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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에 불이 나자, 회사는 노동자를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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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에 불이 나자, 회사는 노동자를 버렸다 [인권의 바람] 물이 끊겨도 투쟁은 안 끊긴다…한국옵티칼하이테크 노동자 투쟁에 연대를

"아, 물 끊겼지. 화장실 못 가겠다."

화장실 앞을 서성이던 여러 사람들의 입에서 터져 나온 말이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이하 옵티칼지회)의 노동자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일이다. 그리고 지난 10월 7일 비정규직이제그만공동투쟁에서 주최한 옵티칼지회 투쟁 1박2일 연대문화제에 갔던 참여자들도 겪어야 했던 '생존의 어려움'이다. 경북 구미에서 LCD 부품 생산업체인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일본 기업 닛토가 지분 100%를 갖고 있는 자회사다. 그런데 닛토는 2022년 10월 4일 공장에 불이 나자 한 달 만에 회사를 청산하겠다며 "튀었다." 옵티칼에 다니던 노동자는 한 순간 일터를 잃었고 그 중 13명이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싸우고 있다. 노동자들은 공장을 지키며 노조 사무실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회사는 농성하는 노동자들을 여러 번 퇴거시키려 물리력을 동원했다. 그게 쉽지 않자 물을 끊어버렸다. 사측이 자신의 건물이라며 구미시 수도사업소에 단수 요청을 한 것이다. 물이 끊기자 농성자들이나 연대자들은 물을 절약하며 생활할 수밖에 없었다. 씻고 변기 사용하는 일을 줄였다.
▲경북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 안에서 농성투쟁 중인 노동자들이 연대자들과 함께 투쟁문화제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스튜디오 알

불이 난 공장, 버려진 노동자 '아이고 어떡해'를 넘어서자

외투기업인 닛토의 계열사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2004년 구미 국가산업단지에 입주했다. 한국 정부의 외국기업 유치정책에 의해 구미4공단 외국인기업전용단지에 입주했으며 토지 무상 임대와 법인세·취득세 감면 등 혜택을 받았다. 그러나 회사는 공장에 불이 나자 기회라는 듯이 한 달 만에 구미공장 청산을 결정했다. 그 와중에 화재보상금으로 1300억 원을 챙기고서 말이다. 공장 화재 이후 노동자 고용 문제에 아예 방법이 없었던 건 아니다. 닛토의 다른 계열사 한국니토옵티칼 공장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에서 생산하던 물량은 모두 한국니토옵티칼 공장으로 넘어갔다. 한국니토옵티칼은 늘어난 물량을 감당하기 위해 신규인원 20명을 뽑았다. 구미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에 대한 고려는 없었다. 노동자들은 공장에 불이 난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일터의 소실에 허탈함과 불안을 느꼈다. 누구는 "아이고 어떡해"라며 회사에 연민을 품고 노동자들은 어서 다른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거 아니냐고 물을 수 있겠다. 그러나 이 같은 생각은 공장에 불이 난 일, 일터를 잃는 일 등의 부담을 노동자에게만 돌리는 생각이기에 문제적이다. 회사가 공장을 재건할 수 있는 만큼의 화재보상금만 홀랑 챙겨간 것은 부당하지 않은가. 가만히 있어서가 아니라 노동자의 노동으로 이익을 낸 회사가 철저히 노동자를 무시하는 게 정의로운가. 회사는 공장 화재 이후 노동자들에게 희망퇴직을 권했다. 그중 희망퇴직을 거부하고 해고당한 13명의 노동자들이 진짜 책임자가 책임질 수 있도록 불 탄 공장을 지키고 있다. 폐업하고 도망간 회사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구미시는 정말 책임 없는가. 일본기업에게 혜택을 주면서 노동자에 대한 최소한의 의무를 부여했어야 마땅하지 않은가.

