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한국에서 폭우로 40명이 희생된 가운데 미국 북동부 펜실베이니아주에서 돌발 홍수로 5명이 목숨을 잃었다. 동시에 미국 남서부엔 폭염이 덮쳐 데스밸리의 기온이 50도를 넘어서며 종전 지구 최고 기온 기록 경신을 앞두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48도가 넘는 폭염이 예고되며 유럽 최고 기온도 곧 다시 쓰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웃 중국과 일본도 폭염과 홍수에 몸살을 앓고 있다. 지구 온난화가 폭염 및 극단 기후의 배후로 지목되는 가운데 온실가스 최대 배출국인 미국과 중국이 기후 관련 논의에 나섰지만 실질적 합의가 도출될 것이라는 기대는 크지 않다. 16일(현지시각) <로이터>, <AP> 통신, <뉴욕타임스>(NYT) 등을 보면 전날 오후 펜실베이니아 벅스카운티 어퍼메이크필드 지역 워싱턴크로싱 인근에 45분 간 180mm에 이르는 비가 쏟아져 주행 중이었던 차량 11대 중 3대가 급류에 휘말렸다. 돌발 홍수에 휩쓸려 간 차량 탑승자 중 10명은 구조됐지만 5명은 목숨을 잃었고 생후 9개월 남동생과 2살 누나 등 어린 남매 2명은 이날까지 실종된 채 발견되지 않았다. 어퍼메이크필드 경찰은 실종된 남매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 출신으로 부모, 할머니, 4살 형제와 함께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이 지역을 찾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가족이 식사를 하러 가던 중 도로에서 홍수에 휩쓸려 아버지는 4살 아들을 보호하고 어머니와 할머니는 다른 두 남매를 보호하려 애썼지만 남매는 실종됐고 어머니는 끝내 숨진 채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아버지, 4살 아들, 할머니는 목숨을 건졌다. 펜실베이니아엔 16일에도 비가 이어졌다. 동부 노스캐롤라이나주 알렉산더 카운티의 한 도로에서도 15일 밤 홍수로 차에 타고 있던 49살 여성이 숨졌다. 동승한 남성은 구조됐다. 전날 펜실베이니아 돌발 홍수에 이어 16일엔 북동부 전역에 폭우가 이어져 코네티컷, 뉴욕, 매사추세츠, 메인주 등 북동부 전역에 홍수 경보가 발령됐다. 뉴욕 롱아일랜드 동쪽 가장자리 지역엔 2시간 동안 120mm에 달하는 비가 쏟아졌다. 뉴욕 케네디 국제공항과 뉴저지주 뉴어크 리버티 국제공항에선 뇌우로 인한 지연 및 결항이 속출했다. 캐시 호철 뉴욕주지사는 돌발 홍수에 휩쓸리면 "당신의 차량은 안전한 곳에서 죽음의 장소로 변한다"며 비가 그칠 때까지 이동을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미 북동부에 돌발 폭우가 쏟아지는 동안 남부 및 남서부는 50도가 넘는 폭염에 시달렸다. 1913년 7월 관측 이래 지구에서 가장 높은 기온(56.7도)을 기록한 바 있는 캘리포니아주 데스밸리의 기온은 16일 53.3도까지 치솟았다. <로이터>는 미 기상청 공식 수치는 53도지만 데스밸리 퍼니스 크릭 방문자 센터의 전광판은 56도를 표시했다고 덧붙였다. 인근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기온은 이날 46.6도까지 올랐다. 애리조나주 피닉스 기온은 이날 45.5도까지 올라 17일 연속 43도 이상의 기온을 기록했다. 최소 한 주 간은 불볕 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18일 연속 43도 이상으로 기온이 올랐던 1974년 6월 기록을 곧 갈아치울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이 지역에서 6월 중순까지 더위 관련 사망자가 12명 나왔고 추가로 40건의 사례가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선 15일까지 35일 연속으로 기온이 37.7도(화씨 100도) 이상으로 치솟으며 2020년 9월6일에 기록된 32일 연속 기록을 갈아치웠다. <워싱턴포스트>(WP)는 16일 미 전역 14개주에 더위 관련 주의보 및 경보가 발령됐고 1억 명 넘는 인구가 이에 해당한다고 보도했다. 미국 폭염은 이번 주 내내 지속될 예정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 주 전국 83곳 주요 도시에 하루 이상 39.4도가 넘는 위험 수준의 더위가 예보됐다. 예보상 피닉스, 마이애미, 라스베이거스, 휴스턴을 포함해 애리조나, 플로리다, 네바다, 텍사스주 곳곳 도시들은 이번 주 7일 연속으로 위험 수준의 더위가 덮칠 것으로 보인다.
