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및 검사 2인 탄핵소추안 보고·표결을 위한 국회 본회의 일정이 시작됨에 따라 여야가 극한 대립에 돌입했다. 여당 의원들은 본관 로텐더홀과 국회의장실 앞에서, 민주당 측의 본회의 개의 요구를 수용한 김진표 국회의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30일 오전부터 국회에서 중진회의, 최고위원회의, 의원총회 등을 잇달아 열고 이번 본회의 개최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11시 1차 비상의원총회에 이어 오후 1시 30분께에도 2차 비상의원총회를 진행, 본회의 개의에 대한 비상대응행동을 논의하고 국회 본청 로텐더홀과 의장실 앞 복도에서 1박 2일 철야 연좌농성에 나설 것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본회의 개의 직전인 오후 1시 50분께 국회의장실 앞 복도에는 60여 명의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여 앉아 농성하는 풍경이 펼쳐졌다. 이들은 "편파적인 국회운영 국회의장 사퇴하라", "중립의무 망각한 국회의장 각성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30분가량 대치를 벌였다. 임이자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은 김진표 의장을 겨냥 "국회의원 더 하실 것도 아닌데 대체 왜 이러시냐", "더 하려고 그러시는 것이냐" 직격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특히 민주당이 이번 본회의로 당내 비위 '방탄'(검사 2인 탄핵)과 '방송장악'(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을 꾀하고 있다며 김 의장과 민주당 측을 맹비난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각종 당내 리스크를 돌파하고자 탄핵소추안을 거론하더니, 이제는 시도 때도 없이 탄핵이다"라며 "일사부재의의 원칙에 따라 지난 탄핵소추안의 재발의는 불가함에도, 국민들께 이미 보고된 탄핵을 일방 철회하더니 뻔뻔하게 (탄핵안을) 재발의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원내대표 또한 "국회법에 따라 폐기됐어야 마땅할 탄핵안을 다시 들고 와 국회폭정 시동을 걸고 있다"고 비판하며 "이는 국회법 제90조 2항을 어긴 것으로 원천무효"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앞서 지난 9일 본회의에서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포기로 이 위원장 등에 대한 탄핵안을 처리할 수 없게 되자 그 직후인 지난 10일 탄핵안을 철회했다. 이날부터 오는 12월 1일까지 이어지는 이틀 연속 본회의를 목표로 탄핵안을 재상정하기 위해서였다. 국민의힘은 또 이번 본회의 개의에 대해 "의회 폭거"라는 입장을 내놨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의총에서 "(민주당과 김 의장이) 오늘 본회의 일정을 합의 일정이라 하는데, 오늘과 내일 본회의는 법정시한 이전에 예산안을 처리하기 위해 잡아놓은 예비일정이고 이런 경우 예산안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통상 예산처리가 가능해질 때까지 순연시키는 게 관례였다"고 했다. 이날 오전엔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여야 원내대표가 회동하기도 했지만, 여야는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11시께 회동 직후 의총장으로 이동하는 사이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여야 간 의견조율이 되지 않았으며, 의장은 그대로 본회의를 개의할 예정'이라는 취지의 답을 남겼다. 본회의는 이후 국민의힘 측의 의장실 앞 연좌농성이 마무리된 오후 2시 30분께 예정대로 개의됐다. 본회의 개의 직후 이동관 위원장과 손준성·이정섭 검사 탄핵소추안이 보고됐다. 국민의힘은 본회의 도중에도 의사진행발언과 해당 안건의 상임위 회부 동의를 통해 마지막까지 탄핵안 표결을 막으려 했지만 무산됐다. 이양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본회의 의사진행발언에서 "국회법에 따르면 기존에 제출됐던 탄핵안이 본회의에서 처리되지 않으면 부결된 것으로 간주된다"며 "일사부재의 원칙에 따라 동일 회기 내 재발인은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그러나 박주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사진행발언을 맞신청해 "지난 탄핵안은 본회의에 보고만 된 상황으로 의제로 성립되지 않은 의안 상태"라며 "상정 절차가 없었던 만큼 탄핵안은 의안으로써 본회의의 표결 없이 철회가 가능하다"고 반박했고, 김진표 의장도 이양수 수석의 의사진행 관련 이의제기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이에 국회법 130조 '탄핵소추가 발의되면 본회의는 의결로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하여 조사하게 할 수 있다'는 조항에 따라 탄핵소추안을 법사위에 회부하자는 동의(動議)를 제출했으나, 이는 본회의 표결에서 바로 부결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본회의 산회 직후 국회 본청 정문 앞에 모여 △김진표 국회의장 사퇴 △민주당의 탄핵안 철회 등을 요구하는 규탄대회를 열었다. 이날 오후 9시에는 다시 한 번 비상의원총회를 개최,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철야농성에 나설 예정이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규탄대회에서 "75년 헌정사에 가장 부끄러운 본회의"라며 "김진표 의장은 민주당과 짬짜미로 본회의를 열어 의회 폭거의 장본인이 됐다"고 비난했다. 김기현 대표도 "'이재명 지키기'를 위한 들러리 김 의장이 하겠다고 노골적으로 나선 것"이라며 "'몸 속에 민주당의 피가 흐른다'는 김 의장의 발언이 사실임이 드러났다. (국회의장이) 대한민국 의정사에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치욕적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고 가세했다. 민주당은 국회법에 따라 이튿날인 12월 1일 본회의에서 이에 대한 표결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이날과 이튿날 양일간에 걸친 본회의 개의가 '국회법에 따른 합법적 개최'라는 입장이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이번 양일간의 본회의는 이미 9월 정기회의가 시작되면서 양당 교섭단체 간 합의를 통해 결정됐다"며 "합의에 서명한 합의문도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홍 원내대표는 해당 합의가 '예산안 처리'를 위한 예비 일정이었으며, 국회 관례상 예산안 처리가 어려워질 경우 예비일정 또한 뒤로 미뤄져왔다는 국민의힘 측 주장에는 "본회의 일정 어디에도 예산안 처리를 위한 회의라고 돼 있지가 않다. (오늘은) 안건처리를 위해 나열된 날 중 하나"라며 "과거에도 예산 합의가 안 돼도 안건처리를 위한 본회의가 열렸다. 국민의힘 주장처럼 '예산 처리가 안 되면 본회의도 안 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홍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이 로텐더홀 연좌농성 등 시위에 나설 것을 예고한 데 대해 "상대당의 자극적 행동에 반응할 필요 없다"면서 "국회선진화법을 준수해 달라. 20대 국회에서도 선진화법을 어겨서 재판을 받았던 의원들이 계시다"라고 국민의힘을 압박했다.
한편 국회는 이날 이종석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204인, 반대 61인, 기권 26인으로 가결 처리했다. 앞서 민주당 청문위원들은 △윤 대통령과의 친분으로 정치적 중립성이 우려되고 △독립생계 유지로 재산 고지를 거부한 부모를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록하거나 농지 구입, 주택청약으로 부동산 시세차익을 얻는 등 도덕성 문제가 있다며 부적격 의견을 밝히기도 했으나, 지난 6일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부결시킨 데 이어 연이어 사법부 고위직에 대해 부결을 주도하는 것에 대한 정치적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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