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의 가상화폐 보유 논란에 휩싸인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이 "저의 정치생명과 전 재산을 걸 만큼 가상화폐 투자 과정에서 투명하고 합법적으로 거래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정작 핵심 쟁점인 투자 시 비공개 정보 활용 여부 등에 대해선 일절 언급을 하지 않아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8일 오후 입장문을 통해 "어떠한 불법성도 없이 떳떳하다"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1~2월 60억 원어치의 가상화폐 '위믹스'를 80여만 개 보유했다가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 시행일인 지난해 3월25일 이전 전량 인출한 것으로 앞서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특히 그가 앞서 지난 2021년 7월 가상자산 거래에 따른 소득세 부과를 1년 유예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한 사실도 알려지며 이해충돌 비판이 제기됐다. 그는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다섯 차례에 걸쳐 "가상화폐의 경우 (재산) 신고 대상이 아니어서 제외됐다", "이것이 이해충돌이라면 다주택자 의원들이 종합부동산세를 깎는 법안에 앞다투어 나선 것은 더 직접적인 이해충돌"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한동훈 검찰'의 작품"이며 현 정부를 향해 역공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해명은 비난 여론을 더욱 악화시켰다. '가상화폐 미신고는 위법이 아니'라는 설명은 고위공직자의 재산신고가 이해충돌 방지 목적에 있음을 몰각한 해명으로, 공직 윤리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받았다. 수차례 해명에도 비난 여론이 이어지자, 그는 이날 작심한 듯 입장문을 내고 증권 매도 및 은행 이체 내역, 거래소 실명 인증 확인서 등을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김 의원은 우선 의문이 집중된 가상화폐 투자 자금 출처에 대해 당시 보유하고 있던 주식 매매 대금으로 투자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21년 1월 13일 보유 중이던 LG디스플레이 주식 전량을 매도 주문하여 9억8574만1515원의 예수금이 발생했고, 해당 금액을 가상화폐 초기 투자금으로 사용했다"고 했다. 그는 "하늘에서 떨어진 돈도 없고, 어디서 이체된 가상화폐도 일절 없다"면서 "이체 내역이 분명하게 남아있고, 가상화폐 거래 역시도 실명 확인이 된 제 명의의 지갑 주소만을 사용했다"고 했다. 이어 "모두 대형 거래소에서 실명 계좌를 이용한 거래만을 하였고, 현금과 가상 화폐 이체 내역은 모두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대선 기간 동안 전체 계좌에서 실물인 현금으로 인출된 것은 440만 원에 불과하다"면서 가상화폐 투자금 회수 목적이 대선 자금으로 쓰기 위해 가상화폐를 현금화해 인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김 의원은 "2022년 2월 중순경 이체한 가상화폐는 인출하여 현금화한 것이 아니다. 제 명의의 다른 실명 지갑으로 이동한 것일 뿐"이라면서 "현재 보유한 가상화폐 가치는 9억 1000여만 원 수준"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근거 없는 의혹 제기가 죄 없는 한 사람을 얼마나 힘들게 하고 억울하게 만드는지 몸소 실감하는 주말이었다"면서 "허위사실에 기초한 의혹 보도를 생산하여 저뿐만 아니라 민주당의 명예를 훼손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하여 나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처럼 김 의원은 입장문에서 '투명한 거래'를 강조하며 가상화폐 거래 과정에서 불법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거래 과정의 투명성 여부에 대한 소명보다도 현재 여론의 관심이 집중된 부분은 이해충돌 여부다. 그러나 첨부파일을 포함해 총 13장에 달하는 입장문 가운데 정작 이 부분에 대한 해명은 쏙 빠져있었다. 전 재산의 절반가량에 해당하는 10억 원 안팎의 주식 처분 대금을 왜 가상화폐 투자로 전환했는지, 왜 '위믹스'에 전량 투자했는지에 대해서도 납득할 만한 설명은 없었다. 