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평양 대동강맥주, 그냥 마셔도 될까?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평양 대동강맥주, 그냥 마셔도 될까?     [초록發光] 북한의 지역 불균등발전과 깨끗한 물 이용의 차등화
2022년 4월 평양 동남쪽 지역에 송화거리로 불리는 약 1만 세대가 거주할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준공되었다. 평양의 주택부족을 해결하기 위하여 추진된 평양 5만 세대 건설계획의 첫 사업이었다. 북한연구자의 입장에서는 2020년 1월 코로나19의 유입을 막기 위하여 국경을 굳게 잠그면서 중국으로부터 건설물자들을 공급받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대규모 주택단지를 건설하는 것을 보면서 2010년대 건설된 여명거리, 미래과학자거리처럼 김정은 집권 이후 소위 '건설정치'를 통해 북한주민들로부터 정권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의도의 연장선에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국경봉쇄 상황에서도 꾸역꾸역 아파트를 건설할 정도로 주택난이 실제 시급하게 해결되어야 할 ‘도시문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송화거리 건설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제대로 추진될지를 확인하려고 2021년 한 해 동안 위성사진을 빈번하게 보는 와중에 엉뚱한 상상을 하였다. 송화거리 인근에는 한국에도 잘 알려진 대동강맥주를 제조하는 공장이 위치해 있다. 통일이 되어 송화거리에서 살게 된다면, 매일 저녁 동네 친구들과 대동강맥주 공장에 방문하여 맥주 한잔을 마실 상상이다. 공장과 가장 가까운 아파트는 불과 50미터(m) 거리에 있으니 실로 맥주 애호가들에게는 천상과 같은 입지이다. 하지만 설령 남북관계가 좋아져 평양 대동강맥주 공장을 방문하더라도 필자는 대동강물로 만든 대동강맥주를 마실 수 있을 지는 확신하지 못하겠다. 대동강맥주의 원료인 대동강물의 수질이 썩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지역 불균등발전과 깨끗한 물 이용의 차등화

평양의 평천구역에는 평양화력발전소와 대동강축전지공장이 입지하여 오폐수 정화가 오랜 지역문제이다. 물 문제뿐만이 아니다. 당장 구글어스(Google Earth)와 같은 위성사진서비스를 통하여 평천구역을 들여다보면, 평양화력발전소 굴뚝에서 내뿜는 연기로 덮인 주변 지역에 사는 주민들의 호흡기가 그리 좋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북한 당국이 이 지역의 수질문제를 아예 손 놓은 것은 아니다. 주변 발전소 및 공장으로부터 배출되는 오폐수를 정화하기 위하여 평천오수정화장이 가동되고 있다. 특히, 2021년 하반기부터는 정화시설을 두 배가량 확장하는 공사가 추진된 것을 위성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북한 매체를 통하여 평양뿐만 아니라 북한 각지에서 오수처리장이 건설되거나 기존 시설을 확장하는 보도가 나온다. 북한주민들의 생존에 필요한 최소조건인 깨끗한 물 접근을 개선하기 위한 당국의 정책적 노력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의 수질개선 노력은 특정 공간에만 집중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생긴다.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하기 직전에 탈북한 청년들을 만났다. 그들에게 들어보니 평양에 살던 청년과 지방에서 살던 청년의 물 접근 수준이 확연히 달랐다. 필자는 중·고등학교 재학 시절 운동장에서 축구나 농구를 마치고서 수돗가에서 물을 마시고, 세수를 했던 기억을 갖고 있다. 북한 학교에도 수돗가 정도는 당연히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지방도시 출신 청년들에게서는 화장실에서조차 수도꼭지를 틀어본 적이 없다는 증언이 많았다. 반면 평양에서 중등교육을 받았던 청년들은 화장실에 수도시설이 있느냐는 필자의 질문에 황당한 표정을 지으면서 '당연히' 한국처럼 수도시설이 있다고 답변했다. 평양과 지방 간 발전의 격차가 물 접근권에서도 확인되는 대목이다. 2009년 제정된 북한의 상수도법 제1조는 "인민생활에 필요한 물을 원만히 보장하는데 이바지 한다"고 밝혔지만 법이 제정된 지 10여 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법 조항과 현실의 괴리가 좀처럼 좁혀지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림1> 원산 신성오수처리장의 시설확장. ⓒGoogle Earth(좌: 2020년 9월 촬영, 우: 2022년 6월 촬영)
같은 지방의 도시라도 국가정책 상으로 중요한 도시라면 국가의 지원이 보다 집중되는 경향성이 오수처리장에서도 확인된다. 가령, 김정은의 관심을 받는 원산에는 해외관광객 유치를 위해 2010년대 중반부터 착공된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가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아직까지도 개장을 못한 상태다. 그런데 최근 관광지구와 인접한 신성오수처리장을 보면 <그림 1>에서 보듯이 대규모 오폐수처리시설 확장공사를 진행함을 확인할 수 있다. 2016년 북한이 발간한 <원산-금강산투자대상안내서>에는 신성오수정화장 확장공사를 위해 해외투자유치를 받는다는 항목이 들어가 있다. 북한 당국의 기대와 달리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관광지구 개장이 지연되면서 당국은 필요로 한 해외투자유치에 실패했다. 그럼에도 최근 확장공사를 단행했으니,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하여 관광지구 개장을 위해 북한 내부의 자원을 동원한 것으로 추정된다. 애당초 신성오수처리장이 원산시 중심부에서 떨어진 외곽에 위치하고, 관광지구에 인접했다는 사실은 이 지역 깨끗한 물 접근권을 향상할 대상이 원산 주민이 아니라 며칠 묵고 떠날 해외관광객임을 짐작케 한다.

한국수자원공사가 북한에 하수처리장을 건설한다면

북한은 2009년에 상하수도 관련법들을 제정했다. 이후 아직 속도는 느리지만, 곳곳에 오수처리장 공사를 하고 있다는 보도를 접하고 있다. 북한 당국이 주민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다행이다. 하지만 북한의 상수도법에 "국가는 상수도분야에서 다른 나라, 국제기구들과의 교류와 협조를 발전시킨다"(제7조)는 조항이 들어갔다는 점과 실제로 북한 당국이 원산갈마관광지구 오수처리장 건설을 위한 해외투자유치를 추진했음을 고려하면 북한 내부의 열악한 재원상황(또는 무기개발에 자원이 집중된 상황)을 알 수 있다. 평양 대동강맥주 공장을 방문하여 시원한 맥주 한잔을 마실 날이 올 때까지 수질이 개선되기를 기다린다는 말은 한가한 소리일지 모른다. 얼마 전까지 북한에 살던 주민들이 증언했듯이 평양을 제외하면 북한 대부분 전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수도시설이 없는 화장실을 이용한다. 북한 청소년들이 그로 인해 질병에 걸려 건강을 잃을 것이라 생각하니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훨씬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상하수도 시설 건설 역량이 세계적으로 탁월한 한국수자원공사가 북한에 하수처리장을 건설하는 날이 오길 고대한다.
▲평양시 대동강변. ⓒ위키백과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원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