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미국에 300조 원 이상 투자 결정"
<파이낸셜타임스>는 16일(현지시간) '22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청정 기술 프로젝트 붐'이라는 기사에서 "1년 전 조 바이든 대통령은 IRA와 칩 및 과학법(반도체법)에 서명하면서 미국 산업 정책의 새 시대를 열었다"며 "8월 며칠 간격을 두고 통과된 두 법은 4000억 달러(약 536조 원) 이상의 세금 공제와 대출 및 보조금을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FT는 지난 1년간 미국에서 투자가 확정된 110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직접 조사했다. 그 결과 "IRA 및 반도체법 통과 후 미국에서 최소 2240억 달러(약 300조1600억 원) 규모의 청정 기술 및 반도체 제조 프로젝트가 발표"됐다며 구체적인 투자 확정 내역을 정리했다. 최근 사례로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맥시온 솔라 테크놀로지(Maxeon Solar Technologies)가 뉴멕시코주 앨버커키에 10억 달러 규모의 태양광 패널 시설 투자를 발표했다는 소식이 나왔다. 미국 회사인 퍼스트 솔라(First Solar)는 11억 달러 규모의 투자 지역으로 루이지애나주 이베리아 교구를 선택했다. 이는 루이지애나주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투자다. 미 전역으로 보면 최근 가장 큰 규모의 투자는 인텔(애리조나주 캠퍼스 확장), TSMC(두 번째 제조공장 건설 투자), IBM(뉴욕 허드슨 밸리에 투자), 마이크론(뉴욕 클레이에 미국 최대 규모 반도체 공장 건설) 등 반도체 업체로부터 나왔다. 대규모 투자로 미국 내 제조업의 귀환을 독려하는 한편, 투자 핵심을 재생에너지(친환경 및 전환)와 반도체(안보)에 맞춘 바이든 정부의 노림수가 맞아 들어갔다. 미국 산업 기반의 대대적인 재편을 꾀하고 동시에 강력한 도전자인 중국의 추격을 뿌리치려는 의도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모습이다."한국이 미국 투자 경쟁 주도"
이 대목에서 특히 FT는 한국을 콕 집어 미국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국가로 꼽았다. FT는 미국의 관련 법안으로 인해 "한국과 유럽 기업들이 국내(미국) 투자 경쟁을 주도"하고 있다며 "한국과 유럽 기업은 각각 20개와 19개 (미국 내 투자) 프로젝트를 발표해 외자 유입을 주도했다"고 설명했다. 투자 찬바람이 부는 국내 환경과 극히 대비된다. 경기 침체와 시장 확대 한계 등의 영향으로 인해 국내 글로벌 플레이어는 점차 해외 투자 비중을 키워가는 모습이다. 바이든 정부 정치가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이른바 '팔 꺾기' 사례인 IRA 등의 장애물이 투자 경향을 결정적으로 정하는 영향도 있다. 관련해 FT는 관련해 한국과 유럽 등의 기업들이 미국 투자를 결정하는 배경으로 "미국 동맹국들이 불평등 경쟁의 장을 만들었다고 회자되는 IRA 보조금을 얻기 위해 자체 (투자) 정책을 발표하면서 프로젝트가 쇄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일자리 넘쳐서 문제, 소비 너무 뜨거워서 문제
일자리가 넘치는 가운데 소비는 강력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미국의 7월 소매판매(계절조정)는 전월 대비 0.7% 증가한 6964억 달러였다. 4개월 연속 증가했다. 아울러 이는 올해 1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세였다. 고용-소비-투자 삼박자가 모두 맞아떨어지는 모습이다. 이 같은 기조가 연방준비은행(Fed, 연준)가 주도하는 고금리 기조에서 나왔다는 점이 중요하다. 연준으로서는 기준금리를 올려도 경기가 꺾이지 않아 인플레이션 위험이 더 커지는 점이 오히려 문제다. 관련해 7월 소매판매 발표 후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은 올해 3분기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예상치를 종전 4.1%에서 5.8%로 상향조정했다. 미국과 같이 거대한 경제가 이처럼 빨리 성장한다면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문제가 커진다. 실제 미 연준이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관련해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채권 시장에서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4.258%로 마감해 종가 기준 2008년 6월 이후 15년 만에 가장 높이 올랐다. 앞으로 국제 물가 일제히 상승세로 향할 가능성이 크다. 유가가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9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올해 들어 최고치인 배럴당 84.40 달러까지 상승했다. 브렌트유(87.55달러), 두바이유(87.73달러) 역시 최고치였다. 이를 반영하듯 미 연준의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은 추가 긴축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연준 위원 다수가 미국이 여전히 인플레이션 상승 위험에 노출됐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미국 연준으로서는 기준금리를 더 끌어올려 과열 양상을 보이는 경제 성장률을 꺾어야 물가 상승에 대비할 여유를 갖게 된다. 빠른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공산이 있다.미국 기준금리 올리면 한국도 부담 커져
미국의 이 같은 경제 상황은 한국 경제에는 결과적으로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우선 한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 실제 미국 채권시장 움직임에 맞춰 17일 10년물 국채 금리가 연고점을 돌파하는 등 금융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10년물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10.9bp 오른 연 3.976%를 기록했다. 연고점이며 작년 11월 10일(4.07%) 이후 가장 높다. 지난해 당시는 레고랜드 사태로 국내 채권시장이 요동쳐 긴급 유동성이 공급된 때다. 20년물, 30년물, 50년물 모두 연고점을 경신했다. 20년물은 8.4bp 올라 연 3.894%를 기록했다. 30년물은 7.0bp 상승해 연 3.841%가 됐다. 50년물은 6.6bp 올라 연 3.808%가 됐다. 이들 모두 작년 11월 16일(20년물, 30년물)과 11월 17일(50년물) 이후 최고치였다. 치솟는 미국 국채 금리에 맞춰 국내 국채 금리도 조정에 들어간 모습이었다. 미국과 정반대로 침체에 빠진 한국 경제 상황을 고려해 한은은 기준금리를 장기간 동결 상태로 뒀다. 그러나 미국과 기준금리 격차가 더 커지는 가운데 시중에 유동성이 대규모로 풀리는 현 상황을 언제까지고 내버려두는 것은 한은의 직무 유기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서서히 커지고 있다. 다만 미국 소비 활황이 국내 기업의 수출 신장세로 이어질 가능성은 있다. 마침 원화는 약세를 이어가고 있고, 다시 강달러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국내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수출 호조로 인한 혜택은 경제 전반에 퍼지기보다 일부 글로벌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한정될 공산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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