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5일,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이번 법안은 김성환 의원 대표발의 법안(2021년 7월)과 박수영 의원 대표발의 법안(2022년 11월)을 통합·조정한 대안 형태로 마련됐다. 에너지 생산·소비, 공급·수요를 사회·공간적으로 일치시킨다는 점(地産地消)에서 '분산에너지'의 본래 개념은 에너지 전환·자립에 효과적인 접근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분산에너지 활성화라는 입법 취지가 에너지시스템 전환의 비전과 경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다시 한 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 사용지역 인근에서 생산·소비되는 에너지"가 바람직한 미래 에너지로 기능할 수 있을까? 법대로 분산에너지가 활성화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우선 현행 전기사업법은 '분산형 전원'을 '송전선로 건설을 최소화할 수 있는 40MW 이하 발전설비 또는 500MW 이하의 집단에너지사업, 구역전기산업, 자가용 발전설비'로 규정한다.(2019년 신설). 345kV나 765kV 등 고압 송전망 갈등을 줄여보자는 의도에서 도입됐다. 윤석열 정부 역시 기본적으로 분산에너지에 대해서는 입장이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는 '제3차 지능형전력망 기본계획(2023~2027)'을 통해 분산형 전원 비중을 2027년 18.6%로 설정하기도 했다. 실제로 특별법은 '분산에너지 활성화 추진전략'(2021년)의 주요 내용을 뒷받침한다. 해당 전략은 재생에너지 확대 등 전력·에너지 믹스 변화를 반영해 계통 변동성을 관리해야 하고, 무엇보다 전력·에너지 자립율의 심각한 불균형을 해소한다는 배경에서 수립됐다. 그러나 인프라와 전려거래 측면에서 에너지 분권에 대한 내용은 찾아보기 어려워, 분산에너지에 대한 물리적·시장적 편향이 한계점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지역별 전력·에너지 자립율에 대한 구체적 방향 또한 제시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특별법은 분산에너지를 어떻게 활성화하려는지 살펴보자. 우선 분산에너지 범위에 화석에너지는 물론 '중소형 원자력 발전사업'(SMR)이 포함되기 때문에, 500MW 이하의 온갖 에너지원이 모두 분산이라는 이름으로 허용된다. 배출과 위험의 장소가 더 촘촘하게 지역 분산적으로 뿌리내리게 되는 걸 기후위기 에너지전환 시대의 특별법이 인정하는 꼴이다. 우리는 곧 '분산에너지 활성화 기본계획'상에서, 설사 보령, 경주, 용인 등 특정 지명이 적시되지 않더라도, 다른 형태의 신규 핵발전소를 접하게 될 것이다. 둘째로 '분산에너지 사용량의 할당'은, 정부가 '분산에너지 의무설치자'나 '분산에너지 설치의무지역'을 지정하고 그 대상과 지역에 대해 '분산에너지 의무설치량'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이것 역시 '분산'이 '재생'을 의미하는 건 아니지만, 특정 용도지역(택지개발, 도시개발, 산단개발 등)이나 광역·기초 지자체에 대해 전력·에너지 자립도를 일부 향상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될 수 있다. 물론 현재도 모든 광역 지자체가 지역에너지계획을 수립해 재생에너지 발전비중 이외에도 2025년 분산전원 발전비중 목표를 설정한 상태다. 17개 시도의 목표를 합치면 20.7%가 된다. 이런 상황에서 지자체의 자발적인 계획 집행에 힘을 보탤지, 아니면 분산에너지의 할당 목표와 대상, 방식이라는 하위법령의 디테일에 다른 악마적 요소가 깃들지 따져 봐야 한다. 셋째, '전력계통영향평가'는 일정 규모 이상의 전기 사용이 예상되는 사업이나 지역이 전력계통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평가해 계통영향에 대비하는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재생에너지 등 중소규모 분산에너지가 증가하는 추세에서는 송전계통만이 아니라 배전계통의 운영·관리도 중요해진다. 이런 점에서 해당 평가는 분산에너지의 배전 단위에서의 유통 방식에도, 특히 기술과 시장에 큰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배경에서 특별법은 한국전력공사 또는 별도의 기관이나 배전사업자가 앞으로 실질적인 배전망운영자(DSO) 역할을 수행하는 방안을 열어 놓는다. 넷째, '분산에너지특화지역'으로 지정되면 몇몇 규제 특례가 적용된다. 