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인데 분양가는 왜 상승하나? 지난 2월 28일 발표된 국토교통부 주택통계에 따르면 작년 11월 5만8027건이던 미분양 주택은 12월 6만8148호, 올해 1월 7만5359호로 지속적인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주택시장에 상품을 만들어서 내놓았으나 팔리지 않은 채 쌓이는 상품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초과공급이 발생하면, 시장을 통하여 가격이 조정되면서 균형에 도달하는 것이 자본주의 시장경제다. 그런데 시장경제의 수요공급에 따른 가격 균형 원리에 역행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건축비 인상으로 인하여 분양가가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가 상승, 금리 인상 등으로 주택 수요자의 구매력이 감소하여 미분양이 증가하고 있는데, 건축비 인상을 원인으로 공급가격인 분양가를 더 높이겠다는 소리다. 지난 2월 28일 국토교통부는 분양가상한제 대상 아파트의 분양가산정 기준인 기본형 건축비를 3개월 만에 2.05% 인상한다고 밝히면서, 건설사들의 공급원가 인상을 공식적으로 용인했다. 기본형 건축비는 모든 분양아파트의 건설원가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분양가상한제 대상이 되는 일부 아파트의 분양가에만 적용되는 건설원가의 기준이다. 분양가상한제는 부동산 시장 과열로 가격이 과도하게 상승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였으나 문재인 정부 당시에도 매우 제한적인 지역 단위에 핀셋 적용되어 왔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1월 3일 투기과열지구 등을 해제하는 규제 완화를 단행하는 등 제한적인 규제마저 풀었다. 이에 따라 강남, 서초, 송파, 용산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분양가상한제 적용 대상이 대폭 축소되었다. 따라서 기본형 건축비가 인상했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분양 아파트의 경우 기본형 건축비 적용 대상이 아니다. 설사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기본형 건축비의 인상폭이 전체 분양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적어 주택 공급가격에 미치는 영향도 작다. 최근 급등했다고 알려진 건설원가 중 레미콘가격, 합판 거푸집 가격, 시멘트 가격 등이 전체 분양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될까? 시멘트업계 주장에 따르면 시멘트가격이 분양가 인상에 미치는 영향은 0.1%에 불과하다. 30평 아파트 공사비 산정 시 시멘트 구매비용은 186만 원이라 한다(가격 올려도 분양가 영향 0.1%수준... 시멘트업계의 항변, 2022.8.24. 한국경제). 최근의 환율 급등, 수급불안으로 인하여 건설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것은 맞지만 원자재가격 상승, 공사비 상승으로 인하여 분양가를 높여야한다는 논리가 성립하려면 공사비 상승 이전 종전의 분양가가 분양원가 수준에서 결정되었다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공사비가 상승하기 이전의 원래 분양가가 공사비를 반영한 분양원가보다 월등히 높은 고분양가였다면, 공사비 상승을 이유로 분양가를 높여야한다는 논리는 성립할 수 없다. 부동산가치를 평가하는 감정평가방법 중 토지가격과 공사비를 합산하는 방식의 평가방법을 원가법이라고 한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아파트 분양가격은 일종의 원가법을 적용한 부동산 가격이라 할 수 있다. 공사비 급등 현상이 나타나기 이전에는 공사원가를 기준으로 하는 아파트가격과 유사 부동산의 매매가격을 가치의 기준으로 삼는 거래사례비교법에 따른 부동산 가격 간 괴리가 컸다. 분양가상한제 대상이 아닌 주택의 분양가는 천정부지 치솟았으나, 저금리에 기반하여 무한정 유입되는 투기적 가수요는 주택의 종류와 지역을 가리지 않고 마구잡이로 먹어치웠다. 가격 급등기 끝자락의 분양가와 거래가격은 상단 꼭대기를 찍었고, 긴 유동성 파티 기간 동안 금융사와 건설사들의 기대이익 수준은 매우 높았을 것이다. 그들은 투기적 가수요에 기대어 끝 모르고 치솟은 거래가격과 분양가격을 자본주의 시장원리라 불렀다. 규제로 인하여 공급이 위축되고 부동산 가격이 더 오를 테니, 공급 확대를 위해 규제를 완화해야한다는 것이 시장주의자들의 주장이었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경제관료였던 홍남기 부총리의 논리이기도 했다. 이제 투기적 가수요가 사라지면서, 미분양아파트가 증가하고 있다. 