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구역에서 해제해버리다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 1월 31일, 국립공원위원회는 흑산도 국립공원 내 공항 건설 사업부지를 아예 국립공원구역에서 해제했다. 기후위기 시대에 공항 건설을 위해 공공재로서의 자연자산, 국립공원 구역이 순식간에 해제될 수 있다면, 국립공원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물어야 한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유, 국립공원을 보전해야 할 국가의 의무가 경제성도 없고 안전성 측면에서도 타당성이 없다고 결론이 난 흑산 공항 사업을 위해 사라진다는 것이 납득이 될 일일까? 타 공항지역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은 안개 일수와 기상에 취약한 비행 기종, 활주로 평탄화 작업에 따른 재해 영향 등의 취약 요소가 있다. 제대로 된 환경부가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를 했다면 사업 추진이 어려워야 정상이다. 정부는 해제한 공원구역보다 더 넓은 지역을 공원구역으로 지정한다지만 문제는 공원구역 면적의 규모에 있지 않다. 공원계획을 변경한 이유, 본래의 구역 지정 목적이 상실·변경된 이유가 사업적 타당성도 없는 공항을 건설하기 위함이라는 점이 문제다.갯벌 복원 이야기는 들어보지도 못했나?
새만금 사업지역에 신공항을 건설하는 새만금신공항건설사업도 문제다. 새만금 사업지역은 '사업예정지 및 인근에 다양한 법정보호종이 서식하고 있으며 국제적으로 철새의 도래지 및 경유지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이어서 이 지역에 공항을 건설할 경우 '생물서식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이 우려'된다고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적시되어 있다. 정부는 해당 사업을 '한반도 중부서해안 권역의 생태적 거점 권역으로서 생태계안전성과 지속성의 유지를 위하여 국가 생물다양성 전략 등 자연환경정책 및 관련 계획과 부합되도록 추진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과연 '사업예정지와 인근이 법정보호종과 조류의 서식지로서 환경적 중요성을 고려할 때 항공기 안전운행과 더불어 생태환경 보전 측면에서 면밀하고 종합적인 검토와 계획수립이 추진'될 수 있는지, '환경영향저감 측면에서 항공기 및 활주로 운영방안을 강구하여 환경영향 최소화가 가능한 방안의 도출이 가능한지' 자못 의심스럽다. 주요 탄소흡수원으로서 갯벌의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다. 세계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서 갯벌 복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추세와 달리 새만금 신공항사업은 기후시스템과 생물다양성이 급격히 무너지고 있는 지금의 상황을 악화하는 사업이다. 전국적으로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지역 공항을 보면서도 갯벌을 없애고 과연 사업을 계속 추진해야 하는가. 경제적으로도 비용 편익이 0.5도 안되어 적자가 자명해 보이는 공항건설사업을 지속하여 기후 붕괴를 가속화해야 하는지 납득 불가하다.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을 둘러싼 갈등
제주 제2공항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하자 제주도정과 도의회는 찬반 여론 조사를 실시하기로 협의했다. 여론조사 결과 사업반대가 우세했으나 도민들의 사업계획 철회 요구를 제주도는 무시했다. 항공기-조류 충돌영향 및 서식지 보전방안 미흡, 항공기 소음 영향, 멸종위기야생생물 II급 서식 확인에 따른 영향예측 결과 미제시, 조사된 숨골의 보전가치 미제시 등을 이유로 전략환경영향평가도 반려되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는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 가능성 검토 용역을 발주하더니 내용도 공개하지 않은 채 전략환경영향평가 본안을 접수하여 협의를 재개했고, 곧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 협의권, 제대로 구사해야
환경영향평가는 대규모 개발사업으로 인한 생태계 훼손과 생물다양성 손실을 막기 위한 예방적 조치로 시행되는 제도다.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할 것으로 예측되는 사업 역시 그 영향을 분석하여 평가하여야 한다. 개발부처의 난개발에 맞서 환경부가 환경영향평가 협의 권한을 제대로 행사해야 제도의 실효성이 발휘되고, 환경부의 존재 이유도 빛이 난다. 며칠 전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가 조건부 협의(동의)되어 환경부가 지탄을 받고 있다.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을 두고 환경부는 또 어떤 결정을 할지, 이미 협의(동의)로 진작 결론을 낸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우려가 현실이 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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