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군주제?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모든 게 바뀌다니
5월 23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 후 건설노조의 1박 2일 노숙농성을 강경 진압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이 노숙농성은 안 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집시법에 보장된 야간집회를 금지하겠다며 자정부터 새벽 6시까지 집회를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야간집회 금지조항인 집시법 10조는 이미 2008년 이명박 정부 시절 광우병 의심 미국산 쇠고기반대 촛불집회(이하 2008촛불집회)가 밤새 이루어진 후인 2009년과 2014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은 바 있다. 헌법 제21조 제2항의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조항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2014년 헌재는 "'일출시간 전, 일몰시간 후'라는 광범위하고 가변적인 시간대의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금지하는 것은 오늘날 직장인이나 학생들의 근무·학업 시간, 도시화·산업화가 진행된 현대사회의 생활형태 등을 고려하지 아니하고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정도를 넘는 지나친 제한을 가하는 것이어서 최소침해성 및 법익균형성 원칙에 반한다"고 했다. 1962년 집시법 제정부터 48년간 존속했던 야간집회금지 조항이 헌재의 결정으로 사라졌다. 그런데 헌재의 결정이 10년이나 지난 2013년, 과거 퇴행적인 야간집회 금지를 하겠다 하니 대통령이나 여당인 국민의힘의 입장은 인권 퇴행적이 아니라 말할 수 있는가. 더 심각한 것은 대통령의 한마디에 경찰들의 조치가 달라졌다는 점이다. 5월 25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집회에 대통령의 노숙 금지와 경찰의 강경대응 주문이 그대로 반영되었다. 아무리 대통령제라고 해도 법 집행 기관인 경찰은 대통령의 주문이 그동안의 경찰이 취해온 정책과 맞는지, 헌법과 실정법에 맞는지를 검토하고, 실제 집회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를 보고 판단하고 정책을 추진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그러한 검토는 전혀 없이 경찰은 대통령 지시 바로 다음 날인 5월 24일 집회주최자에게 노숙은 안 된다는 입장을 전했다. 군주제라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그리고 5월 25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집회에서 경찰은 과잉 대응했다. 100명이 안 되는 사람들이 하는 문화제에 세 배가 넘는 경찰력을 동원해 강제 해산했다. 그들이 폭력을 사용한 것도 아니다. 그저 문화제를 하려 했을 뿐이다. 문화제는 집회신고 의무가 없기 때문에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도 경찰은 무리하게 문화제를 막으려고 법적 근거도 없이 음향방송차를 견인해갔다. 그것도 모자랐는지 작은 음향기구로 문화제를 하는 노동자들을 강제로 해산했다. 2012년 대법원 판결에 따라 미신고집회일지라도 강제로 해산할 수 없음에도 경찰은 물리력을 사용했다.경찰 해산훈련이라니! 백남기 농민의 사망을 우리는 기억한다
인권 후퇴적 상황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알아서 정권에 충성하는 경찰은 25일 경찰의 '불법집회 해산 및 검거 훈련'을 재개했다고 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서울경찰청 산하 경찰기동대 9개 중대와 경기북부·인천·강원경찰청 소속 기동대 13개 중대가 불법집회 해산훈련에 투입됐다. 2015년 11월 민중대회에 참가한 백남기 농민이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사망한 후 관련 훈련은 사라졌다. 유엔 평화적 집회 및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도 이 문제에 대해 개선을 권고한 바 있다. 경찰 스스로 경찰의 인권기준을 뒤로 돌린 것이다. 백남기 농민의 사망사건은 경찰폭력의 심각성만이 아니라 박근혜 통치의 야만성을 상징한다. 백남기 농민의 사망사건은 아무리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통령제라고 하더라도 폭력적일 수 있음을 전 세계 시민에게 보여준 사건이다. 우리는 기억한다. 통치의 야만성이 국민의 생명을 앗아간다는 것을. 그것은 이미 이태원 참사에서도 드러났다. 경찰 해산훈련은 다시 과거의 야만 통치로 가겠다는 의미다.정치의 실패를 집회시위 탄압으로 돌파하려는 정권
이렇게 윤석열 정부가 집회시위에 대한 강경 조치를 하는 이유는 정부 정책이 실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집회시위 탄압으로 만회하려는 것이다. 잘못된 정책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오고 있다. 더는 못 살겠다고 거리로 나와 '제대로 된 정치를 하라'고 사람들이 외치고 있다. 이를 힘으로 해산한다고 물러나라는 외침이 사그라들겠는가. 이 정부는 물가폭등, 강제징용과 '일본군위안부' 등 인권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대일외교정책, 후쿠시마 방사능오염수를 방류하겠다는 일본에 동의하는 정책, 노동시간을 더 연장하겠다는 정책, 물가는 오르는데 최저임금은 안 올리겠다는 정책, 성차별 문제가 현존함에도 성평등 전담기구를 없애겠다는 정책 등으로 신음하고 있는 민중들의 목소리를 안 듣는다. 심지어 159명의 사람들이 이태원에서 희생되었음에도 대통령은 여태 공식 사과 한마디 없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사퇴하지도, 파면되지도 않았다. 정당한 노동자의 단체 협약을 '공갈협박'으로 몰아 과잉 수사하다가 건설노조의 양회동 열사가 사망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누가 집이나 일터에서 가만히 앉아있겠는가. 더구나 한국은 3권 분립국임에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가 의결한 양곡법 등을 막는 초헌법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니 국민의 원성을 낳을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으니 물러나라고 외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여러 번 언급했듯이 집회시위의 권리에는 '개인 인격 발현의 요소이자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요소라는 이중적 헌법적 기능'이 있다. 민주주의는 모름지기 사회구성원의 다양한 목소리가 들리고 이를 합의하고 평등을 구현하는 제도다. 권력자의 목소리에 따라 정책이 결정된다면 이는 민주주의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집회의 자유에 대한 탄압은 민주주의를 돌리기 위한 조치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간과하고 있는 게 있다. 통치의 문제, 정치의 실패를 집회시위를 탄압한다고 감출 수 없다. 인권의 역사가 그러했고, 박근혜 정권의 몰락이 보여줬다. 수많은 민중이 후퇴한 민주주의를 되돌리려고 거리로 나올 것이다. 전 세계 민중의 역사가 그러했듯이, 집회시위는 윤석열의 반노동, 반여성, 반민중 정치에 균열을 내는 송곳이다. 그렇게 잘못된 윤석열의 통치에 균열을 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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