대표적으로, '분산에너지사업자'는 전력시장을 거치지 않고 전력을 판매할 수 있고, 전력 소비자는 분산에너지사업자와 한국전력공사 중 전력 공급자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이미 발전사업자, 중개사업자, 판매사업자까지 점차 민간에 개방되고 있는 상황에서, 특화지역의 이 새로운 실험이 유연성 자원까지 포괄하는 분산에너지 통합발전소(VPP) 확대로까지 이어질지, 그리고 배전망운영과 전력거래의 다양성을 촉진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또한 특별법 하위법령과 전기사업법 등으로 어디까지 허용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 다섯째, 분산에너지사업에 따른 사회적·경제적 편익, 즉 "분산에너지의 사용으로 인한 대규모 발전시설·송전망 설치 불필요에 따른 비용 절감, 사회적 갈등 회피 및 전력공급의 안정화에 기여 등으로 발생하는 사회적·경제적 이익"을 정책적으로 반영하는 것과 함께 스케일에 따라 전기요금을 합리적으로 개편하는 것은 타당하다. 그러나 특별법에서 해당 문제는 에너지 기본권 보장 쟁점과 질적으로 다른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별법에 의해 전국 단일요금제에서 이제 송전·배전 비용 등을 반영해 '지역별 전기요금'이 시행될 예정이다. 현재도 '송전이용요금산정기준'에 의해 송전망 이용 정도를 기준으로 발전 측 요금단가와 부하 측 요금단가가 산정된다. '송·배전용 전기설비 이용규정'에 따라, 한편으로 '발전지역별 송전이용요금단가'(기본요금 667.36원/kW, 사용요금 차등)는 수도권 북부지역(1.25원/kWh), 수도원 남부지역(1.20원/kWh), 비수도권 지역(1.92원/kWh), 제주 지역(1.90원/kWh)으로 구분된다. 다른 한편 '수요지역별 송전이용요금단가'(기본요금 667.61원/kW, 사용요금 차등)는 수도권 지역(2.44원/kWh), 비수도권 지역(1.42원/kWh), 제주 지역(6.95원/kWh)으로 구분된다. 그러나 현재 발전 측은 이용요금 부담이 유예된 상태이고, 수요 측은 전국이 동일하게 부담하는 구조이다. 그리고 '배전이용요금산정기준'에 따라 저압 요금단가(600V 이하, 기본요금 1,066원/㎾, 사용요금 11.33원/㎾h)와 고압요금단가(600V 초과, 기본요금 548원/㎾ 사용요금 3.05원/㎾h)가 산정된다.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화 방안은 간헐적으로 논의됐지만, 이제 가시권에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에너지 요금 인상을 둘러싼 여러 논란에 더해 망 이용료를 반영하는 전기요금의 지역별 차등화가 어디로 향할지 예단하기 어렵다. 지금처럼 3~4개 권역으로 구분된 송전요금체계는 송전계통 부담의 지역별 차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전력 당국은 발전 측 배전망 요금을 검토하고, 현재 지역별 송전 이용요금을 세분화할 필요도 있다. 일부 지자체가 기대하듯 전력 다소비 기업을 유치할 정도로까지 지역 경제정책의 유인책이 되지는 못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분산에너지 활성화를 통해 지역별 에너지 불균형을 실현하려는 취지에 반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집중형 전원 비중이 낮아 기형적으로 에너지 자립도가 낮은 수도권과 일부 지역은 수요관리와 재생 및 분산에너지를 바탕으로 경제사회 모델을 전환해야 한다. 반면 집중형 전원 비중이 높아 에너지 자립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비수도권 일부 지역은 화석·핵에너지 중심의 지역에너지시스템을 전환해 에너지 자립도를 낮춰야 한다. 이게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의 공간적 버전이다. 그러나 현재 거론되는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화 방안과 이를 '전기요금 깎아준다'는 식으로 정치공학적으로 활용하는 진영은 역사적으로 구축된 에너지시스템의 모순을 재생산하는 우를 범한다. 마지막으로 분산에너지법의 의미를 재구성해보자. 분산에너지 활성화는 필요하고 중요하지만, 재생에너지 중심성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곤란하다. 분산에너지 할당은 에너지 자립도 향상을 위해 지역별, 기업·사업장별로 단계적 의무를 이행하는 방식으로 부과해야 한다.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송배전 인프라 구축과 관리를 위한 제도적 방향은 혁신성과 공공성의 조화를 추구해야 한다. 재생에너지를 비롯한 분산에너지 활성화의 공적 주체 및 파트너로 지자체와 사회적 경제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지역별 전기요금은 분산형 전원이 활성화되도록 설계해 집중형 전원에 고착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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