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 선거제를 유지하며 '통합형 비례정당'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통합형 비례정당은 정당방위적 대응"이라며 비례대표 뿐 아니라 지역구를 포함해 선거 전반에서 소수 정당들과 협력체계를 구축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5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광주 현장 최고위원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나누며 '통합형 비례정당'에 대해 "지역구 문제를 포함해 비례대표 선거까지 선거에 관한 대연합을 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 판단이 들었다"며 대략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 대표는 먼저 국민의힘이 4.10 총선에 대비해 창당한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와 민주당의 '통합형 비례정당'은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은 100% 국민의힘 후보로 구성됐지만 민주당의 통합형 비례정당은 소수정당 후보들과 함께한다는 것이다. 그는 "민주당만 지향하는 후보가 아니라, 민주당이 아닌 준연동형 제도가 추구하고 있는 소수정당들과 소수 정치세력의 후보들도 배제되지 않도록, 100%는 아니지만 상당 정도는 비례의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함께한다는 점에서 (국민의힘의 위성정당과는) 다르다"며 "반반쯤 섞여 있기 때문에 준위성정당이라고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통합형 비례정당이 비례대표 뿐 아니라 지역구 후보를 내는 과정에서도 연합할 수 있는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는 "지역구 문제 포함해서 대연합을 해야한다는 말씀을 드렸다"며 "문제는 지역구를 포함한 전체 선거 전반에 대해서 어떤 협력 체계를 구축할 것이냐 일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소수정당과 선거에서 연합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 이 대표는 "통상적 상황에서 통상적 경쟁을 통해 일반적인 결과를 만들어내는 게 바람직 하다"면서도 "그런데 지금의 정국이 너무 엄혹하다. 모든 부문들이 파괴되고 파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고자 하는, 대한민국의 붕괴를 막고자 하는 국민과 국가의 새로운 미래를 긍정적으로 열어나고자 하는 모든 세력이 힘 합쳐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이어 "비상 위기 상황이기 때문에 마지막 단 한 표까지 합칠 수 있는 모든 힘을 다 모아야 한다"며 "현실적으로 경쟁하다 어부지리로 주는 경우도 있을 수 있는데 그런 점을 최소화하자는 게 선거 대연합이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합형 비례정당의 주도권은 민주당이 쥐고 가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표는 "정치는 현실이고 판단과 결과도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민주당이 범야권, 진보개혁 진영의 가장 큰 비중을 가진 맏형이기 때문에 그 책임을 크게 질 수밖에 없고 큰 책임에 상응하는 권한도 당연히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의 크기에 걸맞게 맏형의 지위에 맞게 주도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거듭 주도권을 강조했다. 다만 이 대표는 송영길 전 대표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이 비례정당 창당을 예고한 상황에서 '연합이 가능한 소수정당의 범위'에 대해서는 "지금 단계에서는 구체적으로 특정하기 매우 어렵다"면서 즉답을 피했다. 이어 "상식 선에서 판단해야할 것 같다"며 "어떤 소수정당이 함께하게 될 지는 구체적 협의를 통해서 추후에 판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향후 의원총회와 당원들의 의견 수렴 과정도 거치겠다고 밝혔다. 그는 "내가 최고위원회의 위임을 받아서 결정했지만 당내 헌법기관의 집합체인 의원총회 의견도 당연히 들어야 한다"며 "당원들의 의견도 수렴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그러나 그것이 꼭 100% 당원투표 이런 형식을 취할 건지는 고려해볼 필요가 있겠다"고 말했다.
"칼 든 국민의힘에 냄비뚜껑이라도 들고 막아야 하지 않겠나"
이 대표는 통합형 비례정당도 결국 '위성정당'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은 '반칙'이며 통합형 비례정당은 그에 대한 대응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의힘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완벽히 무력화시키는 위성정당을 만든 것"이라며 "(통합형 비례정당은) 꼼수가 아니라 상대의 반칙에 대응하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피할 수 없는 대응이라고 생각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표는 비례의원 선출에 100% 반영되지만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는다면) 민주당을 지지하는 표는 봉쇄된다"며 "권투 경기에서 우리는 칼을 들지 말자고 했고 그런 규칙도 만들었는데, 상대가 그걸 거부해서 칼을 들고 나오면 최소한 냄비 뚜껑이라도 들고 막아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까치밥으로 남겨놓은 것까지 다 먹겠다는 생각을 집권여당이 하는 것"이라며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으니 막을 방법이 없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 임시적 응급 조치, 정당방위적인 대응 조치를 하자는 취지로 임시 비례 정당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어 민주당 지지자와 시민사회를 향해서는 거듭 사과의 뜻을 밝혔다. 그는 "민주당을 지지하시는 많은 분들께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어느 쪽을 선택하든 우리에게는 상당 정도의 책임이 부과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아실 것"이라고 했다. 이어 "현 여당이 합의하지 않는 게임의 룰을 만들었기 때문에 그 쪽은 편법과 반칙으로 제도 무력화를 공언했던 것이고, 반칙을 할 수 없도록 정확하게는 위성정당을 만들 수 없도록 제도적 장치도 한꺼번에 만들었어야 했는데 그 부분을 만들지 못해 오늘의 혼란이 발생했다"며 "좋은 의도를 가지고 합법적 권한을 행사했지만 이 결과를 만들어낼 수밖에 없는 불완전한 제도를 만든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 대표는 통합형 비례정당에 대한 책임을 본인이 지겠다고도 밝혔다. 그는 "결정에 따른 후폭풍, 책임이 너무나 막중할 것이기 때문에 권한을 가진 최종 책임자가 결정하고, 책임도 다 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기에 제가 요청했다"며 "(선거제는) 판단이 아니라 결단의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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