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인 4.8만~8.8만 가구, 대출 받아도 보증금 반환 어려워
2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올해 1분기 전국 아파트의 단위면적(㎡) 당 중위 전세가격은 361만6000원으로 나타나 고점이던 2021년 4분기 414만 원 대비 12.6% 하락했다. 규모별로 보면 소형 이하보다 중소형 이상(60~85㎡) 이상의 비교적 큰 아파트에서 전세가격 하락이 더 뚜렷했다. 소형 이하 아파트의 고점 대비 전세가격 하락폭은 5.4%에 그친 반면, 중소형은 15.7%, 대형은 13.0%의 하락률을 보였다. 한은은 "특히 2022년말 이후 중소형 이상 규모의 중위 전세가격이 (계약 전인) 2년 전 가격을 밑돌면서 임대 가구가 신규 전세보증금만으로는 기존 보증금을 반환하기 어려워졌"다며 "임차 가구 입장에서 만기에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앞으로 전세가격이 올해 3월 수준을 지속할 경우" 전세 임대 가구가 세입자에게 반환해야 할 보증금 차액 규모는 "올해 연간 24조2000억 원"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는 전체 전세보증금 288조8000억 원의 8.4% 수준이었다. 한은은 대부분 임대인이 전세보증금 추가 반환에 어려움이 없으나 임대인의 약 4.1~7.6%(4만8000~8만8000가구)는 "차입 후에도 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가계 순자산 5000만 원 감소
한편 주택가격 하락으로 인해 가계 순자산도 감소했다. 한은이 작년 가계금융복지조사를 활용해 최근 가계 자산 변화를 추정한 결과 2021년말 4억4000만 원이던 가계 평균 순자산이 올해 3월말에는 3억9000만 원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상환능력이 취약한 고위험가구 비중은 2.7%에서 5.0%로 확대됐다. 두 배 가까이 증가한 모습이 관측됐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보유가구 중 고위험가구 비중은 5.2%에서 9.6%로 확대됐다. 주택가격 하락으로 인해 전세가격 하락세가 뚜렷해지면서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부담이 커졌다고 한은은 지적했다.최근 취약차주 가계대출 증가
집값 하락세로 인해 장기간 누증하던 가계대출 규모는 다소 감소하는 방향으로 돌아섰으나, 가계대출 연체율은 앞으로도 당분간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한은은 진단했다. 한은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올해 3월말 현재 0.31%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0.8% 내외)와 장기평균(0.54%)을 밑도는 수준이어서 아직 여유가 있다. 저축은행과 여전사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올해 3월말 현재 각각 5.6%, 2.8%로 은행에 비해 높은 편이지만 이 역시 장기평균(9.3%, 3.2%)을 밑돌았다. 한은은 다만 최근 가계대출 연체채권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최근 늘어난 가계대출 연체채권은 저소득 또는 저신용이면서 3개 이상 기관에서 대출을 이용 중인 취약차주로부터 주로 발생"했다며 "이런 신규연체 취약차주의 39.5%가 신규연체잔액이 차주의 연간소득액을 웃돌았"다고 경고했다. 한은은 "2013~2019년 중 취급된 가계대출 연체율은 취급 직후 약 6~8개 분기에 걸쳐 가파르게 상승한 후 1.0~1.5% 수준을 정점으로 완만하게 우하향하는 경향"을 보였으나 "2020년 이후 취급된 가계대출은 낮은 금리 수준과 코로나19 관련 정책지원 등으로 인해 연체율 오름세가 과거에 비해 상당히 완만해졌고 연체율 수준이 아직 정점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즉 2020년 이후 발생한 대출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앞으로 더 올라갈 것이라는 게 한은의 예측이다.최근 가계대출서 30대 이하 38.3%
관련해 한은은 가계대출 차주의 나이에도 관심을 보였다. 한은은 "2020년 이후 취급된 가계대출 중 30대 이하 차주 가계대출 비중이 과거에 비해 높았"다며 "2013~19년 중 취급된 가계대출에서 30대 이하 차주 비중은 29.6%"였으나 "2020~21년 중 취급된 가계대출의 경우 38.3%로 상당폭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이어 "해당 차주의 소득기반이 여타 연령에 비해 다소 취약"하다며 "한동안 30대 이하 가계대출을 중심으로 2020년 이후 취급된 가계대출 연체율이 예상보다 높게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앞으로 취약차주와 비은행금융기관 가계대출을 중심으로 연체가 늘어날 수 있어 가계대출 연체율도 당분간 상승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정부와 감독당국이 "가계대출 연체채권 현황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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