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국내 주택 가격이 장기간 침체를 이어가리라는 한국은행 전망이 나왔다. 한은은 9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의 참고 자료 '부동산 부문 관련 리스크 평가'에서 이 같이 전망하는 한편, 주택 시장의 위험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한은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높아진 금리 수준과 주택 가격 하락 기대, 주택 경기 순환주기 등을 고려할 때, 올해 주택 가격은 추가 하락"할 것이며 국내 부동산 관련 기관의 전망치를 인용해 앞으로 "3~5퍼센트가량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특히 "국면전환(regime switching) 모형에 의하면 주택 가격 하락 기대 국면은 약 10개월 정도 더 지속"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과거 주택 경기의 순환국면을 보면 주택 경기의 둔화/하강 국면은 평균 3년 내외로 지속"됐다고 진단했다. 과거 사례만 놓고 보면 이번 침체도 3년여 간 이어질 가능성을 간과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한은은 "주택 가격 기대 심리의 높은 지속성을 고려할 때 앞으로 주택 가격 하락 기대 심리가 상당 기간 이어지면서 주택 가격의 하방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이번 순환주기상 회복·상승 국면이 이전보다 길고 가팔라서, 앞으로 하락 국면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해 한은은 국면전환 모형으로 2014년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주택 가격 기대 심리 지수를 함수 모형으로 산출한 결과 장기간 0.84 수준을 유지하던 기대심리가 최근에는 0.92까지 상승했다고 밝혔다. 종전보다 주택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는 심리 지수가 더 강해졌다는 의미다. 한은은 최근 들어 주택 매매 가격과 전세 가격이 동반하락하는 점도 주택 경기 둔화를 더 심화하는 요인이라고 밝혔다. 특히 한은은 "(주택 경기) 호황기에 누적된 갭투자 주택 물량"이 앞으로 시장에 부담을 가중해 주택 침체 장기화로 이끌 수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갭투자한) 임대인들이 이자 및 전세금 반환 부담 증가로 인해 매도에 나서는 경우, 주택가격 하방 압력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가격 하락 폭이 커 매매가격이 기존 임대차 계약 임대보증금보다 낮아지는 '깡통전세'가 발생할 경우 "보증금 미반환 위험도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주택 시장이 흔들림에 따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의 위험도 커졌다고 한은은 경고했다. 한은은 부동산 PF 시장이 흔들림에 따라 "향후 부동산 경기 부진이 심화할 경우 금융시스템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특히 분양시장 경기 둔화로 인해 중소업체를 중심으로 하는 건설사 재무 여건과 부동산 금융 위험이 큰 일부 비은행 금융기관 건전성 우려가 증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해 한은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2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작년 9월 말 현재 국내 전체 부동산금융 익스포저는 2696조6000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125.9%에 이르는 규모다. 이 가운데 PF 대출 잔액은 116조6000억 원에 이르렀다. 상대적으로 더 취약한 비은행 PF 잔액이 109조8000억 원에 달한다. 관련 시장이 흔들릴 경우 국내 금융 시장 전체가 흔들리는 '시스템 위기'를 우려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한은은 "높아진 금리 부담, 공사원가 상승에 따른 사업성 훼손, 금융기관의 PF 대출 취급 기피 여파 등으로 인해 앞으로 일부 사업장의 사업 중단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이 같은 분양시장 위축 등으로 인해 중소 건설업체의 고정이하여신비율과 상장 종합건설사 주가에 내재한 예상부도확률(Expected Default Frequency, EDF)이 상승"해 금융 위기가 건설업 위기로 확대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위험을 줄이기 위해 PF의 신속한 구조조정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부동산 금융 익스포저가 큰 비은행 금융기관 신용 경계감이 확산하고 이에 따른 금융불안"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한계부문을 조기에 식별하고 정리를 유도해 거래상대방 위험을 낮추는 것이 긴요하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부동산 PF 금융의 경우 구조조정이 지연될수록 관련 비용이 커질 수 있다"고 한은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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