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에서 여야 간 쟁점이었던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표 대결 끝에 통과됐다. 국민의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간호법 등 6개 법안의 본회의 직회부 안건도 가결됐다.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당의 세를 과시하며 이들 안건의 가결을 이끌었다는 평이 나온다. 여야는 다만 내년 총선 선거제도 개편을 다룰 전원위원회 구성은 오는 30일 본회의에서 의결하기로 합의했다. 국회는 23일 본회의에서 민주당이 제안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재석 266인 중 찬성 169명, 반대 90명으로 가결했다. 실제로는 민주당 의원 중 일부 기권도 나왔고 정의당·무소속 의원들도 가결에 동참했으나, 찬성표 수는 우연히도 민주당 의석 수(169석)와 똑같이 나왔다. 양곡법은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앞서 민주당은 농민 소득보전과 식량안보를 위해 가결을, 국민의힘은 국가 재정 부담 등을 이유로 부결을 주장해왔다. 이날 표결을 앞두고 이뤄진 본회의 찬반 토론에서도 여야는 첨예하게 대립했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본회의 제안설명에서 지난해 쌀값 하락 사태를 언급하며 "현행법에 쌀 시장격리 실시 기준이 법제화돼 있음에도 임의조항이라는 한계로 정부가 제때 시장에서 격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의무조항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은 반대토론자로 나서 "(쌀 매입) 의무화를 하면 재배 유인 증가로 쌀의 구조적 공급 과잉을 심화시키고 정부 재정 부담이 가중된다"며 "농업 경쟁력 저하라는 악순환을 불러일으킬 악법"이라고 주장했다. 양당 지도부도 본회의 개의 전부터 열띤 설전을 벌였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에 앞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전농까지도 반대하고 있다"며 "(법이 통과되면) 누구나 쌀 농사를 지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주 원내대표는 "지금 쌀농사는 99.7% 기계화돼서 누구나 쉽게 지을 수 있고, 다생산 품종도 있다. 의무적 매입을 한다면 모두 그 쌀을 심을 것"이라며 "(재정 부담이) 1조가 넘는, 5년 뒤에는 내다 버리는 법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 원내대표는 본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윤 대통령께 거부권 행사를 강력히 건의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민주당은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별러 왔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중재안을 수용해 가며 거듭 양보했으나 정부는 무조건 반대로 일관하며 쌀값 안정화법이라는 취지를 왜곡하고 있다"며 "정부·여당이 최소한의 소명의식도 없이 고장난 라디오처럼 거부권만 일삼고 있으니 민생이 파탄 지경"이라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남아도는 쌀을 의무적으로 사줘야 하는 게 아니다. (잉여 생산량이) 일정 기준에 도달하면 수매 상황이 발생하니 사전에 콩·밀·조 등 다른 작물을 제대로 지원함으로써 쌀 생산 면적을 줄이고 자급률을 높이자는 것"이라고 법안 취지를 설명하며 "거부권만 쳐다볼 게 아니라 집권 여당으로서 식량 자급에 대한 대안부터 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내각 고위직들로 구성된 정책포럼 '사의재'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농민 눈높이에는 부족하지만 쌀값 안정을 위한 중요한 첫발을 내디뎠다. 아쉽지만 환영한다"며 "쌀값 안정과 식량안보, 예산 절감을 동시에 달성하는 해법이 법제화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들은 "당초의 개정안에는 쌀 초과 생산량이 3% 이상일 때, 쌀값이 평년보다 5% 이상 하락할 때 매입을 의무화하했으나, 오늘 통과된 수정안은 쌀 초과 생산량 3~5%, 쌀값 하락 5~8%(국회의장 1차 중재안)로 다소 후퇴했다"며 "(이는) 어떻게든 합의 처리하려는 국회의장과 야당의 불가피한 양보"라고 강조했다. 양곡법과 관련해서는 국민의힘이 '건의'를 예고한 대로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지 관심이 모인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후 법 통과 이후 보낸 언론 공지에서 이와 관련해 "법률 개정안이 정부에 이송되면 각계의 우려를 포함한 의견을 경청하고 충분히 숙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는 간호법 등 보건복지위 소관 법률안 6건을 법사위 심의 없이 본회의에 직회부하는 내용의 안건도 이날 상정, 의결됐다. 국민의힘이 반대 입장을 밝혀온 해당 법안들은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민주당은 이에 국회법 86조 '법사위가 이유 없이 60일 이내에 법안 심사를 마치지 않았을 때는 원 소관 상임위원 3/5 이상의 찬성으로 본회의 부의를 요구할 수 있다. 의장은 부의 요구가 있을 때 교섭단체 대표와 합의해 바로 본회의에 부의해야 하고, 30일 이내에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는 그 후 처음으로 개의되는 본회의에서 해당 법률안에 대한 본회의 부의 여부를 무기명투표로 표결한다'는 규정에 따라 이들 법안의 본회의 직회부를 추진해 왔다. 앞서 이날 본회의에서 가결된 양곡법 역시 이같은 절차를 거쳐 본회의에 부의, 의결됐다. 이날 본회의 표결 결과는 간호법 본회의 직회부 건은 재석 262인 중 찬성 166표 대 반대 94표로, 의료법 직회부는 찬성 163표 대 반대 96표로 가결됐다. 감염병예방관리법, 국민건강보험법, 노인복지법, 장애인복지법도 170표 안팎의 찬성표로 각각 가결됐다. 여야는 간호법 등 본회의 직회부를 놓고도 평행선을 달려왔다. 앞서 국민의힘 의총에서 주 원내대표는 "간호법 직회부는 의료법 안에 하나로 돼 있는 것을 따로 떼어내겠다는 것"이라며 "간호법만 떼어내 만들면 나머지도 만들어 달라고 할 것이고, 이 일로 의료계(내부) 논의 자체가 깨져 있다. 의료 대란을 일으키고 정권에 타격을 주는 것 외에 어떤 목적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민주당을 비난했다. 민주당 박 원내대표는 반면 "보건복지위에서 여야가 합의했던 간호법, 의료법 등은 오랫동안 법사위에 묶여 있었다. 이에 직회부가 결정된 만큼 본회의 부의 표결은 당연한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정당한 절차를 거친 법률의 처리를 계속 회피하고 거부하는 것은 집권당으로서 매우 무책임한 모습"이라고 맞섰다.
한편 당초 이날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었던 '전원위원회 구성' 안건은 1주일 미뤄졌다. 김진표 의장은 본회의에서 "국회의장으로서 저는 민주당·국민의힘 양당 교섭단체 원내대표와 회동을 갖고 국회 정개특위가 제안한 선거제도 개편안을 심의하기 위해 3월 30일 본회의에서 국회 전원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전원위를 통해 국회의원 전원의 의견을 수렴해 법정시한인 4월 중에 여야 합의로 단일한 수정안을 처리하기로 했다"고 부연했다. 김 의장과 여야 원내대표가 서명한 합의문에는 "전원위를 개회, 정개특위가 제안한 복수 개편안을 담은 결의안을 심의해 여야 합의로 단일 수정안을 처리하기로 한다"고 명시됐다. 김 의장은 전원위 의장을 맡게 될 김영주 부의장에게 "30일 본회의에서 전원위가 구성된 직후부터 즉시 가동될 수 있도록 준비해달라"고 당부했다.
국회 정개특위는 전날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 + 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 + 전국·병립형 비례대표제', '현행 소선거구제 + 권역별·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등 3개 안을 전원위 토론에 붙이는 결의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관련 기사 : 정개특위, 알맹이 빠진 총선개혁 결의안 의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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