유럽 대륙 기온 신기록 다시 쓸 듯…중국·일본도 폭염 및 홍수
40도가 넘는 불볕 더위는 지중해 인근 남유럽과 북아프리카에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16일 영국 일간 <가디언>을 보면 이탈리아 수도 로마 기온은 18일 42도~43까지 오를 것으로 예보됐다. 17일 사르데냐 남부 기온은 47도, 시칠리아 일부 기온은 45~46도까지 오를 것으로 보인다. 13일 유럽우주국(ESA)은 2021년 8월11일에 시칠리아 플로리디아에서 관측된 유럽 최고 기온인 48.8도 기록이 조만간 깨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SA는 "시칠리아와 사르데냐의 기온이 48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독일, 폴란드 모두 거대한 폭염에 직면해 있다"고 우려했다. 주말 북아프리카 동부 모로코 일부 지역 기온도 평년 기온을 웃도는 47도까지 치솟았다. 그리스도 낮기온이 40도 이상으로 치솟을 것으로 보고 관광객 보호를 위해 14일부터 당분간 오전 11시30분~오후 5시30분 사이 낮 시간 동안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운영 중단에 들어갔다. 지난주 의학 저널 <네이처 메디슨>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 유럽 전역에서 더위와 관련한 사망자는 6만1672명에 달했다. 동아시아에도 폭염과 홍수가 닥쳤다. <가디언>은 16일 중국 북서부 신장위구르자치구 투르판 분지 싼바오향의 기온이 52.2도까지 올라섰다고 보도했다. 일본 NHK 방송을 보면 17일 야마나시현 고슈시 카츠누마 지역 기온이 이날 오후 2시 38.8도까지 치솟는 등 곳곳에서 37도 넘는 폭염이 지속됐다. 일본 기상청 전국 914곳 관측소 중 도쿄 중심부를 포함한 171곳에서 35도가 넘는 기온이 관측됐다. 이날 오후 3시까지 도쿄도에서만 폭염과 관련해 51명의 응급환자가 발생했다. 혼슈 북부 도호쿠 지역엔 폭우가 강타해 16일 오후까지 48시간 동안 250mm의 비가 내린 아키타현 아키타시의 침수된 차량 내부에서 이날 오전 6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달 초 지구 평균 기온이 연일 기록 이래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이탈리아 기상학회 회장인 루카 메르칼리는 <가디언>에 최근 폭염이 지구 온난화와 연관돼 있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열대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하는 엘니뇨가 7년 만에 발생한 것도 기온 상승에 직접적 동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6일부터 존 케리 미 기후특사 방중…전세계 극단 기후 신음 가운데 온실가스 양대 배출국 만남 주목
세계가 지구 온난화가 배후로 지목되는 극단적 기후에 신음하는 가운데 온실가스 주요 배출국인 미국과 중국의 기후 관련 회담도 주목된다. 17일 <로이터>를 보면 전날부터 중국을 방문 중인 존 케리 미 기후특사는 19일까지 이어질 방중 기간 동안 "인류가 스스로 만든 모든 인류에 대한 공통된 위험, 위협, 도전을 해결하기 위한 중국과 미국의 진지함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몇 가지 큰 진전이 시작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메탄 배출량 감소에 관한 협의가 양국 간 가장 큰 의제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은 중국의 성장 유지 필요성을 무시한 채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도록 압력을 가해 왔다"며 전문가들을 인용해 "미국이 양국 관계 개선에 진정성을 보이지 않는 상태로 중국에 기후 문제에 대한 협력을 요구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기대치를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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