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의 가상화폐 투자·보유 의혹 끝에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의원 사태가, 민주당 '이재명 지도부'의 리더십 논란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김 의원의 탈당계를 받아주고 국회 윤리특위 제소를 망설이는 등 당이 사태에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지적이 당 내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16일 오전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문제는 지도부가 늑장 대처를 한다는 것"이라며 "그 사이에 여론은 악화될 대로 악화돼서 비등점으로 끓어오르고, 그때 제대로 당에서는 조치도 하지 못 한 상태에서 탈당을 하는 사이클이 반복되고 있다. 얼마 전 돈봉투 사건 때도 그랬고 이번에 코인도 그렇고 매번 그렇다"고 비판했다. 조 의원은 "지도부의 늑장 대처로 인해서 당이 제대로 능동적·적극적 조처를 할 사이가 없이 여론이 이미 많이 나빠지게 된 것"이라며 "(그래서) '지도부가 너무 안일한 거 아니냐', '민주당은 온정주의, 우리 편만 감싸고 도는 정당', '내로남불' 이런 것이 심화되고 있고, 그래서 '이건 당 대표 리더십이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 '정무적 판단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 하는 얘기까지도 지금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조 의원은 이재명 지도부에 대해 "'사법 리스크'가 지금 문제가 아니고 '리더십 리스크', 제대로 결정을 못 한다"며 "김남국 의원도 사실 진상조사단 얘기로는 제대로 협조를 안 했다는 거 아니냐"고 했다. 조 의원은 "김남국 의원이 누구냐. 자타가 공인하는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이다. '7인회'이기도 하고, 대선 때 수행실장도 하고 참 어마어마한 측근"이라며 "그런 사람이 이런 비위에 연루가 돼서 벌써 열흘 가까이 지났고, 제대로 해명도 안 되고, 사태는 점점 더 커져가고 있는데 제대로 맺고 끊고를 하는 게 전혀 없었다"고 비판했다. 조 의원은 "탈당하겠다고 했을 때 탈당을 만류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라며 "윤리위 제소 같은 문제도, 명색이 그래도 쇄신 의총인데, 또 의총하기 몇 시간 전에 탈당을 하겠다고 전격적으로 발표를 했는데 거기에 대해서 두루뭉술하게 '앞으로 잘하겠습니다. 믿고 봐주십시오' 그런 통상적인 약속만 해서 제대로 정신 차렸다고 할 국민이 누가 있겠냐"고 했다. 조 의원은 "결국 나온 것은 뾰족뾰족한 건 다 치우고 둥글둥글해졌다. 과연 이런 식으로 해서 이 난국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인가"라며 "이게 우리 이재명 대표의 상황 인식인가"라고 꼬집었다. 민주당 김종민 의원도 불교방송(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돈봉투 사건이나 김남국 의원 코인 문제나 개별 하나하나를 어떻게 처리해야 될까도 중요한 문제이지만, 전체적으로 국민들이 보는 것, 국민들의 마음속에 남아 있는 것은 민주당 지도부가 또는 이재명 대표가 이 문제를 어떤 자세와 태도로 대처하느냐"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 문제에 대해서 정말로 국민들과 비슷한 자세와 태도를 가지고 엄중하게 보고 엄중하게 대처를 하느냐 이걸 보는 것인데, 전체적으로 보면 우리 대처는 '검찰 탄압이다', '불법은 아니다', '당으로서는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라며 "얼마나 안이한가"라고 탄식했다. 김 의원은 "그래서 이 문제에 대해서 이런 방식으로 더 했다가는 민주당 진짜 큰일난다는 게 의원총회에서 대다수 의원들의심각한 문제제기였다"며 "당 지도부가 중요하다. 아무리 의원들이 얘기해도 지도부가 키를 제대로 잡지 않으면 배가 암초에 부딪치는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그런데 지도부가 지금 '암초에 부딪친다'고 계속 경고를 하고 있는데도 조타를 돌리지를 않는다"며 "이 문제에 대해서 조금 더 심각하게 지도부가 생각을 해야 된다"고 쓴소리를 했다. 