농성장 단전‧단수는 인권침해다

닛토는 적극적으로 옵티칼 노동자들의 투쟁을 방해하고 있다. 회사는 여러 차례 강제철거 시도와 농성장 단수 조치 등을 진행했고, 노동자들에게 총 4억 원의 가압류를 걸었다. 최근 회사는 구미시 상하수도사업소에 공장 단수 조치를 요청했고, 지난 9월 8일부터 농성장에 물이 끊겼다. 또한 한국전력이 전기 차단을 위한 점검까지 한 상황이어서 단전 가능성도 있다. 이에 금속노조와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은 지난 9월 10일과 11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단수조치에 대한 긴급구제를 신청했다. 물은 먹고 씻고 공간을 위생적으로 유지하는 등 생존에 꼭 필요하다. 그런데 회사는 단수로 노동자들의 생명과 투쟁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 농성장 단전‧단수는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조치이다. 국제인권기준에 따르면 농성하는 노동자들은 노동권 옹호자들로서 그들의 인권은 보호받아야 한다. 2014년 국제연합(UN)인권옹호자특별보고관은 '위법 여부와 관계없이 인권옹호자들에 대한 인도적 조치는 필요하다'고 보았다. 2010년 인권위가 전기와 난방을 끊어 인권위를 점거 중인 장애인활동가들을 탄압한 것에 대해 '인도적 처우를 하지 않았다'고 2014년 지적한 것이다. 보고관은 또한 당시 송전탑 농성중인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인도적 처우를 권고하고, 기업이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설 것을 권고하였다. 더불어 국제인권기준은 점점 기업의 인권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기업도 인권옹호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증진해야 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도 2020년 재개발 현장 농성자들에게 음식 제공이 차단되고 현장에 단전‧단수가 된 상황을 인권침해라고 결정한 바 있다. 인권위는 농성자들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것에 대해 긴급구제조치를 권고했다. 농성의 위법성을 떠나서 농성자들의 생명과 건강권이 침해당하지 않도록 인도적 처우를 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한편, 최근 인권위에선 과거 농성자 인권침해 관련 긴급구제를 인용한 전례가 있음에도 그와 같은 양상의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결정이 지연되고 있다. 침해구제1소위원장인 김용원 인권위 상임위원이 업무를 해태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용원 위원은 인권위법에 의한 의결 절차를 무시한 채 한 진정사건에 대한 개인명의 보도자료로 잘못된 의결 결과를 공표했다. 이에 인권위 사무처가 정정 보도자료를 냈는데, 김 위원은 이에 대해 '사무처의 잘못'이라며 인사 조처가 이뤄지기 전까지 소위를 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옵티칼 노동자들이 인권침해를 받는 날은 늘어가고만 있다. 결국 긴급구제가 필요한 옵티칼 노동자들이 겪는 단수 조치는 진정사건으로 넘어갔다.
▲사측은 최근 구미시 수도사업소에 옵티칼지회 노동자들이 머무는 공장에 대한 단수조치를 요청했다. 사진은 투쟁 연대자들이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로 보낸 물 연대.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아무리 방해해봐라, 우리가 쪼들리나" … 투쟁은 끊기지 않는다

닛토는 깔끔하게 "튀고" 싶고, 구미시는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빨리 쫓아내고 공장 부지를 다른 기업에 넘기고 싶어 한다. 지난 8월 회사와 구미시는 노동자들이 공장 안에서 농성을 하고 있음에도 공장을 철거하기 위해 과도한 경찰 병력과 철거업체를 동원했다. 물리적인 위협에도 옵티칼 노동자들은 겁먹지 않고 오히려 거세게 저항했다. 옵티칼지회 투쟁을 온라인으로만 보다가 실제로 가보게 되었을 때, 필자는 노동자들이 불 탄 공장을 매일 보며 느꼈을 좌절감이 어떠할지 생각했다.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노동자들은 10년 20년을 넘게 일하던 공장에서 열심히 일했다. 생산한 물품들은 좋은 평가를 받았고, 노동자들은 회사가 안정적이겠거니 믿고 임신출산을 계획했다. 그런데 일터가 한 순간에 사라지다니, 노동자들은 쉽게 떠날 수 없는 공장에서 투쟁을 시작했다. 매일 투쟁을 한 지 이제 1년이 넘어가고 있다. 옵티칼 투쟁을 보면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투쟁이 떠오른다. "우리가 옳다"라는 구호로 노동자의 권리를 지켜냈던 해당 투쟁이 이번 투쟁과도 연결된다. 단수된 상황에서 투쟁이 위축되지 않길 바라는 연대자들이 '물 연대'를 했다. 매일 물을 직접 길러 와서 물탱크에 넣어, 그 물탱크를 사용하고 있는 옵티칼 노동자들에게 물을 보낸다. 물을 받은 노동자들의 웃음 짓는 얼굴이 여러 번 SNS에 올라왔다. ‘고립되지 않음’을 실물로 느끼니 좋았을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실제 농성생활을 하기도 좋아졌다고 했다. 길러오는 물로는 위생 문제로 씻거나 밥을 해먹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물 연대를 홍보하는 포스터의 제목은 '마르지 않는 투쟁'이다. 물을 끊는다고 투쟁이 끊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눈빛은 공장을 되찾고 일할 생각에 반짝이고 있다. 반짝이는 그들과 노동자가 옳다는 걸 보여주는 이 투쟁에 함께하자.
▲옵티칼지회 노동자들과 연대자들이 물을 직접 길러 오고 채워서 사용하는 물 탱크. 출처ⓒ스튜디오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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