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전달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답변 좀 꼭 부탁드립니다."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부대표는 용산 대통령집무실 측에 면담요청서를 전달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 부대표는 담담한 말투였지만, 주변의 다른 시민들은 다소 흥분한 상태로 외치기도 했다. "159명의 죽음이오, 윤석열 대통령에게 똑바로 좀 전하시오!", "아직도 사과 안 하는 대통령이 대통령입니까?", "민원이 아닙니다!" 23일 오전,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윤석열 대통령과의 면담'을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오전 11시께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 모인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면담 요청 배경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한 뒤 공식면담요청서를 대통령집무실에서 나온 국민통합비서관실 관계자에게 전달했다. 면담요청서 등 유족들의 요구사항이 집무실에 공식적으로 전달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족들은 지난해 12월 16일 참사 희생자 49재 위령제를 진행한 후 대통령 비서실에 여섯 가지 요구사항을 전달한 적이 있지만, 당시 비서실은 이를 행정안전부 측으로 이관하여 '단순 민원' 처리했다. 현장에 모인 유족들이 "우리는 민원응대가 아니라 대통령의 답변을 원한다"고 소리 높인 이유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족들은 "특수본 수사, 국정조사가 끝났지만 아직 유가족들이 납득할 수 있는 결과는 없다"며 "독립적 조사기구를 통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고 면담 요청의 취지를 밝혔다. 정부는 특수본 수사결과 발표 이후 '특수본 수사 외에 다른 조사를 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황인데, 이에 대한 윤 대통령의 재고를 촉구하는 셈이다."예견된 참사 가운데에서도 왜 대비를 하지 않았는지. 왜 기동대가 배치되지 않았는지. 왜 구조를 바라는 그 수많은 신고전화를 무시한 것인지. 왜 검사가 마약을 운운하며 부검을 요구했는지. 왜 살아있던 희생자들이 제때 구조되지 못했는지. 왜 책임을 회피하고 2차 가해를 방치했는지. 유가족으로서 당연히 알아야 할 진실은 118일이 지난 지금까지 최소한의 어떤 것도 규명되지 못했다."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부대표
이종철 유가협 대표는 특히 경찰 특수본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윤희근 경찰청장 등 "더 큰 권한과 책임 있는 자들은 제대로 조사조차 하지 않고 수사를 종결"했다고 지적했다. '법적 선례 상 윗선의 책임을 물을 근거가 없다'며 수사를 지자체 및 지역경찰청 선으로 집중시킨 특수본 수사에 대한 비판이다. 이 대표는 "지위가 높을수록 책임이 커지고, 참사의 규모가 커질수록 그 책임소재 또한 위로 올라가는 것 아닌가" 물으며 "경찰은 '매뉴얼이 없었다고 대답하면 된다'는 (정부의) 참사 대응 매뉴얼을 만든 것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측이 강제철거를 예고하고 있는 서울광장 희생자 분향소 문제 또한 언급됐다. 이서영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피해자권리위원회 활동가는 "참사 수습 과정에서 처참한 수준을 보여준 것도, 그 과정에서 유가족들에게 더 큰 상처를 남긴 것도 현 정권"이라며 "온전한 추모와 애도에 대한 권리가 지금도 정부의 방관 속에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광장에 마련된 희생자 분향소에 대한 서울시 측의 강경대응 기조에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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