김 의원은 또 "의원들이 (김남국 의원을 윤리특위에 제소하자고) 그렇게 발언한 것은 김 의원이 미워서가 아니고 국민들이 민주당을 어떻게 보느냐에 대해서 의원들의 절박감, 위기의식이 있어서"라며 "그게 결의문에 빠져버리니까 '과연 민주당이 5시간 동안 토론했는데 뭐 한 거냐?', '민주당 의원들 다 정신 못 차리고 있는 거 아니야?' 이렇게 돼버렸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김남국 의원이 이재명 대표랑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 하더라도, 인간적으로야 힘들겠지만 원래 지도자라는 게 그런 것이다"라며 "옛말에 읍참마속이라는 말이 왜 생겼겠느냐, 자기 가까운 측근이라 하더라도 우리 당을 위해서 해야 될 거는 해야 그게 지도부"라고 했다. 김 의원은 "저는 이재명 대표에게 아직까지는 시간이 주어져 있다고 본다. 개인의 능력을 떠나서 전당대회에서 절차에 따라서 선출된 당 대표여서, 본인이 '나는 도저히 못하겠다' 하고 내려오지 않는 한 옆에서 문제제기하고 흔들고 내려오라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사항은 아니다"라면서도 "그런데 이 대표에게 주어진 시간이 그렇게 많이 남지 않았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김 의원은 "이 대표가 왜 당 대표가 됐나, 하나는 '이재명이 당대표가 돼야 민주당을 혁신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이재명만이 윤석열 정권에 맞서 싸워서 이길 수 있다'는 것이었다"며 "그런데 지난 1년 동안 과연 이 대표가 우리 당을 제대로 혁신해서 정말 국민에게 신뢰받는 정당으로 바꿔놨느냐? 오히려 방탄 정당이 됐고 팬덤 정당, 팬덤 정치가 오히려 문재인 정부 때보다 훨씬 더 심해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오히려 결론적으로 이재명 대표 때문에 윤석열 정권이 저렇게 못하고 있고 저렇게 국민들이 불신을 하고 불만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민주당으로 국민들의 민심이 이동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그래서 윤석열 정권을 살려주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면서 "앞으로 몇 달 안에 이것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이 대표의 시간도 무한정 있는 게 아니라고 본다"고 경고했다. 김남국 의원 의혹 사태 진상규명을 맡은 민주당 진상조사단 단원 이용우 의원도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도자는 어떤 결단을 할 때 있어서 항상 객관적으로 해야 하고, 그 다음에 중요한 결단은 몇 가지를 포기하는 것"이라며 "모든 걸 취할 수 없고, 거기에서 중요한 걸 선택하는 것을 보여주는 게 지도자다움이다. 바로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이재명 대표의 지도력이 어떻게 발휘되는지 보여주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의원은 이번 사태에 대해 "'본인이 보는 본인'과 '타인이 보는 본인'의 괴리가 적을수록 그 사람은 공감능력이 높고 대화의 상대가 된다. 그런데 본인은 객관적이라고 생각하는데 타인이 그렇지 않다면 그 사람하고 대화가 단졀되고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것"이라며 "정당이 그런 모습을 보일 때 지지도는 떨어지게 돼있다. 그렇기 때문에 굉장히 심각한 사안이라고 보고 있다"고 했다. 이재명 지도부는 이같은 비판에 대해 직접 대응은 삼가고 있지만, 지난 15일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는 이 대표가 '쇄신 의총'에서 쏟아진 자신에 대한 비판에 대해 반박성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김남국 의원을 국회 윤리위에 제소하자는 내용이 의총 결의안에서 빠진 것이 이 대표의 반대 때문이라는 일부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는데, 민주당은 권칠승 수석대변인 명의 입장문에서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