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오는 31일 윤석열 대통령의 내년도 예산안 관련 국회 본회의장 시정연설 때 연설을 보이콧하거나 본회의장에서 피켓(팻말)을 드는 방식으로 항의 의사를 표명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연설 사전환담에서는 윤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 간의 대면도 이뤄질 전망이다. 최혜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30일 오후 의원총회 결과 브리핑에서 "내일 대통령이 (국회에) 오면 사전 환담이 진행되는데,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함께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권칠승 당 수석대변인도 이날 오전 "(이 대표가) 참석하기로 했다"며 "여러 의견이 있었지만 이 대표의 결단으로 결론이 났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환담 자리에서 윤 대통령과 이 대표 간에 의미 있는 소통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그간 두 사람은 정부 출범 이후 3.1절, 광복절 경축식 등 공식 석상에서 짧게 마주친 것이 전부였다. 다만 시정연설 사전환담 역시 5부 요인 등이 대거 참석하는 자리여서 깊이 있는 대화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다수다. 최 원내대변인은 또 "여야 간 합의로 상임위·본회의장에서 피켓·고성을 하지 않기로 해서, 본회의장 안에서는 (피켓팅을) 안 하기로 했다"고 했다. 그는 다만 회의장 밖에서 항의가 진행될지에 대해서는 "(그런 의견이) 나왔는데, 의견을 충분히 들었고 할지 안 할지는 내일 결론이 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다만, 대통령 시정연설 때 피켓이나 고성으로 항의하지 않겠다는 것 외에는 대여 투쟁 기조를 오히려 더 명확히 했다. 최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원총회 결과를 전하며 "서울-양평 고속도로, 해병대(채 상병) 사건, 감사원(표적감사 의혹), 방송 장악과 관련해 국정조사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정감사 직후 4건의 의혹 사안에 대한 동시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는 것. 또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검찰 특활비 관련 당에 태스크포스(TF) 조직을 구성하고, 특히 윤석열 대통령 영부인인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의 주가 조작 연루 의혹 관련 특검법도 "신속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최 원내대변인은 국정원 등 권력기관의 선관위 장악 시도 의혹에 대해서는 다음달 1일 국정원 국정감사 결과까지 지켜본 이후 대응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내달 7일 예정된 대통령실 국정감사에서도 김승희 전 의전비서관 관련 의혹에 대한 "추적 감사"도 예고했다. 여야 간 쟁점 법안 처리에 대해서는 "11월 9일 노란봉투법, 방송법 처리를 추진하려 한다"며 "국민의힘에서 필리버스터를 진행한다고 해서 (11월) 13일까지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도 예산·법안 두 측면에서 고수위 공세를 시사했다. 홍 원내대표는 의총 모두발언에서 "예산심사 과정에서 지난해와 같이 (정부가) 감 놔라 콩 놔라 한다면 아예 협의 자체를 안 하겠다"며 "예산안이 법정 시한을 못 지키고 원만하게 합의를 못한다면 전적으로 대통령실 책임"이라고 엄포를 놨다. 법안처리에 대해서도 "임기가 끝나간다고 해서 의미없는 법안, 비쟁점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연연하지 않겠다"며 "1개라도 국민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올, 국민 삶을 책임지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홍 원내대표는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등 법안 강행처리 자체가 여야 간 '신사협정'에 위반되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민주당에서 다음달 9일 노란봉투법과 방송법을 처리하겠다고 밝히자 언론에서 일제히 '여야 간 신사협정이 벌써 깨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여야가 신사협정을 맺은 이유는, 이견 사항에 대해 소리높여 싸우기보다 차분하게 숙의로 합의를 이루자는 것"이라며 "여당의 반대를 무시하고 노란봉투법·방송법을 단독 처리하는 것은 피켓·고성·막말보다 심각한 여당 무시이고 신사협정 정신에 완전히 어긋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윤 원내대표는 "기업 절대다수가 반대하는 노란봉투법을 민주당이 강행 처리하면 산업 생태계는혼란에 빠지고 노사 갈등이 격렬해져 사회적 비용 발생이 자명하다"며 "방송법 역시 공영방송의 편파성 심화 우려가 커져 불신을 키우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라고 경고했다. 윤 원내대표는 "예산안 심사를 앞두고 있고, 대외 경제 환경이 어려워지는 지금은 결코 표결의 적기가 아니다"라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부에 정치적 부담을 한 번 더 지우고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정략적 의도"라고 비난했다. 윤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우리 당은 어쩔 수 없이 필리버스터를 통해 두 법안을 통과시킬 수 없는 이유를 상세히 설명하고, 끝내 강행하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예정"이라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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