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구 시장이 대구 퀴어문화축제를 두고 "시민에 혐오감을 주는 그런 퀴어 축제는 안 했으면 한다"고 밝히며 논란을 일으켰다. 홍 시장은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대구 동성로 퀴어축제를 반대하는 대구기독교총연합회의 집회금지 가처분 신청을 지지한다"라며 "대구의 상징인 동성로 상권의 이미지를 흐리게 하고 청소년들에게 잘못된 성문화를 심어 줄 수 있는 퀴어축제를 나도 반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7일 대구에선 동성로상인회·대구기독교총연합회·대구퀴어반대대책본부·대구경북다음세대지키기학부모연대 등 일부 단체들이 △도로 무단점용 △청소년에게 유해한 노출 등을 빌미로 대구지법에 '대구퀴어문화축제를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들은 지난 5월에도 '국유재산법과 식품위생법 위반' 등 혐의로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 측을 경찰에 고발했고, 조직위 측은 "성(性) 소수자라는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라며 즉각 반발 입장을 낸 상태다. 이 같은 대립 구도 속에서 홍 시장이 기독교 단체 등의 주장에 공식적인 지지 선언을 표한 셈이다.
퀴어문화축제와 관련한 홍 시장의 이 같은 태도는 직전 그의 행보와도 모순돼 있다. 홍 시장은 앞서 지난달 30일엔 대구시청 동인청사 기자실에서 대구 이슬람사원 건축과 관련해 "일부 종교 세력의 반대에 함몰되면 대구의 폐쇄성을 극복할 수 없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홍 시장은 이번 게시 글에선 "성소수자의 권익도 중요하지만 성다수자의 권익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라며 사회적 소수자 계층을 일컫는 '성소수자'의 반대말로 '성다수자'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해당 표현은 학계나 언론에서 사용하지 않는 임의적인 표현으로, 지난 2020년엔 기독교 단체 '샬롬을 꿈꾸는 나비행동'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성명을 내면서 같은 표현을 사용했다. 이슬람 사원과 관련해선 '포용 가치'를 주장하던 그가 성소수자 권리와 관련해선 특정 종교세력이 성소수자를 비난하던 어휘를 차용하면서까지 그 권리를 부정한 모양새다. 퀴어문화축제 행사는 사회적 약자인 성소수자들의 권리인정을 위해 지난 1970년 미국 '스톤월 항쟁'으로부터 시작된 전 세계적인 행사다. 성소수자 권리는 유엔(UN) 자유권규약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등 국내외 인권기구가 주목하는 핵심적인 인권 사안이며 국제 인권단체들은 매해 5월 17일을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