시민단체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통해 "쟁점은 가상자산의 보유 그 자체가 아니라, 선출직 공직자가 현행 재산등록·공개제도에도 불구하고 거액의 재산을 공개하지 않은 채 보유하고 있었고, 그 취득과 처분 등 해당 재산의 변동 흐름이 불분명한 상황과 김 의원의 의정활동과 관련한 이해충돌은 없었는지 여부 등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먼저 취득일자, 취득경위, 소득원 등 가상자산과 관련한 재산 형성 과정 전반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단체는 아울러 "가상 자산을 공직자윤리법상 등록대상 재산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이날 성명을 통해 "만약 막대한 가상자산을 보유한 상태 혹은 가상자산을 보유할 것을 인지한 상태에서 가상자산 과세 유예 법안을 발의, 이로 인한 직접적 이익을 볼 수 있음에도 이해충돌 방지를 신고하지 않았다면 국회법상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며 "김 의원은 보유 재산 미신고, 이해충돌 미신고와 관련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 내서도 "김남국, 이해충돌 될 수 있다"
민주당 내에서도 김 의원의 가상화폐 투자를 이해충돌 행위로 볼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해 충돌이) 약간 될 수 있다고 본다"며 "다주택자(에 대해) 과세 유예한다든지 (하는 법안을) 다주택자가 만약에 발의했다, 이러면 약간 (이해)충돌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아울러 민주당 내에서는 공직자들의 가상재산 신고 기준에 허점이 있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같은 당 이상민 의원은 이날 오전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상당히 곤혹스럽다"면서 "왜 코인은 빠졌을까 지금도 이해가 안 된다. 그건 빨리 입법조치를 해서 공직자 재산등록 항목으로 넣어야 될 것 같다"고 했다. 이용우 의원은 지난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직자들의 가상재산 신고 의무화를 규정한 법률 개정안을 재작년 5월 발의했으나 현재까지 국회 계류 중에 있다"며 "공직자가 이러한 가상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 부정한 이익을 추구하거나 재산 은닉, 탈세 등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김 의원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하는 등 총공세에 나섰다.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김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번에 60억 코인의 대량 인출 단계에서도 나타난 여러가지 행위가 국회법이 규정하고 있는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 국회의원 윤리강령을 위반했다고 판단해 국회 윤리특위에 징계안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김민수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김남국 의원은 민주당 여느 의원들과 마찬가지로 의혹이 보도되자 국민을 향한 반성이나 사죄 대신 빠져나갈 구멍 찾기에 급급한 모습"이라면서 "개인 비리 의혹이 터지면 검찰 탓과 모르쇠로 일관하는 민주당이지만, 가난한 청년 정치인 코스프레로 국민들 가슴에 상처를 깊게 새긴 사건이니만큼 사죄하는 마음으로 명명백백 진실을 밝히길 바란다"고 했다. 정의당도 "법이 비윤리의 핑계로 쓰일 수 없다"며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이재랑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을 통해 "선출직 공직자가 60억 원어치의 물밑 자산을 갖고 있었지만, 김 의원은 법적으로 재산 신고의 의무가 없으니 문제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면서 "국회의원은 마음만 먹으면 자산 증식에 막강한 권한을 이용할 수 있기에, 자기 재산을 국민들에게 낱낱이 보고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변인은 "60억 원의 가상화폐를 소유한 자가 '가상화폐과세 유예 법안'을 공동 발의했다. 그렇다면 당연히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설득력 있는 해명 없이는 기득권의 위선으로 보일 따름"이라고 했다. 이어 "김 의원 개인이 '짠돌이'인지는 궁금하지도, 중요하지도 않다"면서 "국민들은 김 의원이 공직 수행 중 주식보다 훨씬 불투명한 가상화폐를 활용하여 어떻게 재산 증식에 이용했는지 묻고 있다. 추상같은 태도로 본인이 공직자로서 자격이 있는지 성찰하고 자신의 거취를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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