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4.10 총선에서의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결정하기 위해 전(全)당원투표를 실시하기로 했다. 지도부가 당심을 앞세워 '병립형 비례제'로의 회귀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피하려는 꼼수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1일 통화에서 "전당원투표를 위한 실무 준비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비례대표 선출 방식과 관련해 현행 준연동형 비례제 유지와 병립형 회귀를 놓고 첨예하게 의견이 나뉜 상황에서 지도부의 결단 대신 당원에게 뜻을 묻는 형식으로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내에선 이재명 대표가 지난 대선 당시 '표의 등가성이 보장되는 선거제도'를 약속하며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약속하고 위성정당 금지를 공언한 만큼 이를 지켜야 한다는 '현행 준연동형 비례제 유지' 주장과, 현행 제도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이 위성정당을 만들면 총선에 불리하기 때문에 이전 체제였던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돌아가자는 '병립형 회귀' 주장이 맞서고 있다. 앞서 정청래 최고위원은 지난달 28일 민주당 의원 단체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전당원 투표를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강성 지지층을 앞세워 병립형 회귀를 밀어붙이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반면 홍익표 원내대표는 그 이튿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도부가 어느 정도 결정하고 그 안을 의원총회나 전당원투표를 통해 추인받는 모습이 더 좋다"며 에둘러 부정적 의사를 밝혔다. 김영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도 같은날 "당에서는 12월 말 선거제와 관련해서 국회의원에 대해서도, 국민과 당원 여론조사도 진행을 했기 때문에 충분하게 의견 수렴이 됐다"며 "또다시 전당원투표까지 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충분하게 당원·국민·의원들 의견들을 수렴했기 때문에 지도부들이 잘 논의하고 의원총회를 거쳐서 결정하면 당원·의원들과 국민들이 따를 것이라고 본다"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전당원투표 준비가 강행되는 것은 이재명 대표 등 민주당 최고 지도부의 의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비례대표 선출 방식에 대한 의견을 당원투표로 결정하는 것은 지도부가 책임을 '당원'에 전가한다는 비판도 제기될 전망이다. 앞서 민주당은 21대 총선을 앞둔 2020년 3월 준연동형 비례제 도입에 따른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에 참여 여부를 두고 당내 찬반 여론이 격화되자 전당원 투표로 참여 명분을 내세운 바 있다. 당시 민주당 지도부가 위성정당 필요성을 일부 내비치자 강성 권리당원을 중심으로 '찬성' 캠페인이 벌어졌고, 74.1%의 찬성으로 위성정당 참여로 가결됐다. 이해찬 당시 민주당 대표는 "민주당은 당원들의 압도적인 찬성을 받들어 개혁정당 참여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번 전당원투표를 주장한 정청래 최고위원은 병립형 회귀를 주장하고 있어, 실제로 당원투표가 이뤄진다면 결국 '병립형 회귀'로 결정하기 위한 수순 아니겠느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다만 전당원 투표를 결정하기 위해선 당 최고위원회의 의결과 의원 총회의 추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는 실무 작업만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전당원 투표의 선택지 문구도 정해지지 않은 단계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전당원투표 실무 준비는 "여러가지 경우 대비하는 것"일 뿐이라며 "아직은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고 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