유효수요의 위축으로 시장의 거래는 얼어붙었고, 거래사례비교법에 따른 부동산의 교환가치는 급속히 하락했다. 반면, 공사비 상승으로 인해 원가법에 따른 부동산 가치는 상승하였다. 원가법에 따른 건설원가보다 시장의 거래가격인 교환가치가 더 낮아질 수도 있다. 이렇게 상호작용을 통하여 균형점을 찾아가는 것이 바로 시장원리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는 가격이 변동하면서 수요량과 공급량이 조절되고, 공사비 원가에 포함되는 토지가격이 상승하거나 하락하는 등 토지원가가 조절되면서 균형가격으로 수렴한다. 그런데 부동산가격 폭등기에는 마음껏 이윤을 추구하도록 놔두는 것이 시장주의라고 부르짖던 건설사들이 이제 시장원리에 따라 조절되는 균형가격이 아니라 공사원가를 들고 나와 분양가를 올리겠다고 한다. 건설사들은 왜 분양가를 올리려고 할까? 미분양을 줄이기 위해서는 주택 수요자들의 가격접근성을 높여 분양가를 낮춰야하지 않나? 여기에 부동산 시장의 특성, 부동산 가격결정원리에 따른 건설사들의 수입극대화 전략이 숨어 있다. 가격차별이란 독점기업의 수익극대화 전략이다. 시장지배력이 강한 독점 기업이 수익극대화를 위하여 동일한 상품을 상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행위를 말한다. 예를 들어 영화관의 조조할인제도, 택시 심야할증요금, 숙박업소의 성수기 비성수기 이용요금 차이 등이 그것이다. 가격차별로 소비자잉여를 생산자가 모두 가져가게 되므로, 소득분배가 악화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부동산 시장은 정보비대칭성이 존재하는 불완전 시장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부동산 시장은 진위를 알 수 없는 실거래가격 정보가 여과 없이 국토교통부의 공식 통계를 통하여 제공된다. 실거래가 한건으로 수십 건의 광고성 기사와 유튜브 방송이 쏟아진다. 부동산 정보의 압도적 다수는 부동산을 높은 가격에 팔고자 하는 사람들이 제공하는 정보다. 지난 수년간의 부동산 폭등장을 경험한 사람들의 상승기대심리가 아직까지 완전히 꺼지지 않았다. 수요자들의 소득으로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뛰어넘는 비정상적인 가격이 상당기간 오래 지속되었다. 이전 정부의 정책은 무력하였고, 새 정부는 한술 더 떠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지금은 혼돈의 시장이다. 실거래가가 거의 없거나 있더라도 편차가 매우 크므로, 부동산 가격을 종잡을 수 없다. 누군가는 이제 바닥을 찍었다 하고, 누군가는 장기하락이 이어질 것이라 한다. 따라서 부동산 투기 심리, 시장 전망에 대한 판단 기준과 정도는 수요자의 개별적 투자 성향에 따라 편차가 매우 크게 나타난다. 서울의 악성 미분양(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로서,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던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수유팰리스는 2022년 2월 첫 분양에서 일반분양 142가구 모집에 933명이 신청해 6.43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청약자가 대거 계약을 포기하면서 미분양 물량이 속출했다. 6월 완공 이후 분양가를 15% 내려 재분양했으나, 아직 미분양이라고 한다. 그러나 2022년 9월 당시 7차 무순위 청약안내 공고문상 잔여세대 공고가 23가구로 제시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결국 100세대 이상 분양에 성공한 셈이다. 입지와 주위환경을 고려했을 때 전유면적 78제곱미터(㎡)타입이 10억 원이 넘는 등 분양가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많았음에도 분양가 또는 분양가의 15% 할인금액 수준에서 100세대 이상이 매매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는 의미이다. 시행사가 가격 기대치가 높은 극소수에게 가장 높은 분양가로 판매하고, 그보다 낮은 기대를 갖는 그룹에게는 다소 분양가를 할인해 주는 등의 가격차별 전략을 취해 잉여를 극대화한 사례다. 공사비 원가가 올라서 분양가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소리는 종전의 분양가가 공사비 원가를 기준으로 하는 가격이 아니라는 점에서 전제가 틀렸다. 원가 타령을 하는 건설사의 태도는 판매자가 가격 독점권을 갖고 있는 불완전한 시장에서 정보독점력을 이용하여 소비자 잉여를 최대한 생산자 잉여로 전이하기 위한 가격차별 전략의 일환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건설사들은 가격이 천정부지 상승할 때는 시장 존중과 자유시장경제를 부르짖으며 원가중심의 가격인 분양가상한제를 비판하고, 마음껏 이윤을 추구하도록 놔두라더니, 공급가격이 너무 치솟아 이를 소화할 수요가 감소하자, 공사비 상승을 이야기하며 분양가 상승을 주장한다. 