 또는 주택가격보다 전세보증금이 더 높아 보증금 반환에 상당한 곤란을 겪겠구나 싶은 주택에 거주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부동산 가격과 전세 가격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에서 결국 임차인인 청년, 서민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그런데 전세 사기 피해자, 피해 예정자를 특정하기 어렵고, 피해규모와 인원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가 없다. 정부는 전세피해지원센터를 만들어 피해 상담을 해주고 있지만 실질적인 구제로 이어지기 어려운 미봉책에 불과하다. 피해자 수와 피해규모 등의 피해 현황은 개인정보보호 등을 이유로 집계조차 하지 않고 있다. 조직적인 전세사기 일당이 개입된 사기인지, 단순한 부동산 경기변동에 따른 역전세 또는 깡통전세인지를 확인하기 모호하고, 다주택 소유가 불법이 아닌 상황에서 임대인이 소유한 주택의 수를 기준으로 전세 사기 여부를 판별하기도 어렵다. 전세 사기 단속이 강화되자 전세 사기 조직은 신용불량자나 노숙자 등의 명의를 이용하여 수백, 수천 채가 아닌 1, 2채만 소유하게 해 단속을 피하는 등 이미 변종 수법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임차인을 위한 주거 지원 정책이었던 전세자금대출과 전세보증보험제도는 오히려 전세가격과 주택가격을 폭등시킨 기반이 되고, 전세사기꾼들이 활개 치게 만든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전세 사기 대책에서 전세 사기꾼들의 자금줄이 되었던 전세자금대출과 전세보증보험제도, 민간임대사업자제도의 근본적인 수술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부동산 경기 연착륙 명분으로 전세자금대출을 확대하고 다주택자의 주택구입을 쉽게 하는 민간임대사업자 요건을 완화하고 있다. 전세 사기 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정부가 대출 및 세금, 보증제도 등을 다주택자의 투기적 수요가 시장에 유입되기 용이하게 만든 반면, 다주택자에게 이에 대한 책임과 부담을 지우지 않고 오히려 그 책임과 부담이 임차인에게 전가되도록 제도를 설계했기 때문이다. 구조적 문제의 원인에 대한 진단과 대책은 쏙 빠지고, 일부 전세사기조직을 검거하고 처벌하는 데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언제나 한 발 늦는 부동산 대책

앞선 주택 매매 이야기와 전세 사기 이야기는 정부의 적절한 규제가 뒷받침되지 않아 발생했다는 점에서 같은 원인을 안고 있다. 그간 더불어민주당 정부와 국민의힘 정부를 가리지 않고, 주거 지원 정책이라는 명목으로 부동산 시장 활성화(아파트 판매장려) 정책을 경기 부양의 목적으로 활용하였다. 투기수요를 유발하고, 투기심리를 쫓아가는 일관성 없는 정부정책은 건설 산업을 활성화하고 건설 경기를 부양했을지 몰라도 가계부채 폭탄이라는 재앙을 남겼다. 그 사이 청년, 서민들은 주택을 구입하거나 전세임차인이 되기 위해 큰 빚을 떠안게 되었다. 저금리 대출제도는 청년, 서민들을 위한 주거지원정책으로 포장되었으나 사실상 투기 지원 정책이었다. 코로나 감염병으로 인한 저금리 시기,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가격 급등기였던 2021년 12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1년 주거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조사 응답자들은 가장 필요한 주거지원정책으로 ‘주택구입자금 대출지원(36.0%)’, ‘전세자금 대출지원(23.9%)’, ‘장기공공임대주택 공급(10.9%)’, ‘월세보조금 지원(9.8%)’ 순으로 응답하였다. 60%에 달하는 국민이 투기 수요를 지원하거나 유발하여 부동산 가격을 더 끌어올리는 대출 지원 정책을 꼭 필요한 주거 지원 정책으로 꼽았다. 부동산 가격 상승기, 부동산으로 돈 벌고 싶은 투기심리가 확산하면 투기수요 유입을 용이하게 만드는 정책이 주거 지원 정책으로 둔갑했다. 부동산 가격의 비정상적 폭등은 바로 숱한 평범한 사람들이 소득수준에 걸맞지 않게 큰 대출을 받아서 주택을 구입하고, 전세금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저금리로 인한 자산 가격 상승은 착시효과를 불러왔고 일시적으로 자산소유자들에게 자산가격 상승의 달콤한 행복을 주었다. 그러나 미 연준 발 단기간의 급격한 금리인상은 부동산 시장에 엄청난 후폭풍으로 몰아치고 있다.

