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시장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현 3.50%로 유지했다. 사실상 기준금리 인상이 끝났다는 시장의 판단이 내려질 가능성이 큰 가운데, 이창용 한은 총재는 '앞서가지 말 것'을 주문했다. 한편 한은은 내년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로 낮춰 잡았다. 한은은 30일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금통위는 지난 2월부터 이달까지 총 7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앞서 금통위는 지난해 4월 기준금리를 1.25%에서 1.5%로 올린 데 이어 올 1월까지 총 7회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한 바 있다. 앞서 시장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17일부터 22일까지 총 51개 기관의 채권 관련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6%가 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한은은 금통위 후 배포한 통화정책방향에서 "물가상승률이 당초 예상보다 높아졌지만 기조적인 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가계부채 증가 추이와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이 크다며 "(기존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기준금리 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한은은 물가에 관해서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농산물 및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10월중 3.8%로 높아졌지만 근원물가 상승률은 3.2%로 낮아졌다"고 진단했다. 기준금리 결정의 주요 참고 지표가 근원물가 상승률이다. 하지만 한은은 앞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기존 예상보다 크다고 봤다. 한은은 "앞으로 국내 물가는 수요압력 약화, 국제유가와 농산물가격 하락 영향 등으로 기조적인 둔화 흐름을 이어가겠지만 예상보다 높아진 비용압력의 영향으로 지난 8월 전망경로를 웃돌 것으로 예상한다"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내년 상반기 중 3% 내외를, 연간으로는 금년 3.6%, 내년 2.6%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8월 전망치 3.5%(금년), 2.4%(내년)보다 상향 조정한 전망이다. 즉 기존 예상보다 물가상승률 하락 기조가 더딜 것으로 보이지만, 가계부채 문제 등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을 고려해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결정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금통위는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 가계부채 증가 추이, 주요국 통화정책 운용, 지정학적 위험 전개 상황 등을 고려해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의 신속한 하향 조정을 바라는 시장의 기대감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관해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통위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미국뿐 아니라 영국 등에서 조만간 금리인하 사이클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시장의 기대를 잘 안다"면서도 "그러나 제가 국제결제은행(BIS) 회의에 가거나 각국 중앙은행 총재를 만나서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확실히 시장의 기대가) 앞서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직 기준금리 인하를 이야기할 때가 아니라는 소리다. 금통위 내 향후 기준금리 결정에 관한 의견도 다르다고 이 총재는 전했다. 이 총재는 "이번 기준금리에는 저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모두가 동결을 결정"했지만 "앞으로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필요가 있는지를 두고는 저를 제외한 2명이 물가뿐 아니라 성장과 금융안정을 함께 고려할 때 기준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는 게 적절하다는 의견을, 4명은 물가 경로가 상향 조정되는데 따른 비용 상승 파급효과와 향후 국제유가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기준금리의) 추가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고 전했다. 현재 금통위가 향후 기준금리에 관해서는 4대 2로 추가 인상에 더 쏠려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한은은 내년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전망 2.2%에서 0.1%포인트 하향 조정해 2.1%로 제시했다. 올해 성장률은 종전 1.4%를 유지했다. 한은은 "국내외 통화긴축 기조 장기화의 파급영향,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 양상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현재 한국의 성장률 추이가 "(2%대)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가고 있다"며 "우리는 팬데믹을 일찍 벗어나서 다른 나라가 침체할 때 먼저 오른 만큼 올해는 낮고, 반대로 (팬데믹을 늦게 극복한) 미국 등 선진국은 올해가 좋고 내년에는 떨어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반면 이 총재는 "반대로 우리는 (내년에 성장률이) 오르는 추세"라며 "국제적으로 보면 우리의 2%대 성장률이 나쁜 성장률은 아니"라고 말했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화 우려에 관해서는 "현재 아파트 가격이 정점 대비 14% 정도 떨어져 있는데 이 수준이 유지된다면 가격 하락에 따른 (PF 부실화) 위험은 줄어들었"다면서도 "앞으로도 시장 고금리가 유지될 것을 생각하면 아직 안심할 단계가 아니"라고 이 총재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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