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전쟁이 넉 달 째 지속되며 인질 생명에 대한 위험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군(IDF)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납치돼 아직 돌아오지 못한 인질 중 5분의 1이 이미 목숨을 잃었다고 확인했다. 이번 발표로 협상을 통해 인질을 즉시 구출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스라엘 내부에선 인질 가족들의 정치적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중재국 카타르와 당사국인 하마스가 낙관적 신호를 보내며 인질 협상 및 휴전에 다시금 청신호가 켜졌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6일(이하 현지시각) 언론 브리핑에서 "31명의 (인질) 가족들에게 인질로 잡혀 있는 그들의 사랑하는 이들이 더 이상 살아 있지 않으며 사망이 확인됐다고 통지했다"고 밝혔다. 그는 "가족들에게 모든 확인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며 다른 가족들에게도 인질의 상태 등에 관한 가능한 모든 확인된 정보를 알렸다고 설명했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 내부 기밀 문서 확인 결과 이스라엘 정보 장교들이 가자지구에 남아 있는 인질 중 30명 이상이 사망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는 이스라엘 남부를 습격해 주로 민간인인 1200명을 죽이고 240명 이상을 납치했다. 지난해 11월 말 교전 중지 기간 동안 여성과 어린이 위주의 인질 110명이 풀려났지만 아직 136명이 억류돼 있다. <뉴욕타임스>는 당국자 2명에 따르면 사망자 중 일부는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 습격 때 이미 목숨을 잃었지만 당시 사망이 확인되지 않아 인질로 집계됐고 하마스가 이들의 주검을 가자지구로 실어 갔다고 설명했다. 일부는 하마스의 공격에 의해 입은 부상으로 가자지구로 끌려간 뒤 목숨을 잃었으며 하마스가 살해한 인질도 있다고 당국자들은 전했다. 최소 3명의 인질은 이스라엘군 지상 작전 중 사살됐고 한 명은 구출 작전 실패로 사망했다. 신문은 이스라엘 군인들이 가자지구 하마스 땅굴 안에서 외상 없이 사망한 상태의 인질 주검 몇 구를 발견했고 이스라엘군이 아직 사망 원인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인질 사망자 수가 이스라엘군 공식 발표보다 더 많을 수 있다는 보도도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복수의 당국자들을 인용해 사망이 인정된 31명 인질 외에도 이스라엘 정보 장교들이 20명 이상의 다른 인질도 살해됐을 수 있다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평가 중이라고 전했다. 6일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미국과 이집트 당국자들에 공유된 이스라엘 내부 평가에 따르면 인질 중 50명 가량이 사망했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전쟁 포로와 실종자를 다루는 군사 정보 부서에 근무했던 아비 칼로는 <뉴욕타임스>에 다른 인질들도 이미 죽었을 수 있지만 사망 통보를 위해선 이스라엘 정보국에 "100% 확신이 필요하기 때문에" 군이 아직 가족에게 알리지 않고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발표로 인질 협상을 촉구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릴 수 있다. 인질 가족 연맹 대변인인 리아트 벨 소머는 <뉴욕타임스>에 "우리는 하마스에 억류된 주검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또한 인질들에겐 하마스 땅굴에 갇혀 있는 매일이 사형 선고임을 알고 있다"며 연맹이 즉각적인 협상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등 이스라엘 지도부는 군사 작전이 인질 해방의 길이라는 태도를 고수 중이지만 군사 작전으로 직접 구출된 인질은 1명에 불과하다. 지난해 11월 휴전 기간 중 석방된 10대 소녀 사하르 칼데론은 인질 생활 중 "결국 하마스가 아니라 이스라엘 미사일로 인해 죽을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여러 차례 말했다"고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12월 밝히기도 했다. 그는 인질로 남겨진 아버지를 걱정하며 "제발 전쟁을 멈추고 모든 인질을 구출하라"고 호소했다. 