미분양 증가문제의 원인은 높은 분양가

국토교통부는 지난 1월 31일 2022년 12월 주택통계를 발표하였다. 국토부는 2022년 12월 말 기준 전국의 전체 미분양 주택을 총 6만8107호로 집계하였고, 이는 전월 5만8027호 대비 17.4% 증가한 수치다. 2022년 11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주택 5만8027호는 전월 4만7217호 대비 22.9% 증가했다. 최근 두 달간 전월대비 미분양 물량 증가율만 보면 매우 높은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의 평균적인 미분양 물량은 6만호 전후였다. 부동산 가격의 비정상적 급등기인 2020년 1월 이후의 평균적인 미분양물량 1만호에서 2만호 수준이 오히려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아파트 가격 급등시기에 미분양 물량이 적었던 이유는 저금리 정책의 영향으로 인해 지불능력이 부족한 투기수요가 대거 유입됐기 때문이다. 아파트 가격의 비정상적인 급등과 함께 분양가 또한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유일한 분양가 통제 수단이었던 분양가상한제는 온갖 틈새로 인하여 시행이 미루어지고, 예외 규정이 적용되었다. 아울러 분양가상한제의 실질 효과를 무력화하는 각종 규정들이 덧대어졌다. 서울 미분양 아파트의 대표적 단지인 수유동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2021년 2월 6.43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으나, 당첨자들의 잇단 계약 포기로 절반의 세대가 미분양으로 남아있다. 이후 분양가 할인, 관리비 대납 등의 조건을 걸었음에도 불구하고 미분양이 지속되고 있다. 칸타빌수유팰리스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 후분양 아파트였다. 칸타빌수유팰리스의 미분양 원인은 단연 높은 분양가이다. 주택의 품질이나 주거여건 대비 가격이 너무 높았기 때문에 수요자들의 외면을 받은 것이다. 따라서 미분양 증가 문제의 근본적 해결방법은 분양가를 낮추어 수요자의 눈높이에 맞는 수준에서 가격의 균형점을 찾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15% 할인에도 팔리지 않는 이 미분양아파트를 LH공사에서 매입임대주택 활용 목적으로 분양가보다 겨우 12% 낮은 금액으로 매입했다. 이러니 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윤석열 정부는 취임초기부터 민간이 주도하는 시장경제를 중시하고 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을 지양하겠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미분양문제의 해결 방법은 미분양 주택을 직접 정부에서 매입하라는 것이었다(2023.1.03. 신년업무보고). 이는 민간 중심 경제, 공공기관의 방만운영 억제, 재정준칙 법제화, 균형재정 등의 새 정부 정책에 정면으로 역행한다. 주택공급 확대의 목표는 공급을 늘려 가격을 낮추는 것이다. 주택 가격을 높이 유지한 상태에서 대출을 확대하여 가계부채로 전가하기 위함이 아니다. 시장 환경이 바뀌면 그에 따라 가격이 조정되면서 균형을 찾아가는 것이 시장원리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여 미분양주택을 매입함으로써 높은 부동산 가격과 고분양가를 유지한다면, 이는 시장원리에 역행한다. 윤석열 정부는 이 같은 조치와 함께 순차적으로 부동산 관련 각종 규제의 빗장을 풀고 있다. 분양권 전매 허용, 실 거주 의무 폐지, 조정대상구역 해제, 분양가상한제 폐지, 초과이익환수제 완화 등 부동산 규제 완화에 더해 종부세 등의 세금 감면, 공시가격 현실화 후퇴, 대출 규제완화 등의 정책을 속속 발표했다. 모든 정책이 부동산 투기 수요자들을 다시 불러 모아 분양대기물량을 소화하고, 이미 높아질 대로 높아진 부동산 가격 또는 분양가가 떨어지지 않도록 부양하기 위함이다. 