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원물가지수도 안정세
다만 한은이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참고하는 핵심 지표는 근원물가지수다. 지난달 근원물가지수는 110.51을 기록해 전년동월대비 4.1% 상승했다. 근원물가지수 상승률은 여전히 4%대를 유지해 상대적으로 높다. 근원물가지수는 작년 4월(3.6%)을 끝으로 14개월째 4%대를 웃돌고 있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지수 상승률은 3.5%에 머물렀다. 5월(3.9%)에 이어 두달 연속 3%대로 하락해 안정세를 보였다. OECD 방식 근원물가지수 상승률은 작년 7월(3.9%) 이후 이번 시기 들어 처음으로 3%대로 떨어졌다. 한국이 집계하는 근원물가지수는 소비자물가지수를 구성하는 품목 458개 중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401개로 구성된다. 반면 OECD 기준은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해 총 309개로 집계한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물가 기준으로 보면 물가의 상대적 안정세가 확인된 셈이다. 한은으로서는 기준금리 동결 결정에 참고할 지표다. 정부의 하반기 경제정책기조가 경기 부양인 가운데, 한은이 이에 보조를 맞추라는 시장의 압력 역시 한은으로서는 마냥 무시하기 어렵다. 정부는 지난 4일 올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으로 크게 경제활력 제고, 민생경제 안정, 경제체질 개선, 미래 대비 기반 확충 등 네 가지를 꼽았다. 첫 번째로 제시한 목표가 경제활력 제고, 즉 경기 부양이다.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문제
부담은 있다. 상대적으로 근원물가지수 상승률이 높다는 점에 더해, 특히 인플레이션 국면 들어 장기간 진행되는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문제다. 현재 미국의 경제 상황은 초강력 호황이다.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의 민간 조사업체 ADP는 6월 미국의 민간 고용(농업 제외)이 전월대비 49만7000명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같은 증가폭은 작년 7월 이후 최대다. 월가의 전망치를 두 배 넘게 웃돈 수치다. 이에 이날 미국 국채 2년물 금리는 4.987%로 장을 마감했다. 올해 3월 8일(5.050%) 이후 최고치다. 장중에는 5.120%까지 치솟았다. 2007년 7월 이후 최고치다. 반면 미국은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계속 패하고 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ECB) 연례 포럼에서 인플레이션이 초장기화 되고 있다며 올해 남은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상 기조로) 움직이는 방안을 고려 대상에서 제외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당장 이달 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졌다. 파월 의장은 앞서 지난달 21일에도 미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서 "물가상승률을 연준 목표치인 2%대로 낮추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미국 경기는 예상보다 훨씬 좋은데 물가상승세는 전혀 잡히지 않았다는 게 미국 상황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더 고강도 기준금리 인상 정책을 펼쳐 경기를 억누르는 게 절실하다. 이에 시장은 올해 남은 7월, 9월, 11월, 12월 FOMC에서 적어도 두 차례에 걸쳐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경우 연말 기준 미국의 기준금리는 5.5~5.75%가 된다. 현재 3.50%인 한은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최대 2.25%포인트까지 벌어지게 된다. 장기간 이어진 한미 기준금리 역전에도 불구하고 한국 외환시장은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격차가 더 커지는 건 한은으로서는 큰 부담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기준금리를 본격적으로 끌어올리는 중이던 지난해 8월 25일 금통위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한은이 정부로부터는 독립적이지만 미국 연준으로부터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각국 중앙은행에 물가 안정세를 낙관하지 말라며 기준금리를 더 공격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일갈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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