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는 에너지이다. 기후위기 속도를 늦추기 위해 전기에너지를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부터 얻기 위한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이와 관련해 해상풍력의 가능성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해상풍력은 바다에 풍력발전기를 설치하여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시설이다. 민가에 영향을 주지 않고 대규모로 설치할 수 있다는 상당한 이점이 있다. 그러나 국내 해상풍력 사업에 뛰어든 민간사업자들은 큰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사업 시작은 했지만 언제쯤 인허가라는 관문을 모두 넘을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기후솔루션의 지난달 보고서에 의하면, 초기 허가인 발전사업허가를 취득한 해상풍력 발전설비 용량은 총 20.8기가와트(GW)인데 반해, 모든 관문을 통과하여 상업운전을 개시한 해상풍력은 0.1GW에 불과하다. 한편, 많은 발전사업허가가 특히 연근해 어업의 조업구역과 겹치는 곳에 부여되어, 바다를 경제생활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어업인들의 반대가 거세다. 일견 어업인들이 해상풍력에 무조건 반대를 하는 것 같아 보이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그들은 그저 ‘일방적’ 추진방식을 가장 큰 문제로 꼽는다. 2020년 10월 수협은 '일방적 해상풍력발전사업'에 반대하는 53만 명의 서명을 정부에 제출했다. 다양한 정치적 주장들은 법과 제도로 수렴되곤 한다. 해상풍력 '제도'는 계속 문제시되어 왔다. 아니, 솔직하게 말하자면 '해상풍력 제도'는 없었다고 봐야한다. 정부는 기존 경성에너지 시스템에서 사용했던 제도 여기저기에서 주먹구구식으로 기준을 따와 해상풍력 사업에 인허가를 부여해왔다. 운이 없는 사업자라면 총 29가지의 법률에 따라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 실정이다. 놀랍도록 긴 과정에서 어업인들의 의견을 듣는 절차는 거의 없다. 사업이 마무리되어가는 시점인 환경영향평가 단계에서 공청회를 개최할 뿐이다. 작년 7월 공유수면 점·사용허가 단계에서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절차가 신설되었는데, 아직 이것이 적용된 사례는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대대적인 제도 수술을 위해 빼어드는 칼이 '특별법'이다. 해상풍력 특별법에 담아야 할 원칙은 공유수면 입지를 국가가 책임질 것, 창구를 단일화해서 제도적 정합성과 수월성을 키울 것, 예비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반영할 것 등으로 수렴되는 듯하다. 문재인 정부가 준비하고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1년 5월 발의한 '풍력발전 보급촉진 특별법안'은 아직 상임위에 머물러 있다. 2023년 2월, 다음 주 쯤에는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이 '해상풍력 계획입지 및 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한다고 한다. 후자는 나와 봐야 알겠지만, 그래도 전자의 시행착오를 반영해 조금 더 나아질 것으로 생각된다. 제대로 된 해상풍력 특별법을 위해 근 2년 동안 각계각층의 진지한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별법안이 인허가 절차 관련부처, 어업인, 기존·예비 사업자를 '모두' 만족시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특별법 너머 숨겨진 질문들
특별법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해상풍력이 워낙 크고 복잡한 사업이다 보니 해상풍력 특별법 토론회에서는 법체계 정합성 토론이 주가 되곤 했다. 그러다보니 법의 정당성에 선행하는 가치에 대한 논의가 부족했다. 해상풍력의 바탕이자 동력인 바다와 바닷바람이 공유지라는 점, 즉 모두의 것이라는 점을 곱씹어 생각할 필요가 있다. 공유지를 공공성 있게 쓰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반성적 질문들이 제기되어야 한다. 첫째, 국가가 민간사업자의 사적 재산을 제한할 수 있을까? 특별법안들은 공통적으로 정부 주도의 계획입지를 담고 있다. 그러나 이미 사업자들이 기존 룰을 통해 ‘국가’의 일부 허가(발전사업허가)를 받음으로써 공유수면의 입지를 20.8GW만큼이나 선점한 상황이다. 이제 와서 정부가 게임의 룰을 바꾸어 다시 입지부터 정하는 것이 가능할까? 다시 말해, 신자유주의 국가는 ‘사유재산’화 된 해상풍력 허가권 및 공유수면을 '법적 근거를 통해' 다시 공유지로 회복할 수 있을까? 둘째, 특정 계층이 공유수면을 사유화하는 경향을 제한할 수 있을까? 의견을 수렴한다고 했을 때, 현재는 어업인의 의견(만)이 수렴과 보상의 대상으로 간주되고 있다. 공유지에 관한 '모두'의 권리는 잊혀지고, 마치 해양공간이 기존 사용자들의 사적 재산처럼 취급되고 있다. 공유지가 다양한 동시대인들과 미래세대의 것이라는 중요한 사실이 간과되고 있다. 특히 해상풍력 논의에 기후위기 시대의 미래세대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하고 싶다. 미래세대에게 일부 해상풍력이 설치된 바다와 안정화된 기후를 물려줄 것인가, 지속적으로 해수면과 해수온도가 상승하여 해양생태계가 파괴된 바다를 물려줄 것인가? 셋째, 해양생물과 해양생태계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을까? 사업자들과 어업인들이 목소리 높여 권리를 주장하는 반면, 정작 바다에 살고 있는 해양생물들은 우리 논의의 장에서 자리 없음(placelessness), 즉 무권리 상태로 존재한다. 기후위기가 인류세의 대표적인 위기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생태위기도 심각한 상황이다. 해상풍력을 탄소환원주의에 입각한 속도전으로 설치한다고 한들, 생물다양성을 해쳐 생태계 균형을 저해한다면 무슨 소용인가? 대표적으로 제주도에서 해상풍력 소음으로 남방큰돌고래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어 사업이 중단된 상황이다. 상징적이게도, 이들 남방큰돌고래를 국내 최초의 생태법인으로 만드는 시도가 추진되고 있다. (올해 어떤 식으로든 통과된다면) 해상풍력 특별법은 그간의 이해관계 갈등을 갈음하는 데에 의의가 있다. 법의 한계는 보이는 문제들만을 대응하느라 중요한 질문들을 회피하고 있다는 점이다. 법이 침묵하고 있는 이 지점을 파고듦으로써, 해상풍력을 에너지원(sources)만의 전환이 아닌 체제 전환으로 만들어나가야 하는 과제가 사회에 남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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