이스라엘에선 인질 가족들의 정치적 영향력이 커지는 중이다. 5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예루살렘 히브리대 트루먼연구소 정치심리학자 님로드 니르가 지난달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스라엘 대중에 정계에 진출했으면 하는 인물을 물었을 때 인질 가족들은 가장 빈번히 언급된 이들 중 하나였다. 통신은 언급된 인물 중 하나는 인질 카멜 가트의 사촌이자 인질 가족 단체에서 활동 중인 길 딕만이고 다른 하나는 인질로 잡힌 형제가 지난달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에 의해 실수로 사살된 조나단 샴리즈라고 설명했다. 공개적으로 정부를 비판해 온 샴리즈는 통신에 "이 나라를 바로 잡기 위해 내가 해야 할 일을 하겠다. 그것이 정치 참여를 의미한다면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인질의 다수가 역사적으로 좌파와 연관이 깊은 키부츠(집단농장) 출신으로 인질 가족이 정계에 입문하고자 한다면 신생, 혹은 기존 좌파 정당에 자연스럽게 합류할 수 있다고 짚었다. 키부츠는 사회주의적 공동 생산 및 공동 분배, 평등 이념과 시온주의(유대민족주의)에 바탕을 두고 1910년 무렵부터 이스라엘 곳곳에 설립된 공동체다. 산업 구조 변화로 많은 키부츠들이 이익 공동 분배 원칙에서 벗어났지만 구성원들의 진보적 성향은 이어져 왔다. 지난달 28~30일 실시 뒤 6일 공개된 이스라엘민주주의연구소(IDI)의 여론조사를 보면 이스라엘의 전쟁 목표에 대해 인질 송환과 하마스 궤멸 중 어떤 것이 우선하냐는 질문에 좌파 성향 응답자의 80%가 인질 송환이 우선한다고 답한 데 반해 우파 성향 응답자의 33%만이 인질 송환을 우선시하기도 했다. <로이터>는 IDI 정치학자인 타마르 헤르만이 인질 가족들과의 연대가 전쟁 전 대규모 항의를 불러 일으켰던 네타냐후 정부의 사법무 무력화 계획에 따른 반정부 정서와 섞이고 있다고 분석했다고 전했다. 니르는 "인질 (협상 촉구) 시위는 다른 형태의 반정부 시위가 등장하는 구심점"이라고 봤다. 통신은 인질 가족들은 네타냐후 연정에 포함된 극우에겐 반대 세력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인질 협상을 중재하는 카타르와 하마스가 긍정적 신호를 보내며 협상에 다시 청신호가 켜졌다. 6일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열린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모하메드 빈 압둘라흐만 알타니 카타르 총리 겸 외교장관은 "인질 관련 합의의 일반적인 틀에 대해 하마스로부터 답변을 받았다"며 "답변에는 몇 가지 의견이 포함돼 있지만 대체로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답변의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은 채 "우리는 낙관적으로 보고 있으며 이스라엘 쪽에 답변을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로이터>를 보면 이날 하마스도 성명을 통해 "포괄적이고 완전한 휴전 보장, 우리 국민에 대한 침략 종료, 가자지구에 대한 구호·피난처·재건 보장 및 포위 해제, 포로 교환 달성"에 관해 "긍정적"으로 대응했다고 설명했다. <로이터>는 회담과 밀접한 소식통들이 휴전이 최소 40일 지속될 것이며 그동안 남은 민간인 인질들이 석방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다음 단계에선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 수감자 석방을 대가로 군인들과 인질 주검들이 송환될 예정이며 가자지구로 향하는 구호 물자도 늘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이스라엘이 하마스 쪽 답변을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6일 <로이터>는 한 하마스 당국자가 전쟁이 끝나고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떠난다는 보장 없이는 인질 석방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뉴욕타임스>는 이 사안에 정통한 한 이스라엘 당국자가 이스라엘이 하마스 쪽 답변에 만족하지 않음을 시사했다고 보도했다. 이 당국자는 하마스가 가자지구 통제를 보장하고 전쟁이 종료될 경우에만 협상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둘 다 이스라엘이 거부하고 있는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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