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에 쓴 칼럼에서 "평양 대동강맥주, 그냥 마셔도 될까? (☞바로 보기)"를 질문하면서 북한 도시의 수질에 관해 이야기했었다. 이번 글은 "평양에서 에너지 전환은 가능할까?"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남일 같지 않은' 평양의 화석연료 의존성에 대하여 탐색해본다.
북한매체에는 그림 1처럼 자연과 도시가 조화를 이루어 쾌적한 환경을 갖춘 평양의 풍광을 보여주는 사진들이 자주 게재된다. 김일성을 시작으로 북한의 역대 최고지도자들은 수도 평양의 도시미관을 잘 관리해올 것을 강조해왔다. 선대에 이어 김정은 정권 하에서도 평양의 도시미관 및 도시환경 관련 법안들이 새롭게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통하여 평양의 중요성을 재확인할 수 있다. 당장 독자들은 구글 어스(Google Earth)를 열어 최근 몇 년 동안 평양의 건물 옥상과 지붕에 태양광 패널이 늘어난 사실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장기적인 경제 제재로 인하여 생산활동에 필요한 재료, 자원의 수입이 어려워진 상황에 대한 대응으로서 에너지와 자원을 아끼고 버티는 "자력갱생"이 북한 국가정책의 핵심 구호가 되었다. 이러한 자력갱생 노선도 의도치 않게 외부자의 시선에서는 북한 도시를 지속가능한 도시로 보이도록 하는데 기여했을 것이다. 특히, 화석연료를 열심히 태워 도시화/산업화를 이룩한 자본주의 도시들이 최근 저성장에 직면하면서 지속가능성, 탈성장, 녹색 전환에 관심을 키우는 상황에서 사회주의 도시 또는 북한 도시를 탐색하는 것은 참조대상으로서 나름의 의미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한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파악하기 위해 책상에서 국제기구나 정부가 작성한 보고서를 읽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실제 도시를 방문하여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을 인터뷰하고, 현장 답사를 통해 다면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안타깝게도 대한민국 국적을 갖고 있는 필자는 북한을 방문할 수 없다. 설령 북한을 방문할 수 있는 외국인 연구자이더라도 다른 민주주의 체제의 도시를 연구하듯이 평양시민을 상대로 도시 환경에 대한 인터뷰를 할 수는 없다. 북한 당국이 설정한 경로를 벗어나 화력발전소가 있는 평천구역을 방문할 수 없으며, 수질검사를 위해 대동강 물을 뜰 수가 없다. 모두 북한 당국의 허가가 필요하다!
여기서 나는 근사한 방법을 활용하여 평양의 속살을 밝힐 능력은 없다. 다만 누구나가 무료로 접속할 수 있는 Google Earth 위성사진을 통해서 평양의 지속가능하지 않아 보이는 측면들을 찾아보려 한다. 이런 시도가 평양을 지속가능한 도시로 규정하는 지식의 생산을 독점한 북한 매체로부터 조금이나마 거리두기를 가능케 할 것이다. Google Earth는 다른 국가의 도시들처럼 평양의 지도를 제공하지만, 평양의 스트리트 뷰는 제공하지 못한다. 관공서와 상점의 이름과 같은 정확한 지리정보도 부족하다. 이처럼 열악한 조건에서 평양의 방대한 도시공간은 마치 90년대 유행했던 <월리를 찾아라> 시리즈에서 월리가 숨어 있는 거대한 그림을 마주하는 듯한 막막함을 느끼게 한다. 그래도 일단 Google Earth를 펼쳐보자. 첫번째로 살핀 사진은 평천구역에 위치한 평양화력발전소이다(참고로 대동강 이남에는 동평양화력발전소가 가동되고 있다). 그림 1처럼 맑은 하늘을 배경으로 촬영된 평양의 사진을 보면 평양에 대기오염 문제는 없을 것으로 판단하기가 쉽다. 하지만 고질적인 전기 부족 상황에서 북한주민들은 나무를 연료로 사용한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일산화탄소 배출량과 석탄을 태우면서 발생하는 이산화황 배출량이 커, 북한의 대기오염은 한국보다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집권 직후인 2012년 7월 대기오염방지법이 제정되었다는 사실도 신생 정권이 대기오염을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대기 모델링 연구에 따르면, 서울 수도권의 대기오염에 북한으로부터 이동한 대기오염물질도 영향을 미쳤다. 서울 수도권의 에너지 전환 모색 차원에서도 북한의 대기오염을 자신과 무관한 사건으로 치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북한 전역의 위성사진을 살피면 평양 평천구역의 화력발전소 굴뚝처럼 연기가 활발하게 나오는 곳은 매우 드물다(그림 2). 평양 이외 지역 중에서는 북창화력발전소의 굴뚝 연기가 많이 뿜어져 나오는데, 북창화력발전소가 생산한 전기도 주로 평양에 공급된다. <노동신문>에 게재된 깨끗한 평양이 담긴 사진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서 안 되는 이유는 북한 당국이 평양화력발전소가 있는 뿌연 평천구역 일대를 피사체로 삼지 않으려는 의도를 가졌기 때문이다. 그림 2를 보면서 독자들은 북한주민들이 평천구역에 거주하기를 기피할 것으로 예상할 것이다. 하지만 통일연구원 정은이 박사의 연구("북한 부동산 가치변화와 개발에 관한 연구: 평양을 중심으로", <동북아경제연구>, 2018년 게재)에 따르면, 이러한 예상과 달리 평양의 총 14개 구역 중에서 평천구역은 주택가격이 두 번째로 비싼 부유한 지역에 속한다. 예상을 벗어나는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에너지 실태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장기화된 대북제재로 인한 대외교역 제한으로 동맹국의 원조로 건설된 화력발전소, 수력발전소의 노후화된 부품의 대체품 수입이 어려워졌고, 결과적으로 북한은 만성 전력난을 겪게 되었다. 수도인 평양조차도 전력공급 시간이 구역에 따라 다르다. 가령, 평천구역의 동쪽에 인접한 중구역은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으로 우월한 지역을 가리키는 “평양의 강남”으로서 다른 구역보다 안정적으로 전력공급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평천구역 주민들은 화력발전소와의 지리적 인접성 덕분에 지역난방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 즉 다른 지역이 누리지 못하는 특혜를 받는다. 일상에서의 대기오염으로 인한 손해는 안정적인 난방, 온수,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다는 이익을 통해 상쇄되면서 주민들이 특정 위험(대기오염)을 감당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평양으로부터 동쪽으로 약 30킬로미터 떨어진 지점에서 2011년부터 화력발전소 건설이 시작되었다.(그림 3) 북한 당국이 평양 도심에 위치한 화력발전소가 야기한 환경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해결할 목적으로 도시 바깥에 발전소를 건설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공사가 시작된 지 10년의 시간이 지난 현재, 화력발전소 건설은 중단 상태로 머물러 있다. 중단에는 대북제재로 인한 재정부족, 주요 부품의 수입이 어려운 상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이 발전소가 완공되기 전까지 평양의 화력발전소들은 가동이 지속될 것이고, 지역주민들은 대기오염과 에너지 혜택 사이에서 끊임없이 타협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 미완의 발전소가 완공된다는 것이 곧 에너지 전환은 아니다. 평양이 진정으로 화석연료 의존을 벗어난 에너지 전환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도시 내에 입지한 화력발전소의 가동 중단이 선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더욱 더 고립을 자초하는 대외 행보로 인해 북한은 당장 가진 화석연료를 더 태워야만 생존할 수 있다. 그만큼 에너지 전환은 더 멀어지는 딜레마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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