그러면서 고분양가로 인한 미분양의 증가는 부동산시장 경착륙, 건설사 줄도산, 금융권 부실로 금융위기를 초래한다며, 대한민국 경제를 담보로 전 국민을 공포로 몰아넣는다. 이에 발맞춰 윤석열 정부는 부동산 시장의 조절 기능을 하던 각종 제도를 무력화하고, 다주택자 감세정책, 투기과열지구 해제, 대출규제 완화, 임대사업자등록 제도 확대 등을 통하여 일관되게 부동산 가격을 부양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정부가 공급자 중심의 종전 가격이 유지되는 것을 음으로 양으로 조력하고 있다. 동일한 아파트단지의 분양 아파트이지만 부동산의 가치에 대한 판단 기준과 기대가 사람마다 모두 다르기에 실거래가격은 불완전한 정보 하에서 불특정 다수의 기대와 전망, 개별적 사정과 소득과 신용이 무작위로 조합되므로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나타난다. 실거래가는 이렇게 극소수의 특수한 사정이나 기대가 반영된 개별성이 매우 강한 가격 추정 지표 중 하나에 불과하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절대적으로 공급자가 만들어내는 이 가격은 주로 부동산에 대해 낙관적이고 공격적인 투자자들의 행위와 결합되어 '실질 가격'이 된다. 대한민국에서 실거래가 혹은 분양가는 공급자의 수익극대화를 목표로 설정된 공급자 중심의 가격이다. 공급자 중심으로 세팅되어 유통되는 부동산 가격정보는 불완전한 부동산 시장 환경, 부동산 투기를 조장·방조하여 경기를 부양하거나 조세재원으로 활용하려는 정부 정책, 부동산 가격이 계속 상승하기를 바라는 자산 기득권들의 이기심이 수십 년 간 누적되어 만들어낸 부동산공화국의 작동원리이다. 부동산공화국의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공급자가 만들어낸 가격이 시장원리에 따라 균형을 찾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 아직도 대한민국의 실거래가는 실제 거래된 것이 맞는지 아닌지 진위여부와 상관없다. 정부는 미분양 물량이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도 검증하지 않고, 미분양 이후에 시장에서 어떤 방식과 어떤 가격으로 소진되고 있는지 정확한 통계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칸타빌수유팰리스 36가구를 공공임대로 매입했다. 공공임대 매입가격은 분양가의 85%선에서 결정되었다. 그렇다면 분양가격 또는 LH공사의 매수가격은 적정한 가격인가? 칸타빌수유팰리스는 분양가상한제 미적용 아파트다. 분양가에 분양원가가 반영되지 않았다. 주변의 실거래가와 비교할 때도 고분양가 논란이 있었던 이 아파트의 적정가격은 도대체 어떻게 평가해야할까? 거래사례비교법에 따르면 145세대 중 100세대가 넘는 분양 및 실거래가 이루어졌으므로 분양가를 적정한 가격으로 보아야 한다. 실거래가격이 존재한다면 이를 기준으로 부동산의 가치를 평가하는데 문제가 없나? 칸타빌수유팰리스의 매입 사례는 실거래가 또는 분양가를 그대로 부동산의 적정가치로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큰 오류를 불러올 수 있는지 보여준다. 미국, 일본, 영국을 비롯한 자본주의 선진국들은 부동산 가치를 평가할 때 공히 감정평가 3방식을 활용하여 상호 검증, 조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건설원가를 의미하는 재조달원가를 합산하는 방식의 원가법, 유사한 부동산의 거래사례와 비교하는 방식의 거래사례비교법, 대상 부동산이 창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수익을 환원하여 가격을 산출하는 수익환원법을 모두 고려하고, 시장상황과 평가 목적에 따라 적절한 기준을 설정하여 적정가격을 평가한다. 현재 한국의 부동산 가격은 공급자의 수익극대화를 목표로 하여, 공급자가 만들어내는 가격이다. 반면 부동산의 적정가치를 평가하는 감정평가 절차는 대출이나 조세제도 등과 결합해 부동산 가치의 3면성, 즉 원가성, 시장성, 수익성의 가격형성원리에 따라서 다각적으로 가격형성 요인을 분석한다. 이를 통해 공급자 중심의 가격을 견제하고, 정상적인 시장을 분석하여, 부동산 가격의 급등락을 조절한다. 이에 따라 부동산이라는 한정된 자원이 적절히 분배되도록 하며, 자본주의 시장경제 원리에 따라 균형에 수렴하도록 이끄는 임무를 띤다. 부동산의 적정가격을 결정함에 있어서, 실거래가의 내용이나 성격을 분석하지 않고, 원가성과 수익성을 함께 검토하지 않은 상태에서 실거래가만을 추종하는 방식의 부동산가격 산출 방식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 우리는 부동산 가격 정보를 어떻게 생산하고, 소비하여야 하는가? 한국의 부동산 가격을 근본부터 재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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