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늘며 가자 "묘지 없다"·이스라엘 "조화 없다"…이란 "또 다른 전선" 언급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12일 밤까지 팔레스타인인 1537명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숨졌다. 이중 절반 이상이 어린이(최소 500명)와 여성(276명)이다. 6612명의 팔레스타인인이 부상을 입었고 그 중 1644명은 어린이다. 지상 공격이 개시되면 인명 피해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7일 가자지구를 통제하는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를 기습하며 수백 명의 민간인을 살해하고 150명 가량을 인질로 잡은 뒤 이스라엘군은 6000발 이상의 탄약 쏟아 부으며 가자지구를 연일 폭격했다. 하마스가 지역 사회에 침투해 있다는 명목으로 집, 학교, 의료 시설에까지 무차별 폭격이 이어지며 가자지구 민간인들은 죽음의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집이 폭격에 부서지고 피난한 친척집이 또 다시 공습을 받아 무너지는 일이 이어지고 있는데,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에 따르면 하루에 난민이 수만 명씩 늘어 12일까지 이 지역 인구의 5분의 1인 42만3378명이 난민이 됐다. <로이터>를 보면 주민들은 이미 거의 꽉 차 있었던 가자지구 칸 유니스의 묘지에 새로운 주검들을 밀어 넣고 있었지만 이후 폭격으로 묘지로 가는 길마저 훼손됐다. 통신은 칸 유니스에서 자원봉사자 아델 하마다가 무덤이 꽉 차 집들 사이의 임의의 공간이나 땅주인들이 기부한 공터에 주검을 묻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9일부터 이스라엘이 전기, 식량 공급 차단을 포함해 가자지구를 전면 봉쇄해 폭격을 피한 이들의 생존도 위태롭다. 12일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은 전날 가자지구의 유일한 발전소가 연료 부족으로 가동 중단된 뒤 가자지구가 전면적 정전으로 빠져들었고 식수 공급이 중단돼 65만 명이 식수 부족 상태에 놓였다고 밝혔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병원의 전력 부족으로 인큐베이터에 있는 신생아와 산소 공급을 받는 고령 환자가 위험해 처해 있고 신장 투석이 중단됐다며 "전기가 없으면 병원이 시체 보관소로 변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가자에서 외부로 향하는 통로는 폐쇄됐다. 이스라엘 쪽은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로 향하는 통로인 에레즈와 케렘 샬롬 검문소를 폐쇄했고 이집트로 향하는 라파 검문소에 폭격을 가해 이집트 쪽이 이 검문소를 폐쇄했다. 가자지구에 인도주의적 숨통을 틔워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지만 이스라엘 쪽은 하마스가 인질을 석방할 때까지 봉쇄 해제는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이스라엘 에너지 장관인 이스라엘 카츠는 12일 소셜미디어에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 이스라엘 피랍자들이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전기 스위치가 켜지는 일도, 급수 펌프가 열리는 일도, 연료 트럭이 들어가는 일도 없을 것"이라며 "그야말로 인도주의를 위한 인도주의. 누구도 우리에게 도덕에 관해 설교할 수 없다"고 코웃음을 쳤다. 하마스 습격으로 다수의 민간인을 포함해 1300명 이상의 희생자를 낸 이스라엘 전역에선 연이어 장례가 치러졌다. 12일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스라엘 북부 레바논 접경 지역 메툴라 주민 티르트사 길(25)이 이틀 동안 세 번의 장례식에 참석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중부 자이탄의 꽃 수출업자 리히 살페터 단지거는 <로이터>에 "이스라엘엔 더 이상 조화(弔花)가 남아 있지 않다"며 "사람들이 장례식에 가져갈 꽃을 찾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무료로 장례식장에 꽃을 보내고 있다. 이란과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가 이번 사태에 개입할지 관심이 모이는 가운데 <로이터>, <워싱턴포스트>를 보면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12일 취재진에게 가자지구 봉쇄는 "전쟁 범죄"에 해당한다며 이러한 일이 지속된다면 "새로운 전선"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팔레스타인과 가자에 대한 전쟁 범죄의 지속은 나머지 축으로부터 대응을 이끌어낼 것이며 시오니스트와 그 지지자들은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머지 축'은 이란, 헤즈볼라, 시리아 등을 뜻한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는 해석했다.휴먼라이츠워치 "이스라엘, 가자에 백린탄 사용"…이스라엘군은 부인
한편 12일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소셜미디어에 게재된 영상과 가자 주민들의 증언을 종합해 이스라엘이 11일 가자 공습 때 백린탄을 사용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단체는 인터뷰한 2명의 가자 주민들이 11일 오전 11시30분~오후 1시 사이 하늘에서 흰색 선들이 땅으로 떨어지는 것을 목격했으며 강한 냄새가 났다고 증언했다고 설명했다. 단체는 "짙은 흰 연기와 마늘 냄새는 백린탄의 특징"이라며 가자에 155mm 백린탄이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단체는 영상 분석 결과 지난 10일 이스엘과 레바논 국경 지역에서도 155mm 백린탄이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군은 관련해 <로이터>에 "현재 가자지구에서 백린탄이 포함된 무기가 사용된 사실을 알지 못한다"며 부인했다. 레바논 사용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산소에 노출되면 발화하는 백린탄은 800도 이상의 열을 내며 타올라 인체에 접촉될 경우 뼈까지 화상을 입을 수 있다. 백린탄 조각이 몸에 남아 있을 경우 혈류로 유입돼 장기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산소에 노출되면 다시 타오를 수도 있다. 공중에서 폭발할 경우 더 많은 민간인이 피해에 노출된다. 휴먼라이츠워치는 "세계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인 가자에서의 백린탄 사용은 민간인에 대한 위험을 확대하는 행위이며 민간인을 불필요한 위험에 빠뜨리는 것을 금지하는 국제인도법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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