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으로 저를 힘들게 하고, 만약 여기서 제가 뭔가를 더 하면 그다음에는 더 높은 수위의 징계를 때리겠죠."
-이양기 교사, 이하 2024. 1. 29. 인터뷰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는 말이 바로 이런 걸까. 병가를 마치고 학교로 돌아간 공익제보자 이양기 교사(58)에게 징계가 내려졌다. 이 교사는 2019년 우촌초등학교(학교법인 일광학원)의 스마트스쿨 사업 비리를 세상에 알린 공익제보자 중 한 명. 이 교사는 해임됐지만, 약 2년 8개월에 걸친 소송전에서 승리하고 복직했다. 학교 측은 복직한 이 교사에게 교무실 책상 하나 내주지 않았다. 차별과 따돌림에 시달린 그에게 병까지 찾아왔고, 결국 그는 복직 1년 만에 병가를 내고 만다. 지난달 22일 이 교사는 병가를 마치고 학교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를 기다린 것은 학교 측의 징계 처분. 경고장에 찍힌 날짜는 2023년 7월 7일이지만, 학교가 이 교사에게 징계 사실을 통지한 건 6개월도 더 지난 올해 1월 26일이었다. 학교는 왜 하필 지금, 뒤늦게 징계를 통보했을까. 이 교사가 징계를 통지받은 시기는 <진실탐사그룹 셜록>을 비롯한 여러 언론매체가 '공익제보자 탄압'을 보도하고, 학교 법인을 형사고발 한 지 일주일여가 지난 때였다."저는 반복적으로 항의한 적도 없고, 한 번 교장을 찾아가서 얘기했던 건, 과학실무사 선생님이 일을 잘하고 있는데 왜 행정실로 인사이동을 시키냐고 말한 거였어요. 과학 담당교사가 그런 말도 못 합니까?"
그날 이후, 이 교사는 학교 업무 시스템에서 자신의 이름이 담긴 문서 제목을 발견했다. 작성자는 이 회장의 측근인 교직원으로, 이사장에게 보고된 문서였다."이사회 결정이든 뭐든 절차 자체가 잘못된 거고, 저한테 (징계 사실을) 알려줘야 하는데 아무 통보도 안 한 건 잘못된 거죠."
-이양기 교사
학교법인 일광학원은 경고 처분을 받은 교원에게 10개월간 사학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난해까지 이 교사는 사학수당을 정상적으로 받아왔다. 그러니 본인이 징계를 받았다는 사실을 더더욱 알 수 없었다. 학교 측은 지난 25일까지 징계에 관해 일언반구조차 없었고, 소명 기회 역시 당연히 주지 않았다. 이 교사의 징계 절차는 상식과 거리가 멀었다. 대개 징계 원인이 발생하면 대상자에게 사전 통지 후 소명의 기회를 줘야 한다. 징계 여부는 그 후에 판단하는 것이 통상적인 절차다."신분상 불이익 처분이면 소명의 기회를 줘야 한다. 이사회 결정이라면 당사자에게 사전 통지 후 이사회에 불러서 소명 기회를 줘야 한다. 모든 불이익처분에 당연한 절차."
-김승진 전 서울시교육청 공익제보센터 주무관, 2023. 1. 29. 인터뷰
통보 시점에 대한 또 다른 의심도 있다. 지난 16일 <셜록>은 공익제보자인 이양기 교사가 복직 이후 겪은 지속적인 불이익에 대해 보도했다. (☞ 관련기사 : '회장' 비리 고발 교사, 복직한 학교에 책상이 없어졌다) 그 다음 날 <셜록>과 참여연대는 우촌초 공익제보자들을 괴롭히는 학교 법인 전・현직 이사장을 고발했고, 그 주에는 MBC, KBS 등 언론매체의 관련 보도도 이어졌다.
"공익제보자에 대한 보복성 징계인 것 같아요. 학교에 있는 모든 선생님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다른) 선생님들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겠죠. 말 한마디 잘못해도 경고 받으니까 한마디 말도 할 수 없겠죠. 무슨 재갈 물리는 것도 아니고."
-이양기 교사
이 교사는 지난 29일 국민권익위원회와 서울시교육청 공익제보센터에 징계 사실을 신고했다.학교 법인과 이 회장은 공익제보자들에게 고소・고발과 민사소송을 무더기로 쏟아냈다. 일부 사건들은 무혐의 처분을 받거나 제보자들이 승소했고, 나머지 사건들은 아직도 법적 다툼이 진행 중이다.(☞ 관련기사 : '방산비리'·'모델 성희롱' 이규태 회장, 공익제보자에 "무릎 꿇고 빌게 될 것")
한편, 지난달 29일과 30일 양일간 <셜록>은 학교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우촌초에 6차례 전화를 걸었다. 이 교사를 징계하기 전에 소명 절차가 있었는지, 6개월이 지난 지금 징계를 통지한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이사회를 소집해서 의결한 게 맞는지 물었다. 하지만 학교 측은 "담당자가 자리에 없다", "메모를 전달하겠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학교 법인 쪽과 연결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이들은 "학교 법인 사무실은 따로 전화번호가 없다"며 답변하지 않았다. 포털사이트상 정보로는, 학교 법인 사무실 위치와 대표번호가 우촌초와 일치했다. <셜록>이 확인한 결과, 실제 학교 법인 사무실은 우촌초 바로 옆 1분 거리에 있는 상가 건물 안에 있었다. 셜록은 이달 초에도 전화, 우편, 방문 등을 통해 우촌초와 학교 법인 측의 반론을 들으려 했으나, 아무런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 이 기사는 <프레시안>과 <셜록>의 제휴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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