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불균등발전과 깨끗한 물 이용의 차등화
평양의 평천구역에는 평양화력발전소와 대동강축전지공장이 입지하여 오폐수 정화가 오랜 지역문제이다. 물 문제뿐만이 아니다. 당장 구글어스(Google Earth)와 같은 위성사진서비스를 통하여 평천구역을 들여다보면, 평양화력발전소 굴뚝에서 내뿜는 연기로 덮인 주변 지역에 사는 주민들의 호흡기가 그리 좋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북한 당국이 이 지역의 수질문제를 아예 손 놓은 것은 아니다. 주변 발전소 및 공장으로부터 배출되는 오폐수를 정화하기 위하여 평천오수정화장이 가동되고 있다. 특히, 2021년 하반기부터는 정화시설을 두 배가량 확장하는 공사가 추진된 것을 위성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북한 매체를 통하여 평양뿐만 아니라 북한 각지에서 오수처리장이 건설되거나 기존 시설을 확장하는 보도가 나온다. 북한주민들의 생존에 필요한 최소조건인 깨끗한 물 접근을 개선하기 위한 당국의 정책적 노력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의 수질개선 노력은 특정 공간에만 집중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생긴다.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하기 직전에 탈북한 청년들을 만났다. 그들에게 들어보니 평양에 살던 청년과 지방에서 살던 청년의 물 접근 수준이 확연히 달랐다. 필자는 중·고등학교 재학 시절 운동장에서 축구나 농구를 마치고서 수돗가에서 물을 마시고, 세수를 했던 기억을 갖고 있다. 북한 학교에도 수돗가 정도는 당연히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지방도시 출신 청년들에게서는 화장실에서조차 수도꼭지를 틀어본 적이 없다는 증언이 많았다. 반면 평양에서 중등교육을 받았던 청년들은 화장실에 수도시설이 있느냐는 필자의 질문에 황당한 표정을 지으면서 '당연히' 한국처럼 수도시설이 있다고 답변했다. 평양과 지방 간 발전의 격차가 물 접근권에서도 확인되는 대목이다. 2009년 제정된 북한의 상수도법 제1조는 "인민생활에 필요한 물을 원만히 보장하는데 이바지 한다"고 밝혔지만 법이 제정된 지 10여 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법 조항과 현실의 괴리가 좀처럼 좁혀지지 못하는 실정이다.한국수자원공사가 북한에 하수처리장을 건설한다면
북한은 2009년에 상하수도 관련법들을 제정했다. 이후 아직 속도는 느리지만, 곳곳에 오수처리장 공사를 하고 있다는 보도를 접하고 있다. 북한 당국이 주민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다행이다. 하지만 북한의 상수도법에 "국가는 상수도분야에서 다른 나라, 국제기구들과의 교류와 협조를 발전시킨다"(제7조)는 조항이 들어갔다는 점과 실제로 북한 당국이 원산갈마관광지구 오수처리장 건설을 위한 해외투자유치를 추진했음을 고려하면 북한 내부의 열악한 재원상황(또는 무기개발에 자원이 집중된 상황)을 알 수 있다. 평양 대동강맥주 공장을 방문하여 시원한 맥주 한잔을 마실 날이 올 때까지 수질이 개선되기를 기다린다는 말은 한가한 소리일지 모른다. 얼마 전까지 북한에 살던 주민들이 증언했듯이 평양을 제외하면 북한 대부분 전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수도시설이 없는 화장실을 이용한다. 북한 청소년들이 그로 인해 질병에 걸려 건강을 잃을 것이라 생각하니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훨씬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상하수도 시설 건설 역량이 세계적으로 탁월한 한국수자원공사가 북한에 하수처리장을 건설하는 날이 오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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