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구속됐다가 공황장애 등을 이유로 보석 석방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이른바 '도둑출근' 복귀 하루 만에 다시 연차휴가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9일 용산구 등에 따르면 박 구청장은 이날 개인 사유로 연차휴가를 사용하고 구청에 출근하지 않았다.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보석을 신청했음에도 석방 뒤 곧바로 출근한 지 하루만이다.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지난해 12월부터 구속 중이던 박 구청장은 지난 7일 사고 직후 충격, 수습 과정의 스트레스에 따른 공황장애 등 건강상의 사유로 보석 석방됐다. 건강 및 보석 요건인 주거지 제한 등을 이유로 그의 업무 정상 복귀가 가능하겠냐는 전망이 있었지만, 박 구청장은 석방 하루만인 지난 8일 용산구청에 출근했다. 출근이 예정된 8일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구청 앞에 모여 '박희영 출근 저지 긴급행동'에 나섰지만, 이날 박 구청장은 유족들이 모이기 전인 새벽 시간 이른바 '도둑출근'을 감행하여 유족들과 만나지 않은 채 구청 업무에 복귀했다. 현재 유족들은 "(박 구청장 등은) 참사 당일 경보 발령, 대응요원 현장 출동 지시, 교통 통제 등 재난 대응에 필요한 긴급 특별지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 등을 취하지 않아 인명 피해를 키웠다"라며 "합당한 처벌도 받지 않은 채 (박 구청장이) 공직에 복귀하는 것을 우리 유가족들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족들은 박 구청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8일 오전 용산구청을 찾은 송진영 유가족협의회 대표 직무대행은 "검찰이 출석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법원이 (박 구청장의) 해당 보석신청을 받아준 것을 전혀 이해할 수 없다"라며 "박희영이 공황장애라면 저희 유가족들은 살아서 숨 쉬는 시체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당일 정상 출근한 박 구청장은 그 동안 권한대행 체제로 이루어진 업무를 파악하기 위해 직원 보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일각에선 '공황장애를 이유로 석방한 후 바로 업무에 복귀하는 게 앞뒤가 맞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박 구청장 측은 앞서 이달 초 열린 보석 심문에서 "(박 구청장은) 불면과 악몽, 불안장애, 공황장애에 시달리고 있다"며 석방을 요청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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