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관심이 집중된 미국의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나왔다. 2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은 더 커졌다. 다만 미국의 중장기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오히려 높아졌다는 게 변수다. 대외 요인이 자극한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쉽게 잡히지 않으리라는 전망 또한 힘을 받게 됐다. 미국의 금융정책이 이에 따라 오리무중에 들어가면서 앞으로 각국 통화정책의 불확실성도 커지게 됐다. 12일(현지시간)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은 5월 소비자 전망 조사 결과 앞으로 1년간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4.1%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2021년 5월(4.0%) 이후 최저 기록이다. 연은은 "예상 소득 성장세가 줄어들고 실업 기대치와 관련한 실직 위험 지표가 개선되는 등 혼조세를 보였다"며 "가계 신용 상태와 재정상황 인식은 약간 나빠졌다"고 밝혔다.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대표적인 선행지수다.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실제 물가(CPI)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수년 간 전 세계 통화 당국을 긴장에 빠뜨린 미국의 물가 상승세가 완화할 조짐이 보인다는 낙관론으로 해석 가능한 부분이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는 7월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리라는 시장의 기대가 더 커지게 됐다. 한은이 13일 공개한 5월 금통위 의사록 자료를 보면, 일단 금통위원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6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경계하면서도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 여지를 마련했다. 하향 조정 가능성은 엿보이지 않았다. 의사록을 인용하면 한은 금통위는 이번 회의에서 전원 기준금리 동결(현 3.50%)이 적절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한은 금통위는 "향후 예상되는 성장과 물가 경로를 감안할 때 현 수준 또는 좀 더 긴축적인 정책기조가 상당 기간 유지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추가 인상 가능성은 제시했지만 투자자들의 기대와 달리 하향 조정 여지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금통위는 특히 정부가 주도하는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와 관련해 "최근 부동산 관련 규제 완화는 금융 불안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으나 금융 불균형 해소를 지연"시킨다며 "중장기 거시경제 및 금융 안정을 저해할 수 있으므로 이런 리스크 요인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혼재되는 상황에서 통화정책 기조를 뚜렷이 세우기 어렵다는 의견이 결론이었다. 금통위는 "일부 위원들은 현 통화정책 기조에 대한 판단이 어렵고 파급경로 상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체계적인 고민과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관련해 미국의 이번 기대 인플레이션율 자료를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금통위가 지적한 '불확실성'이 더 두드러진다. 미국의 1년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떨어졌지만 3년(2.9%→3.0%) 기대 인플레이션율과 5년(2.6%→2.7%) 전망치는 오히려 올라갔다. 중장기 물가 전망이 단기 물가 전망치보다 더 비관적이었다. 인플레이션 압박이 여전함을 나타내는 지표로 해석된다. 1년 기대 인플레이션율에서도 세부적으로는 눈에 띄는 항목들이 있다. 미국 소비자의 상품 가격 변동 기대치 장기 지표를 보면, 주택 가격 기대치는 오히려 4개월 연속 상승했다. 올 1월 주택 가격 예상 인상률은 1.1%였으나 5월에는 2.6%가 됐다. 단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 불확실성 우려 지표가 하락 조짐을 보였지만 장기 지표상으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2020년 1월 1년 후 상품가격 불확실성 지표 중앙값은 2.0%였지만 올 5월 현재는 3.8%다. 결국 미국의 인플레이션 행진이 완전히 잡혔다고 보기는 시기상조라는 결론이 내려진다. 이에 따라 오는 13일(현지시간)로 예정된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통계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 이는 현재로는 동결이 예상되는 미국 연준의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최종 금리 결정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연준의 결정은 한은의 결정에도 중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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