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 지원단체들은 무료진료 외에도 예방접종, 입원·수술에 대한 상담과 지원, 재활 상담, 의료공제회 운영, 산업재해 상담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주민의 건강 문제는 이주민 지원단체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업무이면서 가장 어렵다고 느끼는 분야이다. 이 때문에 경남에서는 이주민 건강권 관련 회의가 열리기도 했고, 여성 이주민 건강권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관련 기사 : 이주민들, 2배 이상 비싼 비용에 아파도 병원 못 간다)
이주민 지원단체들은 건강문제 외에도 임금체불, 퇴직금, 취업 등의 노동문제 상담과 사기, 폭행, 교통사고, 송금, 출입국 문제 등의 생활분야 상담, 문화활동, 이미용 서비스 등의 복지활동, 한국어·컴퓨터 교육, 산업안전보건교육 등의 교육활동, 출산, 자녀취학 등의 생활지원활동, 쉼터, 통번역 서비스 제공 등의 다양한 지원활동을 하고 있다. 개별 이주민 지원단체가 이러한 모든 지원활동을 다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분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한 단체가 모든 국적의 이주민을 지원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단체들마다 지원하는 국적이 다른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같은 지역에 존재하는 A 지원단체는 필리핀, 캄보디아 이주민, B 지원단체는 태국, 베트남 이주민, C 지원단체는 서남아시아 지역 이주민의 지원을 주로 담당하는 식이다. 각 단체는 주로 지원하는 국적의 이주민을 채용하여 업무를 지원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이주민 지원단체들은 한정된 재원과 인력으로 운영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달 정부는 고용노동부가 민간 이주민 (비영리) 지원단체에 위탁·운영하고 있는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의 내년 예산을 전액 삭감한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관련 기사 : <한겨레> 9월 14일 자 '')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중 거점센터(전국 9개)는 전액 고용노동부 지원으로 운영되고 있기에 센터 폐쇄가 예상된다. 소지역센터(전국 31개)에 대한 예산 지원도 모두 삭감되었다는 점에서 다수의 이주민 지원센터들이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서두에 이야기한 창원이주민센터의 경우도 연간 예산 약 1.5억 원의 절반 정도가 국가지원이다. 내년 예산안이 확정돼 절반의 예산이 삭감된다면 이주민 직원 3명의 고용을 유지할 수 없고 사업도 축소해야 한다. 근로복지공단이 현재 이주민 지원단체들이 하고 있는 일들을 대체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특히 이주민 건강관련 지원도 같이 축소될 수밖에 없는데, 이는 이주민 건강권 보장 측면에서 볼 때 결코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물론 이주민에 대한 건강 보장은 공적 의료보장체계에 포함되는 방향으로 조속히 개편되어야 한다. 하지만 제도적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는 다수의 비정규 체류 이주민들이 이주민 지원단체의 도움을 통해 공공병원, 민간 무료진료소 등을 이용하고 있는 현재 상황을 고려할 때 이주민 지원단체의 위기는 이들의 건강 위기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이주민 중에는 공적 의료보장체계에서 소외된 채 민간 무료진료소밖에 이용할 수 없는 비정규 체류 이주민이 존재한다. 이는 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오늘은 핀란드에서 비정규 체류 이주민 진료소를 대상으로 수행된 연구를 소개한다.(☞ 바로 가기 : ) 한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이주민 무료진료소를 대상으로 한 연구는 찾아보기 힘든 실정으로, 이 연구 결과를 통해 무료진료소를 찾는 이주민들의 현황을 짐작해볼 수 있을 것이다. 연구진은 지난 2016년, 핀란드 헬싱키에서 비정규 체류 이주민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민간 무료진료소에 방문한 546명 환자들의 방문 이유와 진단, 서비스 이용과 비용에 대한 후향적 조사를 진행했다. 가장 흔한 건강 문제는 소화기(22%), 근골격계(12%), 피부과(11%) 질환 순이었고, 진단된 질병은 치아·잇몸 질환(10%), 급성 상기도 감염(5%), 식도 질환(3%)순이었다. 일반적인 건강 문제에서는 성별에 따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관찰되지 않았으나, 여성의 경우 방문의 17%가 임신, 출산 등과 관련이 있었다. 연구 결과, 비정규 체류 이주민들은 모든 전문의료 분야에 걸쳐 불만을 제기했으나, 대부분의 건강 문제는 매우 기본적인 의료 환경에서 치료할 수 있는 것이었다. 따라서 연구진은 공공 일차의료 기관에서 치료를 제공했다면 치료비용이 상대적으로 낮았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이들을 공적 의료보장제도 바깥에 방치하는 게 더 비효율적일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다. 또한, 이주민들은 필요보다 적은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며, 다양한 행정적, 경제적, 언어적, 문화적 장벽과 당국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서비스 접근성이 저하되고 있었다. 특히 비정규 체류 이주여성은 무료로 임신·출산 진료를 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로 무료진료소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연구진은 접근이 용이한 서비스를 구축하고 신뢰를 구축함으로써 임신·출산 진료에 대한 접근을 장려할 필요가 있음을 제언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의료보장제도는 이주민에게 더 가혹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바로 가기 : 시민건강연구소 연구보고서 '') 특히 비정규 체류 이주민의 의료보장 문제에 대해서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 공백을 그동안 이주민 지원단체 등의 노력으로 메워왔다. 이주민 의료보장제도의 공공성이 대폭 강화되기 전까지는 민간 차원의 지원이 병행될 수밖에 없다. 내년 이주민 지원단체 예산의 전액 삭감은 비정규 체류 이주민의 의료이용을 더 어렵게 만든다는 점에서 전면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 * 서지 정보 - Tjukanov. N., Tiittala, P., Salmi, H. (2023). Health service use and costs among migrants in an irregular situation: Cross-sectional register-based study from a voluntary-based clinic. Journal of Public Health, 45(1), 3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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