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업황이 악화하면서 건설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험이 태영건설의 유동성 위기로 인해 확인된 가운데, 이 같은 위기가 다른 주요 건설사로도 퍼질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4일 발표한 '1월: 끝난 것이 아닌 PF 문제' 보고서에서 "PF리스크가 수면위로 올라오고, 정부의 지원이 예상되다보니 PF문제가 끝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이는 태영건설에서 끝나는 이슈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김 연구원은 "한국기업평가 자료에서 나타나듯, 태영건설 외에도 PF우발채무 리스크와 미분양 리스크로 유동성이 빠르게 축소되는 위험 기업"이 있다며 "도급PF 규모가 크고, 1년 내로 돌아오는 PF가 유동성보다 크고, 양호하지 않은 지역에서의 도급PF 비중이 큰 공통점을 지닌 기업은 태영건설과 롯데건설"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를 보면 올해 1분기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롯데건설의 미착공 PF는 3조2000억 원이다. 이 가운데 서울이 아닌 지역의 미착공 PF가 2조5000억 원이다. 서울보다 지역의 부동산 경기가 더 냉랭함을 고려하면 그만큼 위험이 크다. 이를 근거로 김 연구원은 "서울 외 지역의 본 PF 전환 가능성을 다소 보수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며 "2조5000억 원 전부를 채무 인수하거나 자금보충해야하지 않더라도 롯데건설의 유동성을 보면 부담스러운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에 따르면 롯데건설이 현재 보유한 현금은 2조3000억 원 수준이다. 올해 안에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이 2조1000억 원에 이른다. 김 연구원은 이에 더해 "1분기 중 발생 가능성이 있는 PF 우발채무를 고려할 때 현재 롯데건설이 가진 현금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설령 PF의 만기가 연장되더라도, 본PF로 전환되지 않는 한 위험이 다시 돌아온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결국 본PF로 전환할 수 있는 부동산 업황의 개선 없이는, 롯데건설의 유동성 리스크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번 보고서를 두고 롯데건설은 '무리한 가정에 기반한 편향된 보고서'라는 입장이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이번 보고서는 앞으로 채권 발행이 전혀 안 되거나, PF 대출이 무산되거나 신규 분양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 경우를 가정한 것"이라며 "서울 강남 청담동(청담르엘) 등 분양 전망이 좋은 지역이 여럿인데 분양이 무산되리라는 가정은 가능성이 없는 추정"이라고 말했다. 관련해 이날 오후 현재 해당 보고서 내용은 수정된 상태다. 한편 롯데건설 외에도 부동산 PF 유동성 위험이 주요 건설업계로 확산할 가능성이 감지된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주요 건설 13개사(한국신용평가가 유효등급을 보유해 분기실적을 공시하는 건설사)의 합산 순차입금은 2022년 8조 원 규모에서 지난해 9월 10조 원을 훌쩍 넘는 수준으로 커졌다. PF 보증이 있는 건설 15개사의 합산 PF 보증액은 2022년 26조 원에서 지난해 9월 28조 원(도급 19조4000억 원, 정비 8조6000억 원)으로 불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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