최근 3개월간의 미분양 주택 수는 6만여호로 부동산가격 안정기인 2012년에서 2019년 사이 평균적인 미분양 주택 수 6만여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 당시는 기존 자산 소유자들의 의무와 부담을 강화하는 정책이 선제적으로 시행되지 못하고 한참 뒤늦게, 그것도 구멍이 숭숭 뚫린 채로 허술하게 시행되어 부작용이 발생했다. 반면 윤석열 정부는 자산 소유자들의 부담을 완화하고, 불평등을 강화하는데 기여하는 정책을 전면적이고도 선제적으로 시행했다. 부동산 시장 활황기의 규제 정책은 시장에 후행하여 뒷북으로 일관하며 시행된 것과 대조적으로 부동산 시장 하락기인 최근의 정책은 아직 가시적인 위기가 도래하지도 않았는데도, 선제적으로 국민혈세를 투입하여 다주택자를 보호하고, 건설사와 금융회사를 살리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진정한 부동산 경기 활성화 대책은

부동산발 연쇄 도산 공포를 키우고, 이를 핑계로 선제적 대응 운운하면서 미분양 주택을 공공자금으로 사들이고, 대출규제를 완화하고 세금을 감면해 소득이 부족한 서민들에게 다시금 부채폭탄을 떠넘기고, 다주택자들의 손을 빌려 주택가격을 부양하는 것이 과연 서민을 위한 정책일까. 정부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위기를 타개하고, 당장 벌어질 눈앞의 혼란을 피하기 위한 땜질식의 근시안적인 규제 완화 정책에 골몰한다손 쳐도 고물가, 고금리에 세계적인 긴축이 이어지는 투자환경에서 얼마나 효과를 나타낼지 미지수다.  뿐만 아니라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전기요금, 가스요금, 교통요금 등 국민 모두에게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공공요금이 급등하는 등 심각한 고물가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상 방향과 반대로 정부가 정책금리를 이용해 억지로 시장 금리인상을 억제하고, 대출을 확대하는 정책을 편다면 더 높은 물가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 부동산 경기부양을 위해서 돈을 풀면서 치솟는 물가를 잡을 수는 없는 법이다. 가장 확실한 부동산 경기 활성화 대책은 시장원리에 따라 부동산 가격이 충분히 낮아지도록 놔두는 것이다. 부동산 가격이 수요자들의 소득이 감당할만한 수준까지 충분히 낮아지면 가격 접근성이 높아지고, 거래가 활성화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현재 부동산 문제의 핵심은 수요자들의 소득대비 가격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가격의 급등과 급락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은 정상적인 자본주의 시장 원리에 따라 가격이 스스로 균형을 찾도록 하면서 극복하는 것이 민간주도 시장경제주의를 표방한 윤석열 정부다운 모습이 아닌가.  아울러 이 시기 정부의 역할은 급격한 시장 상황의 변동으로 인하여 생존의 위기에 내몰린 취약계층을 돌보는 일을 최우선으로 두어야 한다. 지금은 유동성 파티가 끝난 후의 난장판을 질서 있게 정리 정돈하고, 쓸모 있는 물건과 정리해야 할 물건을 잘 분류하고, 차분히 미래를 준비해야할 때다.
▲정부가 미분양주택 문제 대응을 위해 아파트를 매입한다면, 이는 결국 고분양 상태를 유지하겠다는 꼴이 된다. 지난 5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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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흔
2004년부터 감정평가사로 활동하면서 많은 부동산 현장과 시민들을 만났습니다. 부동산시장에서 나타나는 가격은 현상이지만, 가격에는 적절한 자원의 배분과 사회의 가치의 문제를 담고 있습니다. 현상을 관찰하고, 기록하고, 나누고, 